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는 집에 들어와서 서재에 들어갑니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종일 입고 있던 진흙과 먼지가 묻은 옷을 벗고 **궁정에서 입는 옷을 차려입습니다.

그렇게 적절히 단장한 뒤 선조들의 궁정에 들어가면 그들이 나를 반깁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만의, 그 때문에 내가 태어난 음식을 먹습니다.

나는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그들의 행적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캐묻습니다.

그들은 친절하게 답변합니다. 네 시간 동안 거의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모든 근심과 가난의 두려움을 잊습니다. 죽음도 더는 두렵지 않습니다. 나 자신을 완전히 선조들에게 맡깁니다.

**우리가 읽은 것을 기록해놓지 않으면 지식이란 있을 수 없다고 단테가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대화하며 얻은 성과를 <군주국에 관하여>라는 소책자에 기록했습니다. "


마키아벨리가 서재로 들어가 성현의 책을 읽으며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 관복으로 갈아입는다는 것이다. 나랏일에 열중하던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에 어울리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리라.
- P133

마키아벨리는 공직에서 계속 일하기를 바랐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들을 쫓아낸 공화제의 일꾼에게 메디치가가 공직을 다시 주었겠는가?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제된 여유 속에서 그는 저술 작업에 전념했다.

 그는 자신이 지은 책들을 구성하는 **핵심이 **경험과 **사색이라고 했다. 

**경험은 현실에서 외교와 국방 업무를 맡으면서 겪은 일이고, 
**사색은 위대한 고전에서 얻은 지혜를 현재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돌아보는 것이다. 

산탄드레아 인 페르쿠시나는날이 좋을 때 멀리 피렌체 시내의 두오모가 보일 만큼 지대가 높다.
마키아벨리는 두오모를 보며 피렌체를 끊임없이 생각했을 것이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도 모함 탓에 고문까지 받고 쫓겨났지만, 정권의 변동이 잦은 시대인 만큼 곧 정세가 변해 자신이 다시 공무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이곳엔 나의 공직 생활을 기억하는 사람도, 내가 어떤 일에든 쓰임이 있으리라 믿는 사람도 없습니다. 나는 이런 것들을 **그리 오래 견딜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녹슬어가고, 만약 **하나님이 더욱 따뜻한 얼굴로 대해주시지 않는다면, 언젠가 집을 떠나 가정교사나 고관의 비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어느 외딴곳에 처박혀 아이들에게 책 읽기라도 가르치고, 이곳에버려둔 가족들은 내가 죽었으려니 하겠지요.


곽준혁,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127쪽에서 재인용 - P141

결국 **정치는 *국가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문제이며 *권력의 문제다.

국가는 사람들의 **자의적인 개입이 아니라 **법률이라는 **공적 규율로 운영되어야 한다.

귀족과 인민은 저마다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며 견제와 균형 속에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군대, 법률 체계와 공적인 관료 기구다.

- P152

**정실주의나 족벌주의 등으로 옮길 수있는 영어 ‘네포티즘nepotism‘이 *조카를 뜻하는 라틴어 *‘네포스nepos‘에서 온 것은 바로 *교황들이 자기 아들에게 주요 관직을 주고 권력을맘대로 휘두른 탓이다. 

- P158

/ 운명보다는 자기 자신을 믿으라



그리스 신화 이래 운명은 인간과 함께 있었다. 사람들은 예측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운명이라고 불렀다.

행운과 불운이 한결같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행운과 불운은 **번갈아 오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행운은 오만과 방종을 불러일으켜 *불운이 들어오는 문을 열기 때문이다.

반면에 불운을 겪으면 대개 어려운 속에서 *정신을 차리게 된다.

<운명의 수레바퀴 ruota della fortuna> 이 그림은 인간사에서 행운과 불운이 번갈아 오는 모습을 나타낸다.


- P162

이런 세계관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자리에 마키아벨리가 있다.

그는 『군주론』에서 *운명과 *역량을 *주요 개념으로 쓴다. 

그에 따르면, **역량은 *자신의 힘이고 **운명은 **타인의 힘이다. 

운명은 내 *의지와 *무관하기 때문에 **역량에 기반을 둬야 한다. **인간의 의지 영역이 넓어질수록 운명의 영역은 좁아실 것이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행동 양식과 상황을 통해 운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행동 양식이 *시대에 맞으면 *행운이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불운이 온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은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잘 적응해서 *행동 양식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항상 행운을 달고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키아벨리가 지적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근본적 한계가있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 양식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흔히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완고한데, 자신의 행동 양식이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경험과 믿음이 그 사람의 변화를 막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유연성이 부족하고 바뀌는 시대의 흐름 속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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