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미학>
아직까지 사과를 거부하면서, 흉악한 전범들을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놓고 떠받드는 일본 우익 멜털리티의 저변에 깔려 있는 건 바로 **파시스트 운명철학이다.
변태적 유미주의
파시스트 운명철학과 짝을 이루는 게 바로 변태적 유미주의, 즉 **죽음의 미학이다. 이 봉건낭만주의는 파시스트 이데올로기 속에서 각별한 역할을 한다. 가령 가미가제를 생각해보라. 이들은 자기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따져보지 않고, 그저 ‘어떻게‘ 죽을까만 고민한다.
그렇게 하도록 교육받았다. ‘내 죽음이 정말 나라를 위한 것인가?‘ **이런 골치 아픈 고민은 권력을 잡은 우리에게 맡겨 두고, 너희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멋있게‘ 죽기만 해라.
2차대전 당시 일본 군부는 병사들에게 포로가 되느니 차라리 자결을 하라고 강요하면서 이를 **‘옥쇄‘라는 말로 미화한 바 있다. 죽음의 미학. 여기에는 이렇게 실제의 **강요된 죽음을 ‘순절‘로 은폐하는 묘한 효능이 있다.
이 변태적 유미주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첫째, 죽음의 미학은 단순무식한 파시스트 대중들을, ‘내가 목숨을 바치려는 이 대의가 옳은 것인가‘하는 **번잡한 내용적 고민에서 해방시켜준다.
둘째, 이 변태적 유미주의의 예술적 형식은 그릇된 이념에 바쳐진 무의미한 개죽음을 숭고한 영웅의 죽음으로 변용시킴으로써, 대중들로 하여금 **묘한 미적 도취 상태에서 쉽게 목숨을 내던지게 한다.
셋째, 죽음의 미학은 이 인간 도라마의 또라이 관객들은 물론 이 도라마를 연기하는 또라이 배우들까지도 감동시킨다. 원래 쉽게 감동을 먹는 게 단순무식한 파시스트 또라이들의 특징이다.
물론 남들에게 죽으라고 강요했던 그 패장들은 정작 삶에 미련이 남았는지 옥쇄도 않고 요리조리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다 결국 교수대에 목이 대롱대롱 걸렸다.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다.
87-8쪽
<수동성과 적극성>
파시스트 운명철학과 변태적 유미주의. 이 두 요소가 국적을 달리하는 모든 파시스트 이데올로기의 국제적 공통성이다.
한편으로 파시즘은 대중들에게 극단적인 수동성을 요구한다. 즉, 정치적 탄압기구를 동원해 대중들의 정치참여와 개인적 의사표현을 가능한 한 억압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일단 자기들 마음대로 국가적 목료를 결정하면, 이제 파시스트들은 이 헛된 망상을 실현하기 위해 대중을 동원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이제 이들은 극단적으로 수동적이었던 대중들에게 극단적 적극성과 자발성을 요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이들은 신화와 미신을 동원해 자기들의 이데올로기를 종교의 수준으로 신성하게 끌어올린다.
이때 동원되는 것이 바로 파시스트 죽음의 미학이다. 다시 말해 변태적 유미주의는 파시스트 종교예술의 본질적 특징이다. 다음에 거론할 몇 가지 파시스트 미학의 특성들은 모두 이 두 요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예술적 세계관>
파시스트의 세계관은 예술적이다. 물론 이들이 고상한 미적 취한("세련된 균형감각")가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의 미적 취향은 **유치한 키치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파시스트의 세계관이 예술적이라는 얘기는 그들이 현실과 허구를 마구 넘나든다는 뜻에서다.
물론 ‘진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대중들로 하여금 허구를 현실로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파시스트들의 **황당한 논리는 **논리적으로 정당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자기들의 세계관을 정당화하는 데 *예술적 수단, 즉 **허구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령 조갑제와 이인화의 글을 읽어보라. 만화다. 이들은 자기들의 세게관을 형성하는 데 과학을 이용하지 않고 **예술적 상상력을 이용한다.
발터 벤야민은 사회주의 예술과 나치 예술의 차이를 **‘예술의 정치화(사회주의 예술)와 **‘정치의 예술화(나치 예술)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적절한 말이다. 사회주의자들의 세계관은 어디까지나 논리적 과학적 작업의 산물이었다. 이들이 예술을 정치의 무기로 만들어 종종 경향예술로 전락시켰다면, 나치는 그 반대다.
나치의 세계관은 고의의 산물이 아니라, 처음부터 신화 · 전설 미신 등 예술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들은 외려 과하을, 자기들의 예술저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입증하느 수단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들에게는 정치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예술적 사건이다.
물론 파시스트 대중들 역시 예술적이다. 이들은 **세계관의 공백을 파시스트가 쓴 역사소설이나 전쟁소설 따위로 메운다. 이론은 복잡하나 소설은 간단하고, 이론은 딱딱하나 이야기는 물렁물렁하고, 이론은 냉정하나 소설은 뜨거운 감동을 주지 않는가. 조갑제의 말이다.
"서구의 빛나는 이성과 합리보다는 그늘진 감성과 정감 / 과학과 수학보다는 문학과 예술이 더 어울리는 분위기.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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