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절망을 즐기지 않기>
‘예술은 현실의 재현‘이라는 유서 깊은 논의에서 ‘재현‘이란, 현상의 복사가 아니라 **본질의 장악이다.
(...) ‘본질의 장악‘의 부산물이자 ‘인지의 충격‘의 유발자로서의 고통, 그것은 옳다.
이런 폭력성이 한국 사회의 본질이기 때문에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본질의 장악), 실상을 충격적으로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가장 간한 자극을 가했다는 것(인지의 충격)
요컨대 ‘본질의 (새로운) 장악‘이 없는 곳에서 도모되는 ‘인지의 (강화된) 충격‘이란 공허할 뿐 아니라 부당한 것이다.
226-7쪽
<시의 천사>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유명해지기 전에 로댕은 고독했다. 그리고 그에게 명성이 찾아온 뒤에 그는 어쩌면 더 고독해졌는지도 모른다. 명성이란 결국 하나의 새로운 이름 주위로 모여드는 온갖 오해들의 총합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릴케는 그 뒤에 바로 낙관적인 말을 덧붙였다. 로댕의 위대한 작품들이 결국 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270쪽
<축제로서의 노벨문학상>
한 작가에 대해 신속/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일단 세 권의 책을 읽으면 된다. **데뷔작, 대표작, 히트작.
데뷔작에는 한 작가의 문학적 유전자가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에, 대표작에는 그 작가의 역량의 최대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히트작에는 그가 독자들과 형성한 공감대의 종류를 알려주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280쪽
<이상과 김수영>
축구선수가 찬 공은 발의 각도를 그대로 가지고 날아간다. **공이 작품이라면 발은 정신이다." 이 정신을 다른 말로 태도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김수영의 태도를 한마디로 ‘정직‘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그럴듯한 시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기에게 있지도 않은 무엇을 보태어 시를 꾸며내는 일은 그는 혐오했습니다. 그런 사기를 김수영은 포즈 POSE라고 불렀습니다.
포즈는 사진을 찍을 때만 인위적으로 취하는 자세니까요. "거짓말이 없다는 것은 현대성보다도 사싱보다도 백배나 더 중요한 일이다."
김수영은 포즈를 버리고 자신의 옹졸함과 폭력성을 시로 썼습니다. 자기 자신을 폭로하는 시 쓰기가 읽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입증한 사람이 바로 김수영입니다.
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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