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공유를 실천했던 MIT 해커그룹이었지만, 이들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여성을 몰아내기 시작한 첫 번째 세대기도 했다. 윌크스가 활동하던 때와 달리 MIT 해커그룹은 철저히 남성 중심이었다. 해커들의 말투는 허풍스럽기 그지없었고, 생활은 독신남 같았다. 그들 스스로도 이야기했듯이, 해커가 아닌 사람들과 지내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을 소중한 프로그램에 모든 것을 바친 일종의 성직자라고 생각했다. (66-67)
그는 대학졸업 후 회사를 구글에 팔고 구글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는 소셜 앱 설계자들이 사용자들의 지나친 사용과 이로 인한 중독 문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며 자신들을 합리화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꼈다. “이런 회사들의 일이란 사람들의 정신적인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앱을 쉬지 않고 사용하도록 꾀는 거예요.” (94)
워드프레스 프로그램은 모두 오픈 소프트웨어였으며, 전반적으로 구글에 비해 다들 겸손했다. 어느 누구도 그녀를 “X 같은 년!”이라 부르지 않았다. (299)
여자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컴퓨터는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는 암묵적인 가르침을 받는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들은 컴퓨터 클럽을 만들어 그들만의 영역을 만들곤 한다. 피셔 교수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집단이 일종의 ‘상호 협력 관계 모임’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집단은 고의적으로 혹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배타적이 된다. 1980년대 나온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이러한 집단은 여학생뿐만 아니라 흑인 혹은 라틴계 학생들도 배제한다. (313)
아이러니하게도 여성들은 직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심하고 노골적인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특히 여성 프로그래머가 창업하기로 결심하고 창업에 필요한 투자를 받기 위해 남성 비율이 96%에 달하는 벤처캐피털과 논의를 시작할 때, 이런 괴롭힘이 흔히 일어난다. (332-333)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일은, 기술 기업과 주요 벤처투자사가 남을 괴롭히는 임직원을 가차 없이 처벌하고 쫓아내야 한다. (353)
나는 2000년대 중반 바이러스 같은 악성 소프트웨어를 작성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유럽을 돌아다녔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똑똑하지만 작은 도시에 살다 보니 지루해 미칠 것 같은 모습의 10대 학생들이었다. 이들에게 친구는 로그인 아이디 밖에 알지 못하는 기술 토론회 모임 사람들이 전부였다. (408)
파라스 자와 그의 동료들은 체포된 후 5년간의 보호관찰과 약 63주의 사회봉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재판기록에 따르면 이미 그들은 범죄를 멈추고 사이버범죄나 사이버보안과 관련해 FBI를 돕기 시작한 상태였다. 이런 사실만 봐도 선한 해킹과 악한 해킹의 경계에서는 선과 악을 구별하기 힘든 회색지대가 분명 존재한다. (411)
오늘날 대형 사이버범죄 집단들이 정부기관이나 정보기관에 의해 직접 운영되지 않을지라도, 적어도 연결돼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중략]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부가 고용한 수많은 해커들을 이용해 악성 소프트웨어나 다른 나라를 공격할 때 사용할 코드를 개발한다. 실제로 워너크라이 제작에 사용된 일부 코드는 원래 NSA에서 만든 것이었다. 아마도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할 계획이었겠지만, NSA가 해킹당하며 유출되었다. (414)
이런 현상은 기계학습이 사법 체계에 던지는 흥미로운 철학적 문제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과거 데이터와 사회 전반의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미래에 누군가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훈련된 인공지능 시스템이 있다. 그럴듯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자칫 인간 본성을 정적이며 고정적으로 볼 위험이 있다.(453)
‘좀 더 책임감을 가진다’는 것은 중요하고 위험성이 높은 일에는 당분간 딥러닝 기술 사용을 자제하자는 뜻이다. 딥러닝 인공지능기수은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처음 만든 사람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461-462)
극단적인 표현에 오히려 높은 점수를 주는 알고리즘은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알고리즘은 세계 곳곳에서, 예를 들어 미국보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더 많은 인도 같은 나라에서도 점점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497)
페인의 말에 따르면, 그들[프로그래머]은 인간의 여러 가지 속성과는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만 똑똑했다. 즉, 수학, 통계학, 프로그래밍, 사업, 회계에는 관심 있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은 전혀 없었으며,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지적인 능력도 없었다. (500)
솔직하게 말한다면, 근본부터 구조적으로 바꿔야만 거대 기술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 주요 기술 기업들은 언제나 같은 종류의 권력을 누렸고,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 뒤에는 ‘누가 작성했는가?’, ‘누가 자금을 댔는가?’, ‘어떻게든 돈을 버는가?’ 같은 프로그램을 지배하는 구조적인 힘이 자리하고 있다. 이 힘이 문제의 핵심인 만큼, 문제를 일으키는 소프트웨어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치워버리는 것뿐이다. (517)
“[전략]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자신이 가진 힘의 크기와 그 힘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생각할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이 힘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구글의 메이븐 계약에서 보았듯이, 다수의 직원들이 함께 행동할 때만 힘을 발휘한다. (527)
머지않아 노동자 프로그래머, 즉 블루칼라 프로그래머가 등장할 것처럼 보인다. 또한 핑크칼라 프로그래머와 화이트칼라 프로그래머도 등장할 것이다. (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