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하루치의낙담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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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동안 기자로 근무하던 박선영 작가님의 에세이다. 한국일보를 떠난 뒤 찾아온 낙담과 상실 등의 감정을 바라보고, 자신과 사회에 대해 고민해 온 기록을 적었다. 기자 생활을 하며 느꼈던 즐거움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윤리적이고 숭고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수많은 이유와 명분 중에서 내게는 아기의 존재가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했다."(p.51) 같은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나는 기자 생활에 대해 쓴 1부가 제일 공감이 많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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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한지 닷새 째다. 지원한 부서는 아니었지만, 언젠가 일해보고 싶던 팀장 밑으로 배정이 되었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 한다고 손꼽히는 워킹맘이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동일 직급에 여자가 10% 남짓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나보다 열 살 남짓 나이가 많은 그를 보면서 항상 생각해왔다. "언니들이 그렇게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자도 그토록 훌륭한"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걸 온 생애로 증명하지 않았더라면"(p.72). 팀장을 보면서 나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미래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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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유자녀 여성에게 일이란 누군가는 반드시 상처받는 삼각게임이다. 스스로 2급 트랙으로 후퇴하며 커리어를 만신창이로 만든 엄마가 상처받거나, 엄마 없이 외롭게 시간을 보내며 돌봄 공백에 시달리는 아이가 상처받거나, 언제나 생의 최후일지 모르는 노년의 부모가 양육이라는 감옥에 갇혀 무너져내리거나, 셋 중 하나 혹은 둘이다."(p.73) 이 구절을 보면서 우리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 달 남짓의 여름방학과 꼬박 두 달짜리 겨울방학을 어떻게 지나 보냈을까. 무엇보다 밥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 전전긍긍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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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서로의 머릿속에 있던 그림이 정확하게, 스르륵, 마치 저절로인 양 우리 모두의 손에서 지면 위로 펼쳐지고, 나 손 다 털었는데 내가 이걸 좀 더 할까, 끊임없이 서로 물으며, "(p.87) 이런 경험이 나애게도 있다. 육아휴직 전에 2년 남짓 같이 라인으로 같이 일했던 팀원은 나보다 여섯 살 어린 여자 직원이었다. 우리는 스타일이 잘 맞았다. 일이 쌓이는 걸 참지 못했고, 에너지가 많았으며, 운동을 좋아했다. 똑똑하고 빠릿한 그와 일하면서, 숨을 못 쉬고 계속 쳐내야 할 만큼 일이 많아도, 동료 덕분에 일이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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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이후에서는 '클로저'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이안류에 아이를 잃은 부모가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수색 작업을 지속해달라고 서명했던 이야기였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납득하고 직면하는 것. "고통스럽지만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최후의 결말이라고 인정하는 것. 이만하면 되었다, 울면서 나직이 중얼거리는 것."(p.227) 슬픔을 겪는 누구에게나 '클로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의 매듭을 짓는 데에는 주변 사람들이 각자의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연대하는 것이 무척 소중한 힘이 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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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작가님의 어머니의 "혀"(p.341)는 무척이나 지혜로워 보였다. 참으로 따듯하고 편안하게 느껴져서, 나도 마치 그 구절에 안기는 기분이 들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 언제든 엄마한테 돌아오라는 말"(p.341)을 읽으며, 나는 손으로 글자 하나하나를 만져보고 입으로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나도 아이들이 힘들 때 달래고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자꾸 흉내 내다보면 조금이나마 닮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희망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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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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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 #에세이리뷰 #부너미 #읽는부너미 #독서모임 #대체텍스트 #서평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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