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때 자유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35세 때 보수주의자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 윈스턴 처칠
41쪽

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나이들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 칼 포퍼

45쪽


<왜 386이 문제 세대인가? (1)>


지금 대학생이 들으면 ‘설마‘ 하겠지만 스물 살을 갓 넘긴 이들이 세상에 대해 품은 적개심만큼 세상도 내심 386을 두려워졌다. 이들의 한마다 한마디는 언론의 주요 관심 사안이 됐고, 정치인들도 이들과의 관계를 허투루 할 수 없었다.

교정을 벗어나 세상과 부딪친 이들은 빠르게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문법을 익혀나갔다. 요새 젊은이들이 어떻게든 졸업을 유예하며 취업준비생으로, 공무원시험 준비생으로, 학원가와 고시촌을 전전하는 나이에 과거 386세대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됐다. 아니, 그 세상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이들은 그렇게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성공의 경험을 하나하나 축적했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권력의 속성은 그에 따른 덤으로 이들에게 흡수됐다.

투쟁에 나선 일부 대학생 그룹은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다 보니 그에 걸맞은 힘을 과시해야 했고, 결국 그들도 허세가 낀 **권위주의가 몸속에 파고드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학생운동 조직에서는 ‘회장님‘과 ‘의장님‘을 중심으로 **교조주의 냄새가 갈수록 짙어졌고, 내가 속한 진영과 속하지 않은 진영 사이의 ***중간 지대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들이 한때 거악에 맞서 투쟁 전선에 나섰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경험이 있으면 있는 대로, 그 부채감으로 인해 더욱 적극적으로 공통의 집단 심성을 받아들였을 테니까.

프랑스 아날학파가 제시한 **‘망텔리테 mentalite‘의 개념처럼 말이다. **망텔리테란 사회를 특징짓는 신념이나 관념, 관습의 총체 또는 한 인간 집단의 습관적 사고 양식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집단 심성을 통해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행동을 꿰뚫어 볼 수 있다.

40-44쪽

<왜 386세대가 문제인가 (2)>


386세대에게 그런 코호트 효과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번째로, 군사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이뤘다는 자부심을 꼽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배양된 조직화 능력, 함께 어깨를 걸고 밀어붙이면 끝내 이뤄낼 수 있다는 낙관주의도 빠뜨릴 수 없다.

반면에 괴물과 싸우면서 닮아간 권위주의, 자부심이 변질돼 나타난 우쭐함과 함께, 실행보다 말이 앞서는 공허함도 386세대 안에서 풍겨 난다. 앞서 말한 교조적 성향도 코호트 효과에 따라 드러난 특징이다.

그러나 가장 큰 특징은 따로 있다.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오랜 기간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386세대에겐 19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또 2000년대에 와서도 늘 스피커가 쥐어져 있다.

사회에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낸 것을 넘어 사실상 오늘의 한국 사회를 설계해왔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386에 의한, 386을 위한, 386의 나라다. 도무지 늙지 않는 불로 세대의 최장기 집권, 이것이 코호트 효과 관점에서 본 386세대의 가장 큰 특징디ㅏ.


46-7쪽

간간이 떠올리는 **‘산업화세대‘나 ‘유신세대‘도 주도권 장악의 경험을 세대 전체가 공유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패배의 경험을 공유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386세대가 전 세계적으로 특수한 것은 아니다. 종종 386세대와 비교되곤 하는 게 유럽의 68세대(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과 이에 동조해 청년 문화를 이있던 유럽과 미국의 젊은 세대)다. 

그러나 반전(反戰)과 반체제를 기치로 떨쳐 일어난 이들의 혁명은 **실패했고, **정치적 주도김을 확보하지는 못한 채로 서구사회 변화의 **자극제가 됐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이후 **‘전공투 세대(전국학생공동투쟁희의‘의 준말로 1960년대 말 일본에서 나타난 새로운 흐름의 학생운동을 경험한 세대)로 불리게 될 학생들이 대대적인 반정부 폭력 투쟁에 나서지만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곧 소멸되었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주목을 받았지만 인구학적 변화의 원인이 됐을 뿐, 정치직 주도권을 쟁취한 경험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결국, 강렬한 승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기 때부터 사회의 한축으로 올라선 뒤 수십 년째 주도권을 놓지 않는 세대가 386세대말고 또 있을까 싶다. 386세대는 그러한 특징만으로도 독특한코호트 효과를 발휘한다. 자신들의 초장기 집권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한편, 후배 세대들에게 바통을 넘기지 않아 세대의 순환과 시회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바로 그 점이다.


4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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