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인정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 나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경제체제나 새로운 정부-시장 시스템을 제시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내가 이 책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회철학적 견지에서 그 어떤 대안이든 그것이 근본적으로 기초해야만 하는 규범적 토대이다. 

나는 이 근본적 토대를 ‘인정관계‘로 규정한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의 결정적 문제점이 사회적 통합의 약화라면 그 대안은 사회적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하며, 사회적 통합이란 근본적으로 상호인정을 통해 형성된 공동체적 연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모든 사람이 서로를 완전하고 특수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것이 제도적으로 구체화될 때 사회적 연대가 이루어지며, 사회적 통합이란 다름 아닌 이를 통해 형성되고 강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1% 대 99% 사회가 사회적 통합을 해체한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이러한 상호인정관계 형성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회 통합의 근본 토대를 인정관계로 본 것은 악셀 호네트의 ‘인정이론‘에 따른 것이다. 호네트에 의하면 사회적 갈등과 저항이 일어나는 도덕적 원인은 사회구성원들이 현존하는 제도적 현상들을 정의롭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데 있으며, 이러한 부정의 경험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사회적 무시, 혹은 사회적 인정 요구의 훼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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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적 통합을 강화하는 방법은 인정관계의 확대에 있다. 왜냐하면 개개인은사회적 인정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자아실현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획득할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해당 사회의 완전하고 특수한 구성원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갈등을 넘어서 사회적 인정관계가 확대된다면, 한편으로 개개의 당사자들은 자신의 개성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확신할 뿐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다른 한편 더 많은 개인들이 완전하고 특수한 사회구성원의 범위에 포함됨으로써 사회 통합의 범위가 확장된다.

그런데 사실 사회구성원들이 서로를 완전하고 특수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사회적 관계가 다양하듯 다양한 형태를 갖는다. 즉 사회적관계가 가족, 정치, 경제, 문화 영역 등 일국적 영역과 이를 공간적으로 확대한 세계적 영역 중 어느 영역에서 형성된 사회적 관계이냐에 따라 서로를 완전하고 특수한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가 낳은 사회적 통합의 해체란 다양한 사회적 영역, 내지 다양한 사회적 관계의 토대를 이루는 상호인정관계의 위기라 볼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각각의 영역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인정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제반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현대사회의 변동 과정을 추적하면서 여기에 담긴 새로운 인정 요구를 도출해내고, 이를 통해 오늘날 대안적 사회의 토대가 되는
‘인정관계‘가 무엇인지를 밝히려 한다. 그리고 내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5대 인정‘ 이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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