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대 신화가 계보와 전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신화와 철학 또는 뮈토스와 로고스의 유사점을 보기보다는 신화 안에 합리적 시도의 서사가 내재한다는 점에서 철학적 단초를 본다.
신화, 즉 이야기에는 ‘이해‘ 하기 어려운 신비스러움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합리성이 혼재(混在)한다. 그러므로 신화는 합리적이지 않지만 합리적 시도와 실패의 서사가 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신비(mystery)의 의미이다. 종교적 차원에서 보면 신비는 어떤 신성(神性)에 대한 비밀스런 숭배라는 이미를 지닌다.
어원적으로 신비는 ‘눈 또는 입을 닫는다(to shur theeyes or lips)‘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의 동사(myein)에서 유래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 어원 역시 비밀을 지키는 비교(敎)적 특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눈과 입을 닫는다는 것을 살 생각해보면 그것은 곧 신비성이 합리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눈과 입은 이성과 지식의 상징이다. 관조, 사유, 이론 등의 어원인 그리스어 ‘테오리아(theoria)도 원래 ‘보다‘ 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입은 ‘말하다(legein)‘는 것과 연관 있고 이것은 ‘로고스(logos)‘와 밀접하다. 따라서 신비는 합리로 바뀔 수 있다. 눈을 뜨고 입을 열면 되기 때문이다.
신비가 신비인 것은 어떤 이치를 품고 있으되 명시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신비를 합리적으로 풀어내면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즉 이야기로서 신화(mythos)가 되는 것이다. 이때 합리성은 신비의 세계와 삼투압적으로 소통할 수 있지만 합리적 체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신화에서 신화와 합리는 혼재한다. 이야기 안에서 신비와 합리는 살마키스의 몸과 뒤엉킨 헤르마프로디토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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