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주주의 1 한길그레이트북스 24
A. 토크빌 지음, 박지동.임효선 옮김 / 한길사 / 200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합중국 국민들의 생활 가운데 정치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사회의 관리에 참여하고 그 문제를 토의하는 것은 아메리카인의 가장 큰 관심사이며 말하자면 그가 알고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이런 느낌이 가장 하잘것없는 생활습관들에까지 스며 있다. 여자들까지 자주 공공집회에 참석해서 가사노동으로부터 벗어나는 여흥으로서 정치연설에 귀를 기울인다. 토론클럽들이 연예여흥을 어느 정도 대신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아메리카인은 대화는 할 수 없지만 토론할 수는 있으며 그의 말은 주장으로 변해버린다. 그는 마치 자신이 어느 모임에서 연설하듯이 상대방에게 말한다. 우연히 토론에서 열이 오를 경우에는 그는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신사 여러분하고 말할 것이다.(326)


자유로운 민주정치는 능란한 기술을 가진 전제정치처럼 그 모든 계획을 말쑥하게 성취하지는 못한다. 민주정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계획들을 포기하거나 위태로운 결과를 낳을지도 모를 경우 그 계획들을 내버려두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민주정치는 어떤 형태의 절대정치보다 많은 결실을 거둔다. 잘 하는 것이 많지는 않아도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다. 민주정치 아래서는 정부가 하는 일에서보다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거나 정부 밖에서 이루어진 일의 성과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민주정치는 국민에게 가장 능란한 정부를 제공해 주지는 않지만 가장 유능한 정부라도 흔히 이루어 놓을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하자면 잠시도 쉬지 않고 모든 부문에 걸치는 활동, 충만한 힘, 그리고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기적들을 낳을 수 있는 민주주의와는 뗄 수 없는 활력, 그런 것들이 민주정치의 진정한 장점들이다.(327-328)


내 의견으로는 합중국의 현 민주제도의 주요한 폐단은 유럽에서 흔히 주장되고 있듯이 그 제도의 취약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막강한 그 세력에 있다. 그 나라가 누리는 지나친 자유보다는 폭정에 대해서 충분한 보장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가 내 보기에는 더 경계할 대상이다. 어느 개인이나 당파가 합중국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한다면 누구에게 호소할 수 있을까? 여론에 호소하자면 여론도 다수로 이루어진다. 입법부에 호소하자면 입법부도 다수를 대표하여 묵시적으로 다수에 복종한다. 행정권에게 호소한다면 행정권도 다수에 의해 임명되며 다수의 수중에서 소극적 도구 구실을 한다. 공권력은 다수가 무장한 것이며 배심원은 다수에게 사법사건을 청취할 권리를 부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일부의 주들에서는 재판관들마저 다수에 의해서 선출된다. 그러나 당신이 불평하는 조치들이 아무리 부당하고 불합리한 것이라고 해도 당신은 가능한 한 그것에 복종해야 한다. 한편 입법권이 반드시 다수의 감정의 노예로 되는 일이 없이 다수를 대표하도록 구성될 수 있다면, 행정권이 권한을 적절히 나누어 가지도록 구성될 수 있다면, 또한 사법권이 다른 두 개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성될 수 있다면, 민주적이면서도 별로 폭정의 위험성을 가지지 않는 정부를 이루게 될 것이다. (338)


아메리카에서는 다수는 사상의 자유 둘레에 엄청난 장벽을 세운다. 이런 장벽의 한계 안에서 작가는 자기 좋을 대로 쓸 수 있지만 그 한계를 넘을 경우 그에게는 재앙이 올 것이다. 화형을 당할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비방과 박해를 받아야 한다. 그의 정치적 생명은 영원히 죽어버린다. 그 이유는 그 생명을 살려줄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적인 보상도, 명성마저도 그에게는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의 견해를 공표하기 전까지는 그는 동조자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기 생각을 모든 사람에게 공표한 이후에는 동조자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큰소리로 비판하고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용기없이 멀어져간다. 매일 기울여야 하는 노력에 짓눌려서 그는 마침내 굴복하고, 진실을 말했던 것을 후회나 하는 것처럼 침묵 속으로 가라앉는다. (342)


