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장 성매매에 투자하는 사회


p.155 이 같은[마르크스적] 관점에서 본펠드와 홀러웨이는 신용의 자본주의적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약 한 자본가가 은행에 대부를 요청하면,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나는 돈을 필요로 한다. 나는 이 순간 충분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나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가 나에게 충분한 잉여가치를 가져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이자를 붙여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그들을 충분히 착취할 것이다."


>> 그들을 충분히 착취할 거라니.. 표현이 정말 살아있다..


p.159 새로운 자본축적의 회로 속에서 노동자, 빈민, 자영업자들은 모두 자산소유자로서, 때로는 "시민-투기자"이면서 동시에 채무자로서 금융화에 깊이 연루되고 있다. (...) 앤드루 로스는 금융화 국면에서 사용되는 테크닉을 "뽑아 먹기 기술"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의 두 가지 황금률을 지목한다. 첫 번째는 '어떤 경우라도 채무자들의 부채 상환이 중단되지 않도록 할 것', 두 번째는 '채권자들의 금융 손실이 항상 변제되게 만들 것'이다.


p.173 위의 판결문은 유흥업소 여종업원 특화대출이 '여성들의 몸'을 담보물로 계산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명확히 지적했다.




📖 7장 채권으로 유통되는 여성의 몸


p.210 개별 인물이 가진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불안정성은 이같이 '위험을 묶는 기법'을 통해 예측이 가능해진다. 차용증 '채권의 묶음pooling', 룸살롱에서의 '여성의 집결pooling'은 개별 채권, /p.211 개별 여성들의 상품성 이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기법이 된다.




📖 8장 합리성의 가면


p.232 남성들에게 여성들의 '사이즈'는 여성의 위계적 몸 가치에 대한 차별적 가격 지불, 즉 '몸값'으로 이해되면서 진실의 척도인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만, 여성들에게 '사이즈'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성들에게 그것은 한정된 시간을 늘려주는 근거가 되는 동시에 부채 규모를 의미하기도 한다.


p.233 성매매 업소의 세분화된 등급은 각 업소에 속한 여성들의 외모에 등급이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내는 한편 여성들이 외모에 따라 각각 다른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합리화하는 메커니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텐프로, 쩜오, 퍼블릭, 소프트풀 등으로 이어지는 성매매 업소의 등급이 외모가 여성의 가치를 좌우한다는 걸 아주 공고히 하고 있다.


p.235 (...) 자발적인 조정을 강제하는 장치 (...) 다른 여성들과의 비교와 타인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등급'과 위치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p.255 성매매는 단순히 개별 남성과 개별 여성의 성적 실천, 성적 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자로 동질화된 남성이 차별적이고 위계화된 가치를 가진 여성 개인과 이들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공정 가격'으로 구매하는 관념의 문제다.




📖 9장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도덕적 형상


p.291 사실상 신용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었고, (...) 이러한 (탈)신용 사회는 결국 신용평점이 낮은 사람들에게 리스크를 부과한다는 명목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과당 책정하고 이들의 삶 전체를 이윤의 원천으로 수탈하는, 합법적 약탈을 일삼는 곳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10장 누구를 위한 자기 투자인가


p.322 성형수술은 사실상 성매매 산업에의 '무료입장권'이 아니라 '필수적 진입 비용'일 뿐이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이 계속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언젠가는 상급 업소, 텐프로에 진입 가능한 프리패스를 가질 수 있다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p.323 사실상 수술 비용의 30% 이상에 달하는 브로커 수수료, 대출금이 건네지는 단계에서 추징되는 10%의 선이자 등 증가하는 모든 비용이 수술을 받는 여성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 성형수술을 하지 않으면 '초이스'를 못 받으니까, 돈을 더 많이 벌려면 더 많이 성형수술을 하라고 권하는 분위기에서 단계별 수수료까지 다 여성한테 덮어 씌운다.


