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장 성매매에 투자하는 사회


p.155 이 같은[마르크스적] 관점에서 본펠드와 홀러웨이는 신용의 자본주의적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약 한 자본가가 은행에 대부를 요청하면,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나는 돈을 필요로 한다. 나는 이 순간 충분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나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가 나에게 충분한 잉여가치를 가져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이자를 붙여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그들을 충분히 착취할 것이다."


>> 그들을 충분히 착취할 거라니.. 표현이 정말 살아있다..


p.159 새로운 자본축적의 회로 속에서 노동자, 빈민, 자영업자들은 모두 자산소유자로서, 때로는 "시민-투기자"이면서 동시에 채무자로서 금융화에 깊이 연루되고 있다. (...) 앤드루 로스는 금융화 국면에서 사용되는 테크닉을 "뽑아 먹기 기술"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의 두 가지 황금률을 지목한다. 첫 번째는 '어떤 경우라도 채무자들의 부채 상환이 중단되지 않도록 할 것', 두 번째는 '채권자들의 금융 손실이 항상 변제되게 만들 것'이다.


p.173 위의 판결문은 유흥업소 여종업원 특화대출이 '여성들의 몸'을 담보물로 계산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명확히 지적했다.




📖 7장 채권으로 유통되는 여성의 몸


p.210 개별 인물이 가진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불안정성은 이같이 '위험을 묶는 기법'을 통해 예측이 가능해진다. 차용증 '채권의 묶음pooling', 룸살롱에서의 '여성의 집결pooling'은 개별 채권, /p.211 개별 여성들의 상품성 이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기법이 된다.




📖 8장 합리성의 가면


p.232 남성들에게 여성들의 '사이즈'는 여성의 위계적 몸 가치에 대한 차별적 가격 지불, 즉 '몸값'으로 이해되면서 진실의 척도인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만, 여성들에게 '사이즈'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성들에게 그것은 한정된 시간을 늘려주는 근거가 되는 동시에 부채 규모를 의미하기도 한다.


p.233 성매매 업소의 세분화된 등급은 각 업소에 속한 여성들의 외모에 등급이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내는 한편 여성들이 외모에 따라 각각 다른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합리화하는 메커니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텐프로, 쩜오, 퍼블릭, 소프트풀 등으로 이어지는 성매매 업소의 등급이 외모가 여성의 가치를 좌우한다는 걸 아주 공고히 하고 있다.


p.235 (...) 자발적인 조정을 강제하는 장치 (...) 다른 여성들과의 비교와 타인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등급'과 위치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p.255 성매매는 단순히 개별 남성과 개별 여성의 성적 실천, 성적 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자로 동질화된 남성이 차별적이고 위계화된 가치를 가진 여성 개인과 이들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공정 가격'으로 구매하는 관념의 문제다.




📖 9장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도덕적 형상


p.291 사실상 신용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었고, (...) 이러한 (탈)신용 사회는 결국 신용평점이 낮은 사람들에게 리스크를 부과한다는 명목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과당 책정하고 이들의 삶 전체를 이윤의 원천으로 수탈하는, 합법적 약탈을 일삼는 곳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10장 누구를 위한 자기 투자인가


p.322 성형수술은 사실상 성매매 산업에의 '무료입장권'이 아니라 '필수적 진입 비용'일 뿐이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이 계속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언젠가는 상급 업소, 텐프로에 진입 가능한 프리패스를 가질 수 있다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p.323 사실상 수술 비용의 30% 이상에 달하는 브로커 수수료, 대출금이 건네지는 단계에서 추징되는 10%의 선이자 등 증가하는 모든 비용이 수술을 받는 여성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 성형수술을 하지 않으면 '초이스'를 못 받으니까, 돈을 더 많이 벌려면 더 많이 성형수술을 하라고 권하는 분위기에서 단계별 수수료까지 다 여성한테 덮어 씌운다.


p.327 한 명의 여성이 성형수술을 받으면 수많은 사람에게 각종 수수료를 통한 이익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여성들을 성형 시장으로 보내려는 힘은 점점 강해질 것이고, 성형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그만큼 증가할 것이며, 손님들의 시선에서 '통과'되어 '초이스'되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열망은 점점 더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p.347 자신을 중심으로 빠르게 순환하는 돈의 회로에서 물리적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여성들은 부채 상환의 도덕률이나 채권자에 의한 채무 상환의 압박 때문에 또다시 부채를 끌어오게 된다. 때로는 업소나 사채업자가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결근비'를 메우도록 하거나 이자를 채근하므로, 여성들은 '몸 노동'의 유한성에 직면하는 동시에 오히려 일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 며칠만 몸이 아파서 못 나가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미래 수명을 당겨써서 지금 닥친 이자를 갚는 느낌.




