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 - 아프리카의 슬픈 역사, 르완다 대학살
필립 고레비치 지음, 강미경 옮김 / 갈라파고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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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텔 르완다』에 다 담지 못한 학살의 배경.

 

 

그런 식의 메시지와 사회 각계각층 지도자들의 격려에 힘입어 투치족 학살과 반정부 성향의 후투족에 대한 암살은 르완다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후투족 젊은이들과 노인들도 민병대를 본받아 살인 임무에 가담했다. 이웃이 이웃을 집에서 칼로 찔렀고, 동료가 동료를 향해 일터에서 칼을 휘둘렀다. 의사들은 환자들을 살해하고, 학교 선생들은 학생들을 살해했다. 겨우 며칠 만에 대부분의 마을에서 투치족 거의 모두가 목숨을 잃었고, 키갈리에서는 죄수들이 도로에 즐비한 시체를 수거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 르완다 전역에서 살인에 이어 집단 강간과 약탈 행위가 이루어졌다. 술에 취한 민병대원들이 약국을 약탈해 손에 넣은 각종 향정신성 약품을 복용하고 버스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람들을 마구 죽였다. 라디오 아나운서는 청취자들에게 여성들과 아이들에게도 인정을 베풀지 말라고 독려했다. 살인자들을 더욱 고무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라디오, 소파, 염소 등과 같은 투치족의 재산을 미리 분배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여자를 강간할 수 있는 기회까지 보장했다. (144)

텔레비전에 나온 죄수는 학살이 후투 파워의 ‘해방‘ 작전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속한 민병대는 인원이 150명으로, 주로 전 르완다 정부군과 인테라함웨가 그 구성원이었다. 그보다 먼저 키부예에 있는 학교를 공격했을 때처럼 기세니의 학교를 공격할 때도 민병대는 자고 있던 학생들을 깨워 후투족은 후투족끼리, 투치족은 투치족끼리 모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거부했다. 두 학교 여학생들 모두 자신들은 르완다인일 뿐이라고 말했고, 그래서 무차별하게 매질과 총격을 당했다.

시체로 넘쳐나는 르완다인들의 상상력 안에는 순교자가 더 들어설 여지도, 필요도 없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살 수도 있었지만 대신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을 르완다인이라고 부르는 쪽을 택했던 저 용감한 후투족 여학생들의 사례에서 조금만 용기를 얻으면 안 될까?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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