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독서가>
- 책을 사는 것, 서문만 읽는 것, 부분부분만 찾아 읽는 것, 그 모든 것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듯이 절대적인 비법은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빠른 검색 결과로 나온 정보는 잘게 잘려진 것이고 그것을 감싸고 있는 문맥이나 전체적인 체계까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파편화된 정보에만 의지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통찰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 ‘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있지 않은 것을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허영이죠. 요즘 식으로 말하면 허세일까요. 저는 지금이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 자신의 정신의 깊이와 부피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래서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즐기면서 그것으로 자신의 빈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적 허영심일 거예요. 오늘날 많은 문화 향유자들의 특징은 허영심이 없다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는 합니다.
5-19쪽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있어 보이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지만 이 두가지는 ‘목적 독서‘입니다. 그러므로 그 목적이 사라지면 독서를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지속적이지 않죠.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책을 읽는다면 책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오래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 너무 많죠. 그런데 저는 재미의 진입 장벽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몸에 안 좋고 정신에 안 좋은 재미일수록 처음부터 재미있어요. 상대적으로 어떤 재미의 단계로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재미라기보다는 고행같고 공부 같은 것일수록 그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신세계가 열리는 겁니다. 독서가 그러한데요. 책을 재미로 느끼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단위 시간이 있습니다.
- 어느 단계까지는 억지로 계속 책을 읽는 것 같은데 그 단계를 넘어서면, 넣은 족족 가라앉듯이 눈에 보이게 되는 거죠. 어떤 일이라는 건 어떤 단계에 가기까지 전혀 효과가 없는 듯 보여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효과가 확 드러나는 순간이 오죠. **양이 마침내 질로 전환되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그 재미가 한 번에, 단숨에 얻어지는 게 아니어서 더욱 의미가 있고 오래갈 수 있는 겁니다.
- 전문성이란 깊이를 갖추는 것이겠죠. 그런데 깊이의 전제는 넓이입니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아요. 넓이의 전제가 깊이는 아니거든요. 지적인 영영에서 교양을 갖추지 않는다면 전문성도 가질 수 없죠.
-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 인생의 숙제처럼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