p.327 한 명의 여성이 성형수술을 받으면 수많은 사람에게 각종 수수료를 통한 이익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여성들을 성형 시장으로 보내려는 힘은 점점 강해질 것이고, 성형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그만큼 증가할 것이며, 손님들의 시선에서 '통과'되어 '초이스'되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열망은 점점 더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p.347 자신을 중심으로 빠르게 순환하는 돈의 회로에서 물리적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여성들은 부채 상환의 도덕률이나 채권자에 의한 채무 상환의 압박 때문에 또다시 부채를 끌어오게 된다. 때로는 업소나 사채업자가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결근비'를 메우도록 하거나 이자를 채근하므로, 여성들은 '몸 노동'의 유한성에 직면하는 동시에 오히려 일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 며칠만 몸이 아파서 못 나가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미래 수명을 당겨써서 지금 닥친 이자를 갚는 느낌.




📖 11장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 주체


p.368 (...) 누가 이 시대 금융화의 수단으로 증권화되고 있는가라는 자본의 문제로 옮겨와야 한다. 여성의 몸을 수단화하며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자본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사용하는 대가로 여성들에게 현재의 자유를 허락하지만, 동시에 여성들의 '기대수익'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포박하고 있다.


p.387 (...) 오직 금융화된 성매매 산업 안에서만 신용을 획득하고 자신의 삶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체제에 대한 자기 분석이기도 하다.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성 인구를 만들어내고, 현금 흐름에 필수/p.388 적인 존재로 여성들을 담보화하는 흐름에 개입하지 않고는 성매매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매춘 여성의 몸과 미래 시간을 담보화하는 금융적 실천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미 합법적이며 합리적인 경제적 행위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십대 초반 여성들이 '몸만 있으면'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 산업에 덜 진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록금이 비싸지 않아서 학자금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면. 서울과 비서울에 있는 대학 간의 격차가 없어져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오기 위해 집을 구하는 등 추가 생활비를 지출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일정 소득 이하인 가정의 청년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보장해준다면. 여성의 외모에 서열을 매기고, 몸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가부장제+자본주의 사회 자체의 구조가 바뀐다면.




📖 나가며


p.396 신용을 통해 모두가 자본에 접근할 기회를 갖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여성들은 성매매 경제의 신용을 재생산하는 수단, 자신들의 채권과 함께 집결되어 신용 사회를 떠받치는 '담보물' 혹은 화폐 제조기가 되었다. '노동이 없는 존재'들에게 신용이 제공되는 현실 뒤에는 빈곤한 이들의 몸, 때로는 장기, 혈액 등 생명과 삶을 담보화하려는 논리가 숨어 있다.


p.397 신용은 빈곤한 이들의 몸과 미래의 삶을 수익으로 계산하고 이를 담보 삼아 사회 안에 내재한 불평등을 가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성별화된 경제 체제의 문제로 구성하지 않는다면 구제된 여성 한 명의 빈자리를 다른 여성이 채우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노동 없는' 여성들에게 신용이 부여되는 현실에 도전하지 않으면 '여성의 매춘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 자본주의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될 수록, 왜 이렇게 없는 사람 고혈을 빨아먹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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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4-27 1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용으로 달긴 했었지만, 읽다 보면 그거 나오잖아요. 성매매 수사하던 경찰이 경찰은 경찰복 경찰 돈으로 안사는데 왜 아가씨들은 홀복을 자기들 돈으로 사야하냐고.
돈 잘 벌려면 니들이 돈 써, 투자도 니들 몫이고 담보도 니들 몫이야, 라니. 착취도 이런 착취가 없죠. ㅠㅠ

고생하셨습니다, 나비님!

나비 2022-05-02 00:24   좋아요 1 | URL
정말 착취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요 ㅠㅠ

이 책 사놓고 1년 넘게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이번에 다락방님 덕분에 읽었습니다^^ 매달 독서모임 열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