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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외 지음 / 창비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은 서구 남성 중심적 근대세계의 폐해를 치유하기 위한 필수 교양이다.
산업사회의 평균적인 남성은 거의 일생 동안 식물, 대지, 동물, 자연력과 직접적인 신체접촉을 가질 기회가 거의 없다. 거의 어디에서나 자연과의 관계는 자연을 지배하고 조작하고 파괴하는, 일종의 ‘멀리 떼어놓는 무기’로 기능하는 기계를 통해 매개된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이 거리는 더 멀어지고, 남성과 자연의 관계는 더욱 추상적이 되며,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젆히 행복과 즐거움의 원천으로 남아 있는 자신의 유기적이고 유한한 육체에서 남성은 더욱 소외된다. 현대 남성들이 자신과 자연 사이에 기계를 많이 끼워넣을수록 자연과 여성을 더 조각내는 것이며, 전체에서 절단된 일부에 욕망을 투사할수록 원래의 완전하고 길들지 않은 자유로운 여성과 자연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파괴할수록 갈망은 더 커지는 것이다.(176)
미국에서 사회생물학이 생겨난 시기는 정부와 지배계급이 불우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프로그램과 다른 개선조치들을 더 이상 지원할 의사가 없어질 무렵이었다. 그리하여 사회적 불평등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유전자의 문제로 규정되었던 것이다. 윌슨을 비롯한 다른 사회생물학자들은 심지어 사회적이고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와 관습들(도덕규범, 세계관, 분업, 정부형태, 결혼규범, 종교적 신념 등)까지도 유전적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성적 불평등도 생물학으로 설명된다.(231)
1970년대 초반 이래 인구조절정책은 인종주의적 ˙성차별적 ˙제국주의적이며 반(反)빈민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들 비판자 모두 국가와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으며 따라서 쉽게 답할 수 없는 껄끄러운 의문들을 제기했다. 왜 인구정책과 출산조절 연구가 특정 국가들의 국방담당 부서의 지원을 받는지, 그리고 왜 이들 나라는 인구성장을 ‘안보위협’으로 간주하여 해당 정부에게 그리고 그 정부를 통해 국민(거의 언제나 여성들)에게 미묘한 강압조치를 실행함으로써 자신들이 개입할 틈을 만들어내는지. 만일 엄격한 인구정책이 진정 가난을 퇴치하는 방법이라면 왜 여성의 80%가 불임수술을 받은 라틴아메리카가 전보다 더 가난하고 더 박탈당하는지. 만일 질적으로 더 나은 생활이 목표라면 부유한 나라들에서 성행하는 장기거래에 공급하기 위해 브라질 거리의 가난한 아이들이 살해되는 사태는 줄어야 하는 것 아닌지. 더구나 브라질의 출생률은 불과 20년간, 북의 나라들이 수세기 동안 이룬 출생률 감소에 맞먹는 50%나 줄지 않았던가.(355-356)
산업적 상품생산 사회에서 자연의 파괴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생산과 소비, 교환가치와 사용가치의 이러한 모순이다. 생산자로서의 유일한 관심은 그들 생산의 화폐산출량을 최대화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유독물질과 핵무기를 계속 생산하고 자동차를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소비자로서 그들은 맑은 공기와 오염되지 않은 식품, 자신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쓰레기 처리장을 원한다. 생산과 소비가 이렇듯 일반화된 상품생산에 내재한 모순적인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는 한, 경제적˙생태적˙정치적˙윤리적˙영적 위기들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기대할 수 없다.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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