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의 비밀전쟁
마크 마제티 지음, 이승환 옮김 / 삼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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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 사건은 더 커다란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범죄자 추적을 위해 CIA에 고용된 이 전직 그린베레 대원은 공표된 전쟁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십여 년 동안 분쟁을 벌인 뒤 변모한 미국 첩보기관의 얼굴이었다. 중앙정보국은 더 이상 외국 정부의 비밀을 훔치는 데 전념하는 전통적인 간첩기관이 아니라 인간 추적에 사로잡힌 조직, 살인 기계가 되어 있었다. (14)



CIA는 비교적 단순한 임무를 띠고 설립되었다. 미국에 닥치는 다양한 위협에 관해 대통령이 매일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것이었다. 트루먼 대통령은 이 기관이 미국의 비밀 군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1947년에 만들어진 국가안전보장법의 애매한 조항이 CIA에게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와 관련된 기타 기능과 의무를 수행할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미 대통령들은 이 비밀 행동권한을 파괴 공작, 선전활동, 선거 조작, 암살 시도를 위해 CIA를 파견하는 데 사용했다. (59)



CIA가 구금 및 심문 프로그램 때문에 받은 타격은 CIA 지도자들을 병적인 계산에 일면적으로 집착하도록 자꾸 밀어붙였다. CIA가 테러 용의자들을 가두고 있으니 그냥 죽이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는 것이었다. 2005년 늦게 의회는 CIA의 비밀 감옥을 포함해 미국에 구금되어 있는 모든 피억류자에 대하여 잔인하고 비이도적이며 굴욕적인처우를 금지하는 조항이 담긴 피억류자 처우법’(Detainee Treatment Act)을 통과시켰다. 이제 CIA 감옥에서 일하는 비밀 요원들은 업무 탓에 기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났고, 랭글리의 하늘에는 범죄 수사와 의회의 청문회라는 유령이 떠돌게 되었다. (148)



펄롱은 SOCOM에서 일을 시작하자마자 오브르만과 유턴 간부들에게 중동 전역의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내려받을 수 있는 비디오 게임 개발에 관해 이야기했다. SOCOM의 관점에서 이 게임들은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었다. 무슬림 세계의 대다수 사람들이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국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는 문제였다. 펄롱은 사용자의 미국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게임을 하는 사람에 관한 정보도 수집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졌다. 그것은 잠재적인 정보의 노다지였다. 수천 명이 전화번호와 기타 신원 확인을 가능케 하는 정보를 유턴에 보낼 테고, 그 정보는 군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국가안보국과 다른 정보기관이 수행하는 복합적인 자료 발굴(data mining: 대규모로 축적된 자료에서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는 일 옮긴이) 작전에 사용될 수 있었다. 첩보원들은 정보를 사냥하러 갈 필요가 없을 것이었다. 정보가 그들에게 올 터이므로. (210)




국방부가 민간 정보 작전을 위한 록히드마틴의 계약을 승인한 바로 그 시점에, 중부사령부도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이란, 파키스탄에 걸친 무슬림 세계 전역에서 군사 첩보활동을 확대하는 포괄적인 비밀 지시를 내렸다. 중부사령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이 서명한 이 지시는 중동 전체에서 미래의 전투 작전을 위한 환경에 대비하고 CIA가 달성할 수 없는 임무를 위해 군을 준비시키라는 명령이었다. 이 명령은 태스크포스 오렌지-예전에 회색여우라고 불렀고 합동특전사령부와 연계된 인간정보 수집팀-같은 고급 기밀에 속하는 부대가 민간 계약인들과 마찬가지로 극단주의적 조직과 테러집단의 개별적 지도자들을 차자내고 식별하며 고립시키고 와해/파괴할 과업을 맡을 수 있는 비밀작전의 하부구조를 개발하는 것을 허가했다. (236)




오바마 정부는 CIA 비밀공작 프로그램의 미래를 논의하는 와중에도 표적살인 작전을 끝낼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정반대였다. 정부 출범 직후 몇 달 동안 국가안보 보좌관 제임스 존스는 공표된 전쟁지역 바깥에서 치명적 작전을 위한 중앙집중화된 살해 목록을 작성하려는 기획을 이끌었다. ‘존스 메모로 알려지게 되는 이 기획은 사람들 대부분이 오바마의 백악관 재임 기간을 지나서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은 비밀전쟁의 수행절차를 수립하려는 오바마 정부 초기의 시도였다. 목록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유지했고, 일부 관리들이 살해 목록에 누가 추가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엄격한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때때로 이 기준은 느슨해졌다. (256-257)