📖 11장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 주체


p.368 (...) 누가 이 시대 금융화의 수단으로 증권화되고 있는가라는 자본의 문제로 옮겨와야 한다. 여성의 몸을 수단화하며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자본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사용하는 대가로 여성들에게 현재의 자유를 허락하지만, 동시에 여성들의 '기대수익'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포박하고 있다.


p.387 (...) 오직 금융화된 성매매 산업 안에서만 신용을 획득하고 자신의 삶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체제에 대한 자기 분석이기도 하다.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성 인구를 만들어내고, 현금 흐름에 필수/p.388 적인 존재로 여성들을 담보화하는 흐름에 개입하지 않고는 성매매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매춘 여성의 몸과 미래 시간을 담보화하는 금융적 실천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미 합법적이며 합리적인 경제적 행위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십대 초반 여성들이 '몸만 있으면'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 산업에 덜 진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록금이 비싸지 않아서 학자금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면. 서울과 비서울에 있는 대학 간의 격차가 없어져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오기 위해 집을 구하는 등 추가 생활비를 지출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일정 소득 이하인 가정의 청년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보장해준다면. 여성의 외모에 서열을 매기고, 몸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가부장제+자본주의 사회 자체의 구조가 바뀐다면.




📖 나가며


p.396 신용을 통해 모두가 자본에 접근할 기회를 갖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여성들은 성매매 경제의 신용을 재생산하는 수단, 자신들의 채권과 함께 집결되어 신용 사회를 떠받치는 '담보물' 혹은 화폐 제조기가 되었다. '노동이 없는 존재'들에게 신용이 제공되는 현실 뒤에는 빈곤한 이들의 몸, 때로는 장기, 혈액 등 생명과 삶을 담보화하려는 논리가 숨어 있다.


p.397 신용은 빈곤한 이들의 몸과 미래의 삶을 수익으로 계산하고 이를 담보 삼아 사회 안에 내재한 불평등을 가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성별화된 경제 체제의 문제로 구성하지 않는다면 구제된 여성 한 명의 빈자리를 다른 여성이 채우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노동 없는' 여성들에게 신용이 부여되는 현실에 도전하지 않으면 '여성의 매춘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 자본주의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될 수록, 왜 이렇게 없는 사람 고혈을 빨아먹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될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2-04-27 1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용으로 달긴 했었지만, 읽다 보면 그거 나오잖아요. 성매매 수사하던 경찰이 경찰은 경찰복 경찰 돈으로 안사는데 왜 아가씨들은 홀복을 자기들 돈으로 사야하냐고.
돈 잘 벌려면 니들이 돈 써, 투자도 니들 몫이고 담보도 니들 몫이야, 라니. 착취도 이런 착취가 없죠. ㅠㅠ

고생하셨습니다, 나비님!

나비 2022-05-02 00:24   좋아요 1 | URL
정말 착취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요 ㅠㅠ

이 책 사놓고 1년 넘게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이번에 다락방님 덕분에 읽었습니다^^ 매달 독서모임 열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 책을 펴내며

p.13 이 책은 성산업이 여성에게 부과하는 부채를 중심으로, 업소 창업 자금, '화대', 술값, 여성들의 수입, 꾸밈 비용, 생계비 등 돈의 흐름 속에서 여성들이 즉각적으로 화폐화 가능한 존재가 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말하자면 여성이 성산업을 거쳐 상품이 되는, 상품화 과정에 대한 분석이라 볼 수 있다. (...) 나아가 이 책은 착취뿐 아니라 '수탈expropriation의 경제'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는 신용과 부채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질적 변화, 금융화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 1장 '소득', '부채'의 이분법을 넘어

p.34 여성들의 성매매 참여를 만들어내는 경제적 요인의 구체적 형식은 무엇이며, 이것은 성매매 산업에서 어떻게 구성되어 작동하는가? (...) 또한 이 질문은 이 시대 경제에 대한 "일반적 조명general illumination"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구조 안에 숨겨진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의 내적 관련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여성주의적 신념에 근거한다.

