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세대, 저주받은 사회>
시시때때로 **‘우리 때는‘을 꺼내 드는 주역은 지금 50대 중반 즈음을 지나고 있는 세대, 흔히 386(지금은 586)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니고 30대의 나이에 사회 주역이 된 그들의 ‘때‘와 1990년대 중반에 서태지로 표상된 문화를 향유했던 이들의 ‘때‘는 분명 다르다.
너도나도 힘들었던 **imf체제 시기를 나름의 능력과 운으로 헤쳐간 게 386세대다. 나라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이들은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말단이나 그 바로 위의 대리급이어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했다.
회사마다 연봉 높은 선배, 임원들이 잘려나가고 신입직원은 뽑지 않으며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에 386세대는 수년간 큰 어려움 없이 조직 내 위상을 키워갔다.
그 무렵 **386 벤처 키즈도 대기 등장했다. 1996년 코스닥시장개설과 1997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 여기에 1980년대 벤처 1세대 선배들이 닦아놓은 토양 위에 이른바 ‘군단 을 이뤄 등장했다고 당시 언론은 설명한다. 김범수(카카오, 66년생), 김정주(넥슨, 68년생), 김태진(엔씨소프트, 67년생), 안철수(안랩, 62년생), 이동형 (싸이월드, 65년생), 이재웅(다음, 68년생), 전제완(프리챌, 63년생)등이 대표선수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1990년 **전후 과외 및 학원 허용, 수능시험 도입 바람을 타고 논술이나 입시학원, 유학윈 등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어 막대한 부를 기머쥔 이들도 대체로 386세대다. 널리 알러진 이들만 꼽아도 손주은(메가스더디, 61년생), 이범(메가스터디, 69년생), 박정(박정어학원, 62년생), 성봉주(외대어학원, 60년생), 정청래(길잡이학원, 65년생) 등 적지 않다.
심지어 전두환 성권의 3S 정책(Sports Screen Sex의 머릿글자를 딴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쓴 우민화 정책) 중 하나로 프로스포츠가 태동(프도스포즈가 태동(프로야구 82년, 프로축구 83년, 농구대잔지 83년)한 덕을 본 스포츠 선수들 대부분도 386세대에 속한다. 선동열(63년생), 황선홍(68년생), 허재 (65년생)와 같은 ‘전설‘들은 1990년대부터 지금끼지 선수로, 감독으로 30년 넘게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25-7쪽
**명실공히 386세대는 2019년 현재 대한민국을 주무르고 있다. 생애 주기로 봤을 때 50대가 가장 무르익은 시기라 한다면 당연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50대의 사회적 역할이 무거은 만큼 시대와 함게 사회 주도 세력은 끊임없이 교체된다는 사실 또한 당 연하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운동을 전후해 20대부터 사회적 목소리를 키워온 386세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앞 세대가 쓸쓸히 퇴장한 자리를 넘겨받은 뒤 40대에도, 50대에도 그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30대, 40대의 그들에게 주어졌던 자리가 지금의 30대, 40대에게는 대물림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권력 중의 권력이라 할 수 있는 청외대를 살펴보자.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의국정상황실장은 37세의 이광재 (65년생)였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참여정부에서 비서관, 행정관을 했던 인사들이 15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다시 비서관 자리에 앉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첫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을 지낸 백원우 (66년생)는 집에정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두 번의대 경력 사이에는 17, 18대 국회의원 경력도 있다. 2007년 1정부 대통령비시실 행사기회비서관으로 청외대를 나와 8년 0도 있다. 2007년 참여와 8년 동안서울시 성북구청상을 지낸 김영배 (67년생)도 현재 백용민정비서관식에 있다.
28쪽
디씨인사이드, 오늘의유머, 대학교 대나무숲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키를 훑다 보면 386세대 상사에 대한 온갖 불만과 욕이 쏟아진다.
배울 만큼 배우고 먹을 만큼 나이도 먹었다는 사람들의 날 선 분노가 녹아든 글들을 차마 그대로 지면에 옮기지 못해 정제하고 다듬었다.
흔히 ‘꼰대‘라는 말로 386 대를 표현하곤 하지만 국어사전상 정의(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를 뛰어넘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 아래는 ‘꼰대‘와 ‘386 (혹은 586)‘을 키워드로 온라인 커뮤니티 검색 결과로 찾은 아랫세대가 바라보는 386의 모습이다.
**"입만 놀리고 손발은 까딱 안 하는 월급루팡."
"신입은 컴퓨터활용자격증에 토익도 만점인 사람만 찾으면서 정작영어 한마디 엑셀 한 줄 쓸 줄 모르는 무능력자."
"스펙만 높고 일은 할 줄 모른다고 후배들 야단치면서 일 터지면 정치권 동창에게 전화 돌려 처리하고 법카로 생색내는 구약."
"거악(巨惡, 독재)과 싸운 과거 팔아먹고 살면서 생활 속 소악(惡)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이중인격자."
"자기들은 꿀 빨아먹고 헬조선 만든 이들."
30쪽
386세대를 조롱한 노래도 이미 한참 전에 나온 바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퇴근 후에 넥타이를 풀고 찾아와 옛 추억에 잠겨 노래 한 곡 워어어어 케케묵은 노래들을 불러대며 울어대네 아름다운 젊음이여 흘러간 내 청춘이여 너희들이 정녕 민주화를 아느냐 이 손으로 일군 민주주의 대한민국 요즘 어린 것들은 몰라도 한참 몰라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 밤섬해적단, (386 sucks>(2010) 중에서
31쪽
김용민의 2009년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 ㄱㄹ은 곧바로 ‘20대 개새끼론‘으로 명명되며 20대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0대를 적으로 돌리는 대신 그가 상찬의대상으로 삼은 것은 다름 아닌 386세대였다. 학점에 목매고, 스펙 쌓기에 혈안이 돼 사회 부조리에 눈감는 20대라는 그의 지적을 온전히 부정하지는 못하지만, 그가 왜 20대에게만 화살을 돌렸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
그는 **유능하고 정의감 넘치며, 무엇보다 저항에 대한 성공의 경험을 가진 386세대에게 왜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지를 묻지 않았다. 그 대신 ‘20대여 봉기하라‘를 외쳤고, 봉기하지 않으니 너희에겐 이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인 협박을 한 셈이다.
***386세대가 오롯이 자신들의 희생만으로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쟁취했다고 믿는 것은 **오만한 채권자적 태도다.
**1987년거리에는 80년대 학번을 가진 20대 대학생만 있지 않았다. 명동성당에 갇힌 시위대를 위해 도시락을 모아 건넨 계성여고 학생들이 있었고, 시위대를 물심양면 도운 *사제들이 있었다. *넥타이를 매고 행진을 벌인 아저씨들이 있었으며,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동참한 *택시기사들과 흰 손수건을 흔드는 *시민의 물결이 있었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김대중, 김영삼과 같은 정치계 거물도 있었다.
38쪽
추억으로 운동을 이야기하는 사람 많다
운동한 기간보다 운동을 이야기하는 기간이 더 긴 사람이 있다
몸으로 부닥친 시간보다 말로 풀어놓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운동 현재가 없는 운동을 현재로 끌어오는 그들의 공허함
- 도종환, 운동의 추억』(1998)
4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