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가이아, 에로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서는, 태초에 가장 먼저 생겨난 것은 카오스Chaos라고 가르친다. 이 카오스라는 말은 요즘은 보통 *‘무질서‘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많은 신화책들이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고 적고 있지만(보통 신화 입문서로 많이 쓰이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아기의 영향이다),
원래 **희랍어로 Chaos라는 말은 **하품하다chasko‘와 연관된 말 로 ‘**큰 틈을 의미한다(여기서 영어의 틈chasm‘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틈이라고 하면, 당장 그 틈의 가장자리를 이루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기 쉽지만 일단 여기서는 그냥 넓고 넓은 허공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곧이어 땅(가이아(Gaia)과 지하 세계의 심연(티르타로스Tartaros)이 생기기 때문에 이 틈은 그것들에 의해 한정되게 된다. 구약성경 창세기의 맨앞에는 하느님께서 세계를 창조하시기 전에,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라고 되어 있는데, 이 역시 카오스와 유사한 개념이라 하겠다.
카오스 다음으로 생긴 것은 **가이아와 에로스Eros다. 이 둘이 어떻게해서 생겨났는지는 소개되어 있지 않은데, 카오스가 스스로 분화하여 셋으로 나뉘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태초의 이 세 존재에게 의미를 부여해 보지면, **카오스는 원초적 공간 또는 분리의 원리이고, **가이 아는 모든 것의 원재료가 되는 원초적 질료이며, **에로스는 결합의 원리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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