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마르크스는 위대한 대중 지도자나 선동가도 아니었다. 그는 그런 자질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의 민주주의자인 알렉산드르 헤르젠Alexander Herzen 처럼 천재적인 정치 평론가도 아니었고, 바쿠Bakunin 처럼 청중을 사로잡는 웅변술의 달인도 아니었다. 

그는 전성기에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런던에서, 그것도 대영 박물관의 열람실과 자신의 책상 앞에서 보냈다. 마르크스는 일반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말년에 가서야 비로소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훌륭한 지도자로 인정과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과정이나 성격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 같은 것은 없었다. 또한 그는 코슈트ossuth, 마찌니 Mazzini, 심지어는 말년의 라쌀레Lassalle 처럼 추종자들로부터 무한한 헌신과 거의 종교적이라 할 정도로 열정적인 숭배를 받시도 못했으며, 그럴 만한 매력도 없었다.

마르크스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흔치 않았고 어쩌다 나타난 경우에도 결과가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그는 공식 연회나 공개적인 모임에서 몇 차례 연설을 한 적이 있는데, 청중들의 존경을 받기는 했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많은데다 단조롭고 무미건조해서 이른바 열광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르크스는 기질적으로 이론가이자 지식인이었다. 그는 평생 동안 대중의 이해관계를 연구했지만 대중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본능적으로 피했다.
 추종자들의 눈에 비친 마르크스는 학생의 머릿속에 핵심이 확고이 박힐 때까지 자기주장을 끝도 없이 반복할 태세가 되어 있는 독단적이고 교훈적인 독일인 선생님 그 자체였다. 


17쪽

마르크스의 세대는 이전 세대의 사람들은 종종 *사실보다는 관념을 더 실재적인 것으로 보았고, 외부 세계의 사건보다 인간관계를 더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겼다. 마르크스의 세대는 이전 사람들에 비해 더 강력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상상력을 기룰 수 있었다.

마르크스는 *인간이나 마음 혹은 *영혼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는 동시대의 인간들이 혁명적 변화의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에 경멸과 분노를 표시했을 뿐이다. 그들은 오직 **느닷없는 부의 증가와 함께 *사회적, 문화적 혼란을 동반한 **급속한 기술 진보에만 눈이 멀어 있었다.

그는 불의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으며 쉽게 상처를 받거나 감상에 빠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8부르주아지의 우둔함은 물론 **지식인들의 자기만족적인 미사여구와 주정주의도 혐오했다.

그는 부르주아지를 위선적인데다가 자기 기만적이며 부와 사회적 지위를 얻는 데 골몰해서 당대의 특징적인 사회적 현실을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들로 평가했고, 지식인은 현실과 동떨어진데다가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하나같이 사람들을 자극하는 데 불과한 잡담이나 일삼는 사람들로 판단했다.

그는 매력이라고는 거의 없으며 행동도 촌스러운 편인데다 늘 맹목적인 증오에 사로잡혀 있었다.

19-20쪽

대다수의 유럽 민주주의자들은 서로 간에 성격과 목적, 역사적 환경 등의 차이가 매우 컸다. 그러나 그들을 협력할 수 있게 한 하나의 근본 특성, 즉 **적어도 원칙만은 비슷했다.

폭력 혁명에 대한 방법상의 견해 차이와는 관계없이 그들 대부분은 궁극적으로 **전 인류에 공통되는 도덕적 기준에 호소하고 있었다. 그들은 미리 세워진 **이상이나 체계에 의거해서 인류의 현 상태를 비판하고 질타했다.

마르크스는 **가치란 사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사실을 보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었다.

**이성적 존재는 역사 과정의 본성과 법칙을 올바로 통찰하기만 하면 독립적으로 알려진 도덕적 기준들에 의지하지 않고도 어떤 수단을 채택하는 것이 좋은지, 다시 말해 어떤 길이 자신이 속한 질서의 요구에 가장 잘 부합하는지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인류에게 새로운 윤리적, 사회적 이상을 강요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바꾸라고 호소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의 변화란 단지 *환상을 **다른 환상으로 *대체하는 것일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적 악덕이나 지적 맹목성을 고발하기 위해 *이성이나 *실천적 지성에 호소했고, 혼돈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이 **스스로를 구원할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처해 있는 *현실적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르크스는 *이상이 아니라 **역사에 근거해서 현존 질서를 빞판했다. 그는 현존 질서가 인간을 억압하고 불구로 만들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사회발전 법칙의 결과물이며, 특정한 역사 단계에서 하나의 계급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계급의 재산을 빼앗고 착취하는 데 이용된다고 생각했다.

만일 특정한 계끕이 이미 역사적으로 기득권을 갖고 있다면 그들에게 있어서 이성적인 행동이란, **기득권을 버리고 사회의 *진보적 계급과 손을 잡는 것이다. 즉 자신들의 상황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부상하는 진보적 계급의 편에 서는 사람들만이 이성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1-25쪽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것과 상대방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간 역사와 그 법칙들을 알아야만 한다.

<자본론>은 그런한 분석을 제공하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자본론에는 명쾌한 도덕적 논증도, 그렇다고 양심이나 원리에 대한 호소도 없다.

마르크스는 누구에게나 불변의 *보편적 자연권과 *양심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들을 *자기방어적인 자유주의적 환상이라는 이유로 단호하게 거부한다. 사회주의는 **호소하지 않고 **요구하며 권리에 대해 말하지 않고 사회구조의 제약에서 벗어난 새로운 생활 방식에 관해 말한다.

새로운 생활 방식이 물밀듯이 다가옴에 따라 낡은 사회질서는 눈에 띄게 붕괴되지 시작했다. 도덕적, 정치적 및 경제적 이론과 이상은 그것들이 출현한 사회 조건이 변하면 함께 변한다.

마르크스는 모든 종류의 낭만주의, 주정주의 및 박애주의적 요소를 혐오했다. 모든 형태의 타협을 거부했고 성격이 모호한 정치적 동맹에는 아예 관계조차 하지 않았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박애주의자들은 겉으로는 진지해 보였지만, *감정의 가면 뒤에는 **반동과 **타협하려는 근본적인 욕망을 숨기고 있었다. 또 그들은 혁명으로 인해 자신들의 안락함과 특권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25-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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