📖 2장 성매매를 바라보는 여성주의 정치학의 역사

p.48 신자유주의 시대에 도덕은 시장 질서를 위한 경제적 원칙을 운용하는 주요 원리가 되었다. (...) 도덕적 책임감과 합리적 경제 행동은 동일시된다. /p.49 부채 문제를 개별화함으로써 금융자본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부채 경제의 작동 준칙은 '남의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는 부채의 도덕률이다. (...) 그러므로 오늘날 성매매 여성들이 쉼 없는 성노동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라는 신자유주의적 도덕 명령과 분리되지 않는다.

p.60 (...) 여성 노동의 비노동화, 여성의 가정주부화, 나아가 매춘화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를 조직하는 원리다. 여성은 주부 또는 매춘부로, 이들의 노동이 교환되는 자본주의적 외양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위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 3장 성경제 분석을 위한 도구

p.62 이러한 부채 관계debt nexus는 선발 채무자, 후발 채무자, 차용증의 화폐적 거래를 가정하는 연쇄적 회로망 속에 놓인 관계다.

📖 4장 누가 부채를 조절하는가

p.93 다시 말해 여성들의 부채 규모는 어디까지나 한 여성이 다음 업소로 이동할 때, 업주가 여성과 함께 차용증을 넘기면서 채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

p.107 한 여성의 부채액은 단순한 족쇄가 아니며 여성을 통해 얻을 미래 수익, 다른 여성들이 진 부채액과의 균형, 차용증의 이전 가능성, 금리, 경제 상황 등과의 관련 속에서 조/p.108 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절은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업소의 전반적인 전략 아래 여성 몸의 교환 가능성과 이동을 고려해 이루어진다. 물론 조절의 주체는 업소와 업주다.

📖 5장 '부채 관계' 생산 장치

p.117 이러한 맥락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고리대 문제는 개인적인 불행을 넘어 은행과 사채업자가 결탁하여 이자와 신용이라는 약속을 부과하는 시스템을 통해 '매춘 여성-채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 이는 촘촘히 짜여진 '부채 관계'를 통해 여성들을 '돈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몸'으로 고착시키는 과정이다. 여성들은 단기 고리대 /p.118 금을 이용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신체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화폐와 교환되어 가격을 갖게 되는 유일한 장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

p.121 '호의'와 '신뢰'는 성매매에서의 부채 관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이로 인해 여성들은 스스로 부채 관계에 도덕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인격적 대면 관계에 있는 업주나 일수업자가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을 배반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p.136 이 지역의 집주인들은 돈이 될 것 같다는 기대에서 단독주택을 다가구 원룸 주택으로 개조했고, 이러한 원룸 주택이 많아진 이후 일수업자와 부동산업자가 개입해서 원룸에 대한 여성들의 '필요'를 만들어낸다.

p.139 '해코지'는 채권추심에서의 폭력, 협박을 의미하며 '속 편함'은 '내가 쓴 거 내가 갚는 것'으로 표현되는 부채의 도덕률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코지'와 '속 편함'이 바로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동시에 자발적으로 성매매 산업의 부채 관계에 참여하도록 하는 대표적인 원리다.


✔️중간 감상

얼굴에 보톡스를 좀 맞아야겠다, 가슴 성형을 해서 좀 크기를 키워야겠다는 말을 여성 지인들에게 들어본 적이 있다. 성형수술이 아니더라도 다이어트를 단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여성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여성의 몸은 부위별로 평가되고, 순위가 매겨진다. 마치 상품처럼 취급되는 거다.

그런데 성매매 여성들의 고리대 문제에서 여성의 몸은 ‘상품처럼’이 아니라 그냥 정말 ‘상품’이다. 성매매 여성에게 업주들과 일수업자들이 빌려주는 돈은 여성이 성매매를 통해 얼마나 벌 수 있을지를 고려해서 정해진다. 다른 업소와 빚을 교환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업소와 업주의 전략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의 부채 규모가 조절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2-04-07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많이 읽으셨네요, 나비 님! 저도 곧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상을 보니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의 구절이 떠오르는데 그게 어느 책인지를 모르겠네요. 조만간 레이디 크레딧 읽을 때 찾아서 함께 올리도록 할게요.

나비 2022-04-07 16:43   좋아요 0 | URL
오! 네네 감사합니다😍 이번 달에는 꼭 완독해보겠습니다!
 