미국 지도자들이 여러 해 동안 붙잡고 씨름해온 질문도 있었다. 미국은 무슨 권한으로 자신과 전쟁을 벌이지 않는 나라에 병력을 보낼 수 있는가? 그것은 도널드 럼스펠드가 9.11 이후 세계 어느 곳이라도 가서 전쟁을 벌일 CIA의 능력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던진 물음이었다. 그 이후로 법률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군인과 첩보원의 업무를 분리하는 벽을 조금씩 꾸준히 깎아내왔다. 국방부와 CIA의 맞수 관계는 지난 10년의 초반 동안 긴장 완화에, 또 전투나 첩보 임무를 수행하는 특전부대원들을 세탁해 일시적으로 CIA 공작원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조치에 굴복했다. (322-323)



35년 전, 외국 지도자들을 암살하려는 CIA의 노력에 관한 유독한 내용이 대중의 눈길에 스며들자 포드 대통령은 후임자들이 너무 쉽게 흑색 작전에 유혹당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희망을 지니고 암살 금지령을 내린 바 있었다. 그러나 9.11 이후 10년 동안 미국 정부의 법률가 군단은 CIA 합동특전사령부가 공표된 전쟁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행한 표적살인 작전이 어째서 포드 대통령의 암살 금지령에 대한 위반이 아닌지 해명하는 상세한 의견서를 써냈다. 부시 대통령의 법률가들이 CIA와 군에 극단적인 심문을 허용해주려고 고문을 재정의한 것과 똑같이, 오바마 대통령의 법률가들도 첩보기관들에게 폭넓은 살인 작전을 벌일 자유를 주었다.

그 법률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 예일대 법률대학원 학장을 지내고 워싱턴에 온 해럴드 고였다(한국인 부모를 둔 미국인으로, 한국식 이름은 고홍주다: 옮긴이). 그는 부시 정부가 벌인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왼편의 사나운 비평가였고 물고문을 포함한 CIA의 심문 방식을 불법적인 고문이라고 꾸짖은 인물이었따. 그러나 국무부의 수석 법률가로 정부에 들어온 그는 자신이 사람들을 죽일지 살릴지에 대한 판단을 제출하기 위해 비밀 정보 서류뭉치를 탐독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전시 상황에서 미국 정부에게는 용의자들을 살해 목록에 올리기 전에 통상의 정당한 법 절차를 거치게 할 의무가 없다는 연설을 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표적살인 작전을 강건하게 방어했다. (337-338)



이 공격은 기밀로 남았지만 몇몇 미국 관리들은 소년을 죽인 드론은 그의 아버지를 죽인 것과는 달리 CIA가 운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압둘라흐만 알아울라키는 CIA가 예멘 내 범죄자 추적에 합세한 뒤에도 계속된 국방부 합동특전사 주도의 또 다른 드론 프로그램에 희생된 것이었다. 두 개의 분리된 드론 전쟁을 벌이던 CIA와 국방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황량한 나라 중 하나의 살육 현장에서 만난 셈이었다. CIAJSOC는 각각 별도의 표적 목록을 갖고 있었다. 둘은 예멘에서 거의 같은 임무를 수행했다. 도널드 럼스펠드가 처음 CIA의 손에서 새로운 전쟁의 통제권을 빼앗아오려고 시도했을 때부터 10년이 흘러 국방부와 CIA는 지구 끝에서 똑같은 비밀 임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349-350)



CIA의 법무 자문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워싱턴의 명망 높은 법률사무소의 공동대표인 제프리 스미스는 군사 및 정보 업무를 수행할 검은 계약을 따낸 몇몇 회사를 대변한다. 스미스는 자신들이 연방 공무원들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사적 계약인들(많은 회사의 대표가 CIA와 특전부대 출신이었다)에게 미국 정부가 첩보활동의 기본적 기능들을 얼마나 많이 위탁했는지 충격적일 정도라고 나에게 말했다. 에릭 프린스는 블랙워터를 팔아치우고 아랍에미리트로 갔지만 언론의 눈길을 피하는 데 블랙워터보다 훨씬 뛰어난 솜씨를 보이는 다른 업체들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미국의 전쟁 방식이 전차 행렬 간의 충돌에서 이동해, 공표된 전쟁지역을 벗어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감에 따라 가내 공업이 새로운 군-정보 복합체의 불가결한 일부로 자리잡게 되었다. (362)



국민국가는 더 이상 군사력을 독점하지 않습니다.” 이어 그는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미래가 될 존재는 기업이고 사적 이익이라고 말했다. “우리 시스템을 봐요. 유일하게 위탁되지 않은 건 직접 총을 쏘는 친구들 뿐입니다.” (364)




조직스토킹이 횡행하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언젠가는 양심선언이나 내부고발이 나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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