자코메티의 조각은 참으로 가늘고 길며 유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음에도, 가슴 조이는 긴장과 엄청난 힘을 느끼게 한다.
그 빈곤하기 짝이 없는 몰골의 조상은 어떻게 그러한 힘을 느끼게 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왜 나에겐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지는가.
나는 이와 유사한 아름다움을 추사 김정희의 글씨에서도 느낀다.
추사의 글씨는 한 자 한 자가 결코 아름답다고 얘기할 수 없으나 그 글자들이 모여서 이루는 글의 아름다움은 여느 글씨와 비할 수 없다.
추사체를 만들기 전의 글씨 또한 한 자 한 자가 휼륭한 비례감과 교본적인 양감을 갖고 있었다.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