#무엇이아름다움을강요하는가 #나오미울프


"화장품은 안 가지고 왔니? 그래도 여자는 화장을 해야 예의를 갖추는 건데..."
"턱에 보톡스 몇 번 맞으면 갸름해질 거 같은데, 해볼 생각 없어요?"
"출산하고 나서 뱃살이 빠지질 않아서 걱정이야."
"나이가 드니까 자꾸 등에 살이 붙어서 고민이에요."
"종아리에 알이 박힐까 봐 운동을 못하겠어."


살면서 들었던 외모 평가를 다 말하자면 밤을 새울 수 있을 것 같다. 얼굴부터 다리까지 '부위 별로' 떠올릴 수도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얼굴과 몸을 가꾸는 게 나에게도 너무 당연했다. 나도 속으로 늘 다른 사람의 얼굴과 몸을 평가했다. 미용실에 갈 때마다 패션잡지를 보면서 눈을 '단련'시켰다. 여성지 속 모델들의 잡티 없는 얼굴과 군살 없는 몸을 부러워했다.


그러다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다. 의무적으로 했던 꾸밈을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마침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던 시기였고, 어차피 마스크를 써야 하니 화장하기가 귀찮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꾸밈에 흥미가 없었고, 지금도 옷을 사러 쇼핑몰에 가면 피로가 몰려온다.


'화장의 문제는 여성이 화장하지 않으면 부족한 느낌이 들 때만 존재한다. 운동의 문제도 여성이 운동하지 않으면 자신이 싫어질 때만 존재한다. 여성이 꾸며야 귀를 기울여줄 때,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치장할 필요가 있을 때, 여성이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굶을 때, 여성이 사랑하는 사람을 매혹시켜야 자식을 돌볼 수 있을 때, 그럴 때 "아름다움"은 여성을 해친다.'(p.430)


꾸밈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p.430) 화장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안 하고 싶은 사람은 하지 않을 자유. 살을 빼고 싶은 사람은 빼고, 안 빼고 싶은 사람은 빼지 않을 자유. 세상의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도 그런 자유가 없다.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사십 대 후반인 지인이 나에게 말했다.
"나 정도 나이 되면, 화장을 안 할 수가 없어."
"아냐, 언니." 나는 다급히 대꾸했다. 그리고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지인에게 '여전히 피부가 깨끗해서 괜찮다'라고 칭찬했어야 하는 건가? 그것 또한 젊은 여성이 주로 가진 '깨끗한 피부가 더 '아름답다'라는 걸 전제로 하고 '위로'하는 거 아닌가. 역시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답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나이와도 연관이 깊다. 똑같이 화장을 안 했을 때, 내 눈에 이십 대는 그래도 예뻐 보이지만, 오십 대는 초췌해 보인다. 매번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코팅된 내 눈의 렌즈에 좌절한다. '아름다움의 신화'가 문제라는 걸 너무나 명백한 문제라는 걸 인식했지만, 나는 여전히 눈에 박힌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평생 보고 자란 이미지의 힘은 너무나 강력하다.


나는 요즘 단화에 백팩을 매고 화장 안 하고 출근한다. 찬장 속에서 먼지 쌓여가던 화장품을 다 버렸고, 옷은 거의 사지 않는다. 여전히 염색은 한다. 내 머리카락이 까만색일 때보다 갈색인 것이 더 좋다. 이번에는 붉은 기운이 도는 갈색으로 염색을 해보았다. 내가 원하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누가 나에게 외모 지적을 한다 해도, 그건 그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아름다움의 신화'에 권력을 주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라딘 북플 다락방 님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2월 :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2016)


📖 3장 문화

p.115 현대적 형태의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의 신비를 대신하기 위해, 여성 혁명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잡지와 광고주들을 구하기 위해 생겨났다.

p.118 여성 지도자의 신체적 특징에 관심을 집중시키면, 그들을 너무 예쁘거나 너무 못생긴 것으로 치부할 수 /p.119 있고, 그러면 결국 여성이 여성운동에 동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중적인 여성이 너무 "예쁘다"는 낙인이 찍히면 그녀는 위협, 경쟁자가 되거나 그냥 진지하지 않은 것이 되고, 너무 "못생겼다"는 조롱을 받으면 그녀가 제기하는 의제에 동조했다가는 똑같이 못생긴 여성이 될 위험이 있다.

p.139 가장 기본적인 자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자유에 관한 문제다. (...) 에어브러시로 여성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는 것은 여성의 정/p.체성과 힘, 역사를 지우는 것이다.