유럽에서는 안주하지 못하는 성격, 끝없는 재물욕 및 너무 지나친 독립 애호심 등을 사회에 대해서 아주 위험한 성향으로 간주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바로 합중국에게 장구한 세월의 평화스런 미래를 보장하는 요소들이다. 이와 같은 시끄러운 감정들이 없이는 인구는 일정한 장소에 모여서 좀처럼 만족시키기 어려운, 구세계가 겪는 것 같은 부족사태를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경험할 것이다. 신세계가 현재 가지고 있는 행운이 엄청난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덕성뿐 아니라 그들의 악폐까지도 사회에 유리한 것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동서반구에서 인간행동을 바라보는 견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탐욕이라고 부르는 것을 아메리카인들은 흔히 칭찬할 만한 근면성이라고 부른다. 또한 그들은 우리가 절제하는 덕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심약한 성향이라고 비난한다. (377)


스페인계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지울 수 없는 오욕을 남겨놓은 유례없는 잔혹성을 가지고도 인디언들을 절멸시킬 수 없었다. 또한 그들은 인디언으로부터 그 권리를 전적으로 빼앗는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메리카인들은 피도 흘리지 않고 또한 세계인들이 보기에 위대한 윤리적 원칙도 어기지 않은 채 평온하게 합법적으로 자비스럽게 야릇한 축복을 받아서 그 이중적인 목적을 달성했다. 이보다 더 인간이 만든 법률을 존중하면서 인간들을 죽이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42)


아직도 노예제도가 있는 남부지방에서는 흑인들에 대한 차별은 덜 세심한 편이다. 때로는 흑인들은 백인들과 함께 일하고 휴식하기도 한다. 백인들은 어느 정도 흑인들과 섞이는 것에 동의한다. 그들에 대한 법률상의 처우는 더욱 가혹한 것이지만 주민들의 습관은 훨씬 관대하고 동정적이다. 남부지방에서는 상전은 노예를 자기 수준으로 이끌어 올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주인은 언제라도 노예를 마음 내키는 대로 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부지방에서 백인은 자신과 흑인을 구별하는 장벽을 더 이상 뚜렷하게 식별할 수 없어서 흑인을 더욱 가혹하게 배척한다. 그 이유는 백인은 흑백이 어느 날엔가는 뒤섞일 것이라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447)


합중국에서 진행되는 이런 계속적인 변화, 쉴새없이 부침하는 행운, 개인재산과 공공재산의 예측할 수 없는 기복 등의 요인들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은 끊임없이 열병에 들떠 있다. 이런 상태는 놀랍게 그들의 노력을 불러일으키고 말하자면 일상적인 인간 수준 이상으로 그들을 살아가게 만든다. 아메리카인의 전생애는 노름, 혁명적 위기 혹은 전투처럼 지나간다. 전국적으로 똑같은 원인들이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기 떄문에 그런 원인들은 궁극적으로 국민성에 불가항력적인 충동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아메리카인들은 아무나 무작위적으로 고르더라도 자기가 바라는 바가 이상할 정도로 강렬하고 무슨 일에나 진취적이고, 모험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기한 것을 좋아한다. 그가 하는 모든 일에는 그와 같은 성향이 나타난다. 그는 그런 성향을 법률, 종교교리, 경제이론 및 일상적인 직업 속에 도입한다. 그는 그런 성향을 도시의 일상업무에뿐 아니라 깊은 숲속에까지 가지고 간다. 바로 이런 성향이 해운에 적용될 경우에 아메리카인은 이 세계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빨리 교역하는 상인이 되는 것이다. (520-5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