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성의 정도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국가, 경제권역,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네 가지 범주가 있다.


 1. 연결이전 underconnected 상태.

 고립된 고대 문명, 원시 문화, 미개발국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둔감하며 내부의 자체 변화 속도 또한 매우 느리거나 아예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권은 새로운 환경과 맞닥뜨리는 순간 큰 충격을 경험한다. 그 결과 일어나는 문화지체 현상의 영향은 그야말로 파괴적이다.
  원시사회의 토착 문화는 현대 세계와 접촉하는 순간 파괴된다. 물론 현대사회 중에도 연결이전 상태에 있는 사례가 존재한다. 내가 주목했던 아이슬란드는 20세기전까지만 해도 줄곧 연결이전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2. 상호연결interconnected 상태.

 주변 환경이 점진적으로 변화한다면 기업이나 경제 시스템, 정부기관 등이 그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능력을갖추고 있는 상태다. 환경 변화가 너무 급격하지 않는 한, 이 주체들은 자연스럽게 그 변화에 적응한다. 

한편, 이 주체들이 먼저 변화를 주도하고 또 그 속도가 점진적이라면, 그들이 먼저 환경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이때 환경은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고 변화의 주체외 보조를 맞출 수 있다. 문화지체는 미미하거나 혹은 일어나지 않는다. 철도가 등장하기이전의 시카고는 상호연결 상태를 보여 주는 적절한 예다.


3. 고도연결 highconnected 상태.

  연결성이 높고 모든 상황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임계 지점이다. 고도의 연결성은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상태에서는 기업, 경제 시스템, 정부기관들이 변화를 주도한다. 주변 환경은 변화 직응에 어려움을 겪지만 최소한의 혼란을 감수하면서 그 과정을 극목해 낸다. 

상호연결성이 급격한 환경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각 주체가 유연성을 확보한다면 적절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우려할 만한 수준의 문화지체가 일어나지만, 사회는 거기에 대처해 번영을 지속해 나간다. 20세기 후반의 실리콘밸리와 20세기 초의 시카고는 고도연결 상태에서 번영을 누렸던 경제지역의 알맞은 사례다.


4. 연결과잉 overconnected 상태.

각 주체들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주변 환경이 변화 속도에 대처하지 못하는 단계다. 또는 그 반대 상황도 일어난다. 상호연결성이 높아지면서 주변 환경이 급변해 문화지체 현상이 일어나고 사회 주체들이 거기에 압도되어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조사한 아이슬란드가 가장 적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30쪽.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후기 산업 시대의 네트워크와 연결성 사이의 역학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특히 그 연결성이 특정 한계 수위에 다다랐을 때 해당 시스템이 조정 기능을 상실하는 현상, 즉 연결과잉 overconnectivity으로 일컬어지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연결과잉 환경은 매우 불안정하기 마련이며, 급격한 변화뿐 아니라 여러 우발적 사고에도 그 취약성이 드러난다. 이러한 현상에 관해서는 1958년 프린스턴대학의 이론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유진 위그너Eugene Wigner 의 논문에서도 실명된 바 있다.

 그는 일정 조건에서 규모가 큰, 서로 연결(결합)된 특수한 형태의 물리계 physical system 는 항상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시스템의 규모가 확대되고 상호연결성이 강화될수록 불안정 상태가 발생할 확률은 커진다. 

위그너가 분석에 이용한 방정식은, 경제학자들이 경제 시스템을 분석하는데서 쓰는 방정식과 매우 유사하다. 1970년 영국의 사이버네틱스 전문가 W. 로스 애슈비w. Ross Ashby는 위그너의 논문을 보완하는 글을 발표했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모든 거대하고 복잡한 동적 시스템의 연결성은 임계점에 이를 때까지만 안정적인 특성을 보이며, 이후 연결성이 커질수록 급격한 불안정 상태에 이른다."

 28쪽

물론 이것은원자로 내에서 두 제어봉 사이를 지나치게 떨어뜨리거나, 원자폭탄 속의 우라늄을 임계질량critical mass(핵분열 연쇄 반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질량)에 다다를 정도로 결합시킬 때 일어나는 현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경우 원자로의 노심心은 용융 상태(멜트다운)에 이르고, 원자폭탄은 폭발을 일으킨다.

 상호연결성의 급작스러운 증가는 두 가지 가능성을 안고 있다. 

첫째, 상호연결성으로 말미암마 매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 윌리엄 오그번이 ‘문화지체 cultural lag‘ 라는 용어를 정의하면서 설명한 대로 - "문화의한 요소가 변화하면서 지금까지 보조를 맞추어 왔던 주위 환경이 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다.

 상호연결성의 증가에서 어느 정도 비롯한다고 볼 수 있는 기술 변화는 새로운 제도나 사회적·경제적 기관을 창출해 내는 능력이 있다. 반면, 주변 환경은 그 새로운 것들을 수용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주변 환경이 기술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사실은 연결과잉 현상이 상당한 문화지체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우리의 주변 환경은 우리와 연결된 여러 존재들로 구성되는데, 연결성의 과도한 증가는 그 연결 존재를 갑작스럽게 변화시키며, 그에 따라 우리의 제도나 사회적 · 경제적 기관들 또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다. 엄청나게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한, 제도나 기관들은 환경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이는 또다시 상당한 문화지체 현상을 낳는다.

2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