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학사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 지음, 박민수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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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의미에서 스콜라철학의 방법은, 다음 절에서 상세히 논의될 아벨라르가 개발하고 이를 모범으로 삼아 대다수 스콜라철학자들이 사용한 특수한 방법적 과정을 가리킨다. 이는 일정 견해와 관련해서 그 찬반 논거를 변증법적으로 대질시키는 방법이다. 

이런 이유에서이 방법은 ‘프로 에트 콘트라pro et contra (찬성과 반대)나 ‘시크 에트 논sic et non (예와 아니오 - 이는 아벨라르의 저작 제목이기도 하다)이란 명칭으로 불렸다. 

그런데 스콜라철학의 특성은, 이런 방법적 과정에서 논거들이 ‘현실에 대한 직접적 관찰‘이나 ‘선입견 없는 이성적 고찰‘로부터 도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한 논거들은 선배 사상가나 교부들의 요구 및 성서 자체의 내용에서 도출된다. 

즉 스콜라철학자는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선배 사상가들의 모든 참고할 만한 관점을 조사해서 서로 비교하여 그 타당성(내지 권위)을 고잘하고 또 비판적 검증도 마친 후에- 흔히 다양한 견해가 중재되거나 종합된- 결론을 얻어 낸다.

355쪽

여기서는 (우선) 두 가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보편자에 대해 개별자보다 더 높은 현실성을 부여하는 입장은 ‘실재론Realismus‘이라 불린다. 

이와 대립하는 입장은, 개별자만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하다. 그에 따르면, 보편적 개념은 현실이 아닌 오직 우리의 지성에서만 존재하며 따라서 한갓 이름에 불과하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 입장은 ‘유명론Nominalismus‘ 이라 불린다( ‘이름‘을 뜻하는 라틴어 ‘노멘nomen‘ 에서 유래한 명칭).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중세의 ‘실재론‘은 오늘날의 언어 사용에서와는 다른 의미, 아니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에는 ‘실재론자(현실주의자)Realist라 하면 우리를 둘러싼 시공간의 현실을 믿는 사람을 가리키며, 반면 관념론자(이상주의자)Idealist 라 하면 이 세계를 한갓 ‘현상‘으로 여기고 그 배후의 참된 현실, 즉 이념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스콜라철학에서 뜻하는 실재론은 오늘날에 관념론이라 불리는 것과 일치한다. 즉 여기서 실재론은 개별 사물보다 보편적 이념에 더 높은 지위와 현실성을 부여하려는 신념과 학설을 가리킨다.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 아리스토텔레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명료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따라서 보편 논쟁에 관여한 유파들 모두가 아리스도텔레스를 논거로 삼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이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본다면 실재론자들은 플라톤과 신플다돈주의로 좀 더 기울었고, 유명론은 아리스토텔레스가 - 특히 후기 스콜라철학에서 - 점점 더 유명해지고 높은 평가를 받을수록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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