📖 4장 종교

p.156 그런데 우리가 그런 식으로 오인하는 것은 우리 눈이 여성의 얼굴에서는 시간을 흠으로 보고 남성의 얼굴에서는 시간을 품위와 인격으로 보도록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p.160 죄책감과 그에 따른 속죄가 새로운 종교의 경제를 움직이는 중심이다. 남성을 겨냥한 광고는 그들의 자아상을 추켜세워야 성공하지만, 여성을 겨냥한 광고는 여성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해야 효과가 있다. 그래서 여성에게 자신의 노화나 몸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바로 여성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p.165 사실 사회는 여성의 외모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여성이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가질 수 있고 무엇을 가질 수 없는지를 다른 사람들이 말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을 지켜보는 것은 "좋은 여성"이 되라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p.205 여성은 자기 신체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이 거의 없어, 아름다움의 신화가 우리에게 얼굴과 몸보다 "아름/p.206 다운" 가면을 더 좋게 보도록 몰아친다. 독립적이지 못해 타인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것도 결정적 요인이다.

p.211 아름다움의 의식은 여성에게 자신의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두려워하도록 가르친다. 자기 몸과 자기 삶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결코 사는 게 아니다.

📖 5장 섹스

p.221 그러나 우리 문화는 사실 거의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여성의 몸을 재현하는 것들을 검열해, 오로지 공인된 것만 볼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여성의 욕망을 보여주거나 여성의 욕/p.망에 충실한 이미지가 아니라 뜨거운 불빛 아래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불편한 상태에서 일부러 표정을 꾸미느라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찡그린, 실물 크기의 살아 있는 마네킹을 볼 뿐이다.

p.227 여성의 유방은 상처받기 쉬운 "성기의 꽃"으로 남성의 음경에 해당된다. 따라서 여성은 드러내고 남성은 감추는 것은 여성의 몸은 상처받기 쉽게 만들고 남성의 몸은 보호하는 것이다. 여러 문화를 두루 살펴보아도 불평등한 노출은 거의 언제나 불평등한 권력의 표현이다.

p.252 여성의 몸이 빈 상자를 감싸는 매력적인 포장지로 그려지고, 여성의 성기가 여성을 위해서는 에로틱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남성의 몸도 여성을 위해서는 에로틱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다른 여성의 몸도 여성을 위해서는 에로틱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여성의 자위행위가 여성을 위해서는 에로틱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여성의 자위행위가 여성을 위해서는 에로틱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여성은 모두 혼자서 무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성적으로 느껴지는지 배워야 한다.

📖 6장 굶주림

p.302 지배 문화가 최근에 해방된 여성들의 개인적 자의식에서 그들의 해방이 낳은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불러일으키려는 것은 그런 특성*이지 마른 것 자체가 아니다.

*"장기적이고 주기적인 칼로리 제한"으로 인한 "수동적이고 불안정하고 감정적인" 특성

p.304 공개적으로 음식을 배분하는 것은 권력관계를 결정짓기 위함이고, 함께 나누는 것은 사회적 평등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 7장 폭력

p.353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일이 계몽주의 시대까지 주로 여성의 일이었고, 여성의 치료가 효과가 있던 것도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을 휩쓴 마녀사냥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과학이 부상하면서 여성 치료사가출산에서 배제되고, 19세기에 의술이 전문화하면서 여성이 전통적으로 해온 치료사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p.354 1848년부터 20세기 초반에 서양 여성이 참정권을 얻을 때까지 유례없이 강력한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나 "여성 문제"가 계속 사회적 위기를 낳자, 그에 대한 반격으로 "분리된 영역"인 완전한 가정이라는 새로운 이상이 나타났다. 그러한 이상도 역시 여성의 진출에 대한 반격으로 나타난 아름다움의 신화와 마찬가지로 사회에 유익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 여성의 병약함을 숭배하는 열풍이었다.

p.403 고통도 고통임을 다른 사람이 믿게 해야 고통이 된다. 자기 말고는 아무도 고통이라고 믿지 않으면 그것은 미친 것이거나 히스테리거나 여성답지 않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은 권위 있는 인물(의사, 성직자, 정신과 의사)이 여성이 느끼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고통을 감수하도록 배웠다.

p.408~ 여성은 오로지 이럴 때만 미용성형수술을 진짜 선택할 것이다.

