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평양을 떠난다는 소문이 퍼지자 백성들 또한 모두 도망가기 시작해 온 마을이 텅 비게 되었다. 그러자 임금께서 세자에게 대동관 문 앞에 가서 노인과 어른들에게 평앙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뜻을 전하게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믿질 않았다.
"동궁 마마의 말씀만 가지고서는 민심을 수습할 수 없습니다. 성상께서 친히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날 할 수 없이 임금께서 대동관 문에 나이가셨다. 그러고는 승지에게 평양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말을 선하게 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엎드려 절하고 통곡하더니 물러갔다. 얼마 후 숨어 있던 백성들이 모두 돌아오게 되자 성은 다시 예선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나 이미 적군이 대동강변에 출몰하기 시작했고, 재신 노직 등은 종묘사직의 신주를 받들고 궁인들을 호위하며 성을 나섰다. 이 모습을 본 성안의 아전과 백성들이 난동을 부렸다. 그들은 칼을 빼 길을 막고 나서며 폭행했다. 신주는 길에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들이 재신을 지목하며 말했다.

"너희들이 평소에는 편히 앉아 국록만 축내더니 이제 와서는 나라를 망치고 백성미저 속이는구나!" 

이 무렵 연광정에서 임금께로 향하던 아녀자와 어린아이까지 분노를 감추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았다.

"성을 버리고 갈 거면 왜 우리는 성안으로 들어오게 했소? 이야말로 우리를 속여 적의 손에 넘겨주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대답을 마친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신은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렵습니다. 밤을 새워 달려가 명나라 장수를만나 구원병을 의논해 봐야 하겠습니다."

물러나온 즉시 이유징을 불렀다. 그러곤 임금과 나눈 내용을 알려 주었더니 그가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아니, 그곳은 적의 소굴인데 어떻게 간단 말씀입니까?"

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나라의 녹을 먹는 자는 어떠한 어려움도 피하지 않는 것이 도리요. 지금 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데 끓는 물속이라도 들어가야 할 때에 이정도 일을 피하려 한단 말인가?"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원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정강가에 이르러 보니 해는 이미 서산에 기울고 있었다.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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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3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inema Paradiso 2019-10-03 21:26   좋아요 1 | URL
령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