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있는 권리 - 국가권력과 공공의 이익만큼 개인의 사생활도 중요하다
대니얼 J. 솔로브 지음, 김승진 옮김 / 동아시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2차 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대통령들은 FBI에 도청 권한을 부여했다. J. 에드거 후버(여전히 그가 FBI의 국장이었다)는 반체제 인사, 대법관, 교수, 유명인, 작가 등 수백 명을 도청하도록 지시했다. 여기에는 존 스타인벡, 어니스트 헤밍웨이, 찰리 채플린, 말런 브랜도, 무하마드 알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리고 수많은 대통령과 의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윌리엄 더글러스 대법관은 대법원이 도청되고 있다고 몇 년 동안이나 불평했었는데, 당시에는 강박증으로 보였지만 알고 보니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20)


1950년대에 FBI는 방첩프로그램인 코인텔프로Counter Intelligence Program, COINTELPRO’를 시작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정치단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FBI는 대상자의 회사에 은밀히 연락해 그를 해고하도록 종용하거나, 아내에게 남편의 외도 사실을 흘려서 가정을 깨뜨리거나, 국세청을 통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위협해 모임이나 회합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주요 대상은 미국공산당이었지만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무렵이면 코인텔프로의 대상이 베트남전 반대자들과 민권운동가들로까지 확대된다. 이중에는 흑인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도 있었다. 킹을 샅샅이 감시하던 FBI는 그의 외도 사실을 알아냈고, 그 기록을 킹과 킹의 아내에게 보내서 특정 날짜까지 킹이 자살하지 않으면 대중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21)


하지만 현실을 보면 자유와 권리가 희생되어야만 안보가 달성될 수 있다는 가정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 정부는 너무나 자주 불필요한 희생까지 요구하며, 종종 다수의 대중이 이를 지지한다. 이때 주로 소수자나 반체제 인사의 권리와 자유가 희생되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전체가 희생을 감당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안보를 위해 권리와 자유를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의 권리와 자유가 아니라 다른 이의 권리와 자유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81)


따라서 ECPA의 영역(범죄 수사)FISA의 영역(첩보)은 구분되어야 한다. FISA체제의 광범위한 감시 권한이 수사활동을 견제하고 제한할 수단들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첩보를 규율하는 규칙은 대상자가 불법을 저지른다는 협의가 없을 때도 강도 높고 비밀스런 감시를 할 수 있게 허용한다. 이런 규칙이 범죄 수사의 영역에서 표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중략)

국내 범죄 수사를 맡는 FBI와 해외첩보를 맡는 CIA가 별도로 세워진 데는 이유가 있다. 나치 독일의 게슈타포와 소련의 KGB 같은 전체주의 정권의 정보기관에는 범죄-첩보의 구분이 없었다. (107)


경찰은 당신의 타액을 확보하기 위해 가짜 주차위반 딱지를 보낼 수도 있고, 개인정보를 수집할 목적으로 가짜 질문지, 지원서, 보증카드 등을 보낼 수도 있다. 당신의 비밀을 털어놓게 하려고 가짜 심리상담을 할 수도 있고, 당신이 작성한 문서들을 확보하기 위해 가짜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거기에 문서를 올리게 할 수도 있다. 모든 서신, 모든 설문조사, 모든 업체, 모든 웹사이트, 모든 전문가가 실은 당신의 개인정보를 확보하려는 술수이거나 위장접근한 경찰일지도 모른다. 수정헌법 4조의 보호가 없으면 이런 것들 모두가 아무런 제약이나 감독 없이 쓰일 수 있는 합법적인 전략이 된다. (159-160)


215조는 물론 문제가 많다. 애국법의 다른 많은 부분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조항들이 애국법 이전부터 있었다. 몇몇 연방 법률은 애국법 이전에도 국가안보제출명령National Security Letter, NSL을 허용했는데, 이것은 215조와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NSL을 받은 기관은 지목된 개인에 대한 기록과 데이터를 수사 당국에 넘겨야 한다. 여기에는 영장도, 상당한 이유도, 법원의 감독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NSL을 받은 기관은 자료 제출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한다. 한 추정에 따르면, FBI는 연간 3만 건의 NSL을 발송한다. 애국법을 없애면 215조는 없어지겠지만 NSL은 없어지지 않는다. (210)


그렇지만 TIA는 사라지지 않고 여러 다른 프로젝트에서 바스켓볼Basketball, 제노아Genoa, 톱세일Topsail과 같은 모호한 이름으로 살아 남았다. 별도 웹사이트까지 있었떤 TIA와 달리, 이런 프로젝트들은 더 은밀하게 행해진다.

TIA에 쏟아진 대중의 분노로부터 정부는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방대한 데이터마이닝이 국민들에게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므로 적절한 감독·제약·사생활 보호조치 없이는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가 얻은 교훈은, 데이터마이닝은 비밀리에, 모호한 이름으로, 웹사이트나 전체주의 같은 로고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38)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의 데이터 보안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2005년 이래로 수억 건의 개인정보가 해킹되거나 누출되었다.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34,700만 건의 기록이 손상되었다. 정보 보안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으며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생체인식식별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적절한 법적 구조가 없어서 그것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러다이트식의 주장이 아니라 신기술을 다룰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61)


하지만 건강한 민주정부라면 그저 정부를 믿으라고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건강한 민주사회는 정부가 무조건 자신을 믿으라고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강한 규칙과 절차가 마련되어 있어서 정부가 어느 선을 벗어나지 않게 만드는 사회이다. (268)



통제되지 않는 국가권력은 비인도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사법부와 입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언론과 NGO가 감시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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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스토커 2017-11-1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직스토킹 범인들을 기소해야 합니다. 범인 가족들은 그들을 자수하도록 권하기 바랍니다. 당신들로 인해 피해자들이 너무 많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