여성이 그것을 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 /p.409

여성이 그것을 하지 않아도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 때. (...)

여성이 그것을 하지 않아도 공동체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을 때.

📖 8장 아름다움의 신화를 넘어서

p.430 진짜 문제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 /p.431

화장의 문제는 여성이 화장하지 않으면 부족한 느낌이 들 때만 존재한다. 운동의 문제도 여성이 운동하지 않으면 자신이 싫어질 때만 존재한다. 여성이 꾸며야 귀를 기울여줄 때,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치장할 필요가 있을 때, 여성이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굶을 때, 여성이 사랑하는 사람을 매혹시켜야 자식을 돌볼 수 있을 때, 그럴 때 "아름다움"은 여성을 해친다. (...)

여성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당한 열정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여성의 욕망이 선택한 대상을 향해도 낙인찍히지 않으면, 성을 표현하는 옷을 입거나 태도를 취해도 그것을 이용해 우리에게 망신을 주거나 비난하거나 성희롱 대상으로 삼을 수 없을 것이다.

p.442 우리가 아름다움의 신화에 직면했을 때 물어야 할 것은 여성의 얼굴과 몸이 아니라 그 상황의 권력관계다. 이것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누가 말하지? 이것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어떤 맥락에서 그럴까? 누가 면전에서 여성의 외모를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면 이렇게 자문해볼 수 있다. 이게 이 사람이 상관할 일일까? 그런 권력관계는 평등할까? 나도 상대에게 똑같이 그런 사적인 언급을 하면 마음이 편할까?

p.456 여성이 저마다 자기 몸을 가지고 무엇을 하든, 누가 강제로 시키거나 강요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녀의 일이지 누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이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라딘 북플 다락방 님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2월 :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2016)





📖 1장 아름다움의 신화



p.36 어느 시대에나 여성에게 아름답다고 하는 특성은 그 시대가 바람직하게 여기는 여성의 행동을 상징할 뿐이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언제나 외모가 아니라 실은 행동을 처방하려고 했다.




📖 2장 일



p.48 그런데 여성이 현대 노동인구에 들어서자, 노동 경제가 결혼시장의 가치 체계를 넘겨받아 여성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노동시장이 결혼시장에서 넘겨받은 자격 조건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는데 보인 열의는 아름다움의 신화의 용도가 성적이 아닌 정치적인 것임을 증명해준다. 노동시장은 아름다움의 신화를 다음어 여성에 대한 고용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p.58 "아름다움" 이데올로기에서 새로운 세 가지 불가결한 거짓말

1) "아름다움"을 여성이 권력의 자리에 오르는 데 필요한 정당한 자격 조건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

2) 첫 번째 거짓말의 목적이 차별에 있음을 감추려고 열심히 진취적으로 노력하면 어떤 여성이나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한 것

3) 여성운동의 성공으로 여성의 사고방식이 바뀌자 그것을 야금야금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한 것 → 1980년대에는 분명 여성이 중요해질수록 아름다움도 똑같이 중요해졌다. 여성이 권력에 다가갈수록 더 육체적 자의식과 희생을 요구했다.



p.68 서양에서 상징적인 직장 여성도 "아름다우면" 일을 못해도 눈에 보이지만, 일을 잘하는데 "아름다우면" 눈에 보여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없고, 일을 잘해도 아름답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아 실력이 있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아무리 일을 잘하고 아름다워도 나이가 들면 사라질 수 있다.



p.85 언뜻 정중해 보이는 이런 관습적 언사들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강자라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가리는 베일일 뿐이다. 어른들은 아이와 장난으로 씨름하면서 일부러 져주고는 아이가 이긴 줄 알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긴다.


아름다움이 여성과 여성과 제도를 잇는 다리가 되는 기회를 잡도록 여성에게 가르치고는, 그것을 결국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여성이라는 증거로 삼는다.



p.91 시장은 여성의 기술을 인위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직장에서 여성의 신체적 가치만 따짐으로써 풍부하고 값싼 여성 노동인구를 유지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2-02-07 0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군요! 저도 곧 시작하겠습니다!

나비 2022-02-23 08:56   좋아요 0 | URL
앗 제가 스터디 글 올릴 때만 북플에 들어와서, 다락방님 댓글 달아주신 걸 지금 봤네요ㅠㅠ
이런 멋진 스터디 만들고 계속 유지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함께 좋은 책 읽을 수 있어서 너무너무 기쁩니다. 다시 한번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