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심의 환희에 젖은 채 나는 잠이 들었다.
눈을 떴다. 구름 때문이었겠지만 달빛이 흐려져 있었다. 옆을 더듬었으나 여자의 몸은 잡히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보았다. 없었다.
**내 욕망의 끈을 풀게 하고, 내 갈증을 적셔 준 당사자의 부재는, 돌연 **그 욕망의 허망함과 갈증의 사악함에 눈을 뜨게 했다.
omne animal triste post coitum (짐승이란 무릇, 교미를 끝내면 쓸쓸해지는 법)이라던가.....
나는 그제야 내가 얼마나 큰 죄를 저지르고 있었던가를 깨달았다. 적지 않게 세월이 흘렀어도 내가 그때 지은 허물에 가슴을 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 한편 나는 그날 밤 느꼈던 환희를 잊을 수 없고, 선하고 아름다운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 앞에서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도 죄악일 것이다.
즉, 그날 밤 두 죄인 사이에서는 그 자체로서는 선하고 아름다운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나이가 들어서 내 청춘은 참 아름답고 선했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앞에 임박한 죽음에 눈을 돌려야 마땅한 때에 말이다. 당시의 나는 젊었고 따라서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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