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정치학

 최초의 유대인 아브라함의 도주를 생각해보자. 그는 도시 생활의 화려함에서 멀리 떨어져 유목 생활을 하기 위해 문명 세계의 중심지인 메소포타미아의 도시 우르를 떠난다. 사람을 타락시키는 도시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도시, 국가, 정치권력에 대한 의심은 성서를 통틀어 끊임없이 반복되는 테마이다.

  이는 모세 이야기에서도 되풀이되는데, 
모세는 국가를 초월한 더 높은 권위를 빌려 통치자, 여기서는 파라오에게 책임을 묻는 예언자의 전형이다. 예언자 개념은 성서가 정치사상에 가장 중요하게 이바지한 부분이다.

성서의 정치적 가르침을 살펴보면, 대체로 정부(유대인 정부이든 비유대인 정부이든 가릴것 없이)가 내세우는 법은 불공정하며 통치자들은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는 식의,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고발이다. 

<<내가 알기로 성서처럼 분명하게 개인의 양심을 정치 통치자들의 권위보다 위에 두는 고대의 문학작품은 결코 없다.>>

 그리스 사상에서 예언자의 역할에 가장 가까이 그나마 근사치로 접근한 것이 소크라테스가 차지한 위치다. 소크라테스는 해서는것을 알려주는 자신의 디이몬 dainon [신령]에게 불의로부터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간청한다.

176쪽.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소크라데스가 말했던다음 대목을 떠올려보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소크라테스, 당신이 우리를 떠난다면 침묵을 지키고 조용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야말로 여러분 중 일부를 설득해내기가 무엇보다 까다로운 대목입니다. 

*** 이건 ‘신에게 불복하는 일‘이고 

그렇기에 조용히 지내기 불가능하다고 내가 말하면, 여러분은 내 말을 믿지 않고 내가 비꼬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또 반면에 내가, 인간에게 가장 좋은 일은 날마다 덕목에 대해 토론하고, 지금 여러분이 듣고 계신 것처럼 대화를 통해 내가 나 자신과 나머지 사람들에게서 검토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렇게 

*** ‘검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고 한다면, 여러분은 이렇게 말하는 나를 훨씬 못미더워할 겁니다." (37e~381) 

여기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은 우리 식으로말하면 시민 불복종이라 할 만한데, 그의 호소는 역대 그리스인들이 한주장 가운데 지도자들을 꾸짖는 성서 예언자의 주장에 가장 근접하다.

국가와 지배 권력 같은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야말로 성서가남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유산이다.

 성서는 정치의 어떤 면이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보고 있을까? 

*** 국가와 정치적 지배가 위험한 이유는 ‘우상숭배‘에 대한 유혹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상숭배 금지 계명은 성서의 가르침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일 것이다. 우상숭배는 단순히 금이나 흙으로 된 사물을 향한 숭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 우상은 여러 형태를 띨 수 있다. 우상은 사회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무엇배하는지 말해주는 바로미터와 같다. 

177쪽

우상은 돈일 수도 있고 명성, 건강, 지위일 수도 있으며,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성서가 가르치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신은 오직 하나라는 것, 오직 이 신만을 섬기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제도 속에서 신의 대리물을 찾는 일이나, 우리를 통치하면서 자신을 숭배의 대상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피해야 한다. 성서가 확실하게 경고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통치자를 신으로 만드는 이런 경향(아주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경향)이다.

우상숭배에 대한 두려움은 단지 오랜 미신만은 아니다. 우상숭배는 인간의 영원한 기질로 남아 있다. 그것은 사람이나 사물, 또는 제의에 어떤 초인적 힘을 투사投射하는 일종의 물신화이다.

 우상숭배는 이런 힘이 투사된 사물에도 적용되지만 그것이 생겨나게 된 독특한 열정에도 적용된다. 우상숭배의 심리학적 근거는 20세기 위대한 신학자의하나로 꼽히는 에밀 파켄하임이 탁월하게 검토한 바 있다. 

*** "고대의 우상숭배자들은 어떤 감정(두려움, 희망, 기쁨, 고통)을 외부의 한 사물에 투사하고, 그런 다음에 그 사물을 숭배한다. 이제 그 사물은 더는 한낱 사물이 아니다. 투사된 감정이 그 사물에 나름의 생명을 주는데, 그것에 이 생명을 불어넣는 특수한 봉헌의식이 있을 수 있다. 아니 심지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사물은 숭배자와 다르다는
이유에서 그리고 숭배자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이유에서 숭배가 생겨나지만, 이 사물은 유한하므로(왜냐하면 그것은 사실 하나의 사물이기 때문에) 그 숭배는 우상숭배이다."

178쪽

***사무엘이 사울을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임명한 뒤 예언자들의 통치는 막을 내렸는지 몰라도, 예언자들이 국가의 양심이라는 역할까지 잃은 건 아니었다. 바로 이 점에 성서의 정치이론을 다른 모든 저서의 정치이론과 구분해준다.

***예언자들에게 지워진 역할은 예언자가 통치자를 질책하는 사람이자 양심의 목소리로 행동하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도덕률(양심의 소리)을 따라야 한다는 관념은 어쩌면 성서가 선서하는 가장 독특한 정치적 가르침일 것이다. 물론 도덕률에는 다윗, 왕인 다윗조차 귀를 기울여야 한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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