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 승자의 맞은편에서 바라본 세상,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부활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구호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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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선언서는 모든 인간이 동일하게 태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잠시 후, 미국의 첫 헌법은 다음과 같은 개념을 선포했다. 노예 한 명은 일반인 5분의3의 가치를 지닌다고 설정한 것이다.

 

헌법 초안을 다듬은 구버뉴어 모리스가 그에 대해 반대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불과 얼마 전에 그는 뉴욕 주에서 노예제도를 폐지시키려고 시도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미래에 "이 주에서 숨을 쉬고 살아가는 사람 각자는 자유인으로서의 특권을 향유하게 될 것"이라는 헌법의 약속만은 얻어낼 수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얼굴과 영혼을 부여한 시기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 모리스는 역사가 잊어버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가운데 하나였다.

 

2006년에 에스파냐 기자 비센테 로메로가 모리스의 무덤을 발견했다. 브롱스 남부의 어느 교회 뒤였다. 비석에 새겨진 글은 비와 햇빛으로 지워져 있었고, 비석 위에는 거대한 쓰레기통 두 개가 놓여 있었다. (p.278)

 

 

 

 

로버트 카터는 정원에 묻혔다.

 

그는 "그늘을 주는 어느 나무 밑에 묻어 평화와 어둠 속에서 잠들게 해주고, 그 어떤 비석도, 그 어떤 묘비명도 쓰지 마라"는 유언을 남겼다.

 

버지니아의 명문가 귀족인 이 사람은 아주 부자였다. 아니, 영국에서 독립한 그 번창한 자산가들 전체에서 가장 부자였을 것이다.

 

비록 일부 건국의 아버지가 노예제도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었다고 해도, 소유하고 있던 노예를 실제로 해방시켜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카터는 자신의 흑인 노예 450여 명을 해방시켜 "각자의 의지에 따라 재미있게 살고 일하도록 놓아주었다." 그는 그 어떤 노예도 고립무원의 상태에 내쳐지지 않도록, 노예들을 차근차근 해방시켜주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노예제도 폐지를 천명하기 70년 전이었다.

 

이런 '미친 짓' 때문에 그는 고독 속에서 잊혀버렸다.

 

그의 이웃 ·친구 ·친척들은 모두 자유를 찾은 흑인 노예들이 개인과 국가의 안녕을 위협할 것이라 믿고서 카터를 내팽개쳐버렸다.

 

나중에, 그의 행위에 대한 보상은 바로 집단건망증이었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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