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고전예술 편 (반양장) - 미학의 눈으로 보는 고전예술의 세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중세인과 달리 고대인은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올림포스 산정에서 신들과 더불어 세계를 영원한 모습 아래 내려다보는 것이 그들의 이상이었다. 르네상스는 이 고대적 믿음의 부활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영원의 상 아래에서‘ 본다는 스피노자의 합리주의적 인식론은 곧 세계를 신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저 날개 달린 눈이야말로 ‘신의 눈‘이 된 ‘인간의 눈‘이 아닐까?

화가 개개인의 주관적 능력을 떠나, 사물을 정확히 재현하는 ‘객관적‘ 시각은 없을까? 만약 그런 보편적이면서 객관적인 시각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물을 ‘영원의 상 아래에서‘ 보는 신의 눈에 가까울 것이다.

89쪽.


중세 예술이 초월적 세계를 가시화하려 했다면, 르네상스 ‘화가의 임무‘는 가시적 세계를 재현하는 데 있었다.

회화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우리 눈앞에 데려다주고, 이미 몇백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일지라도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신적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원격현전 tele-presence의 능력을 알베르티는 ‘신적인 힘‘이라고 부른다.

97쪽.

회화의 임무가 가시적 세계의 재현으로 바뀐 이상, 초월적 빛을 상징하던 금이 화면에 남을 이유도 사라진다. 물감으로 연출한 색채와 광휘는 초월이 아니라 세속에 속한다.

물감으로 빛과 금의 효과를 낼 때, 화폭의 내부는 철저히 시각적 가상이 된다. 그림 속의 빛과 금은 진짜가 아니라 물감에 불과하다. 이로써 실재와 가상, 사물과 기호는 철저히 분리된다.

10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