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의 진심 - 노회찬 유고산문
노회찬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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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노회찬이 경기고와 고대 정외과를 나온 후 미국유학이라도 다녀와서 정치학박사랍시고 티뷔에 나와 하나마나한 소리를 늘어놓고 스펙 좋은 미녀 아내와 조기유학 보낸 자녀들과 함께 토크 프로에 나와 첼로를 켜면서 쇼나 하고 마는 그런 인물에 불과했다면, 내가 그의 책을 읽을 일도, 그의 말을 포스팅할 일도 없었을 것임을 밝혀둔다.


골프장에 가지 않고 책상에 앉아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안다. 대부분의 정책은 다양한 의견으로 정책개발이 거의 다 되어 있다. 문제는 정치적 선택일 뿐이다. 백보 양보해서 정책개발을 한다 하더라도 불쌍한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이 이미 각 당에 배분되고 있다. 1년에 수백억 원씩 교섭단체 정당에게 배분되는 국고보조금의 30%는 의무적으로 정책개발에 쓰도록 되어 있다. 그 돈으로 불가능하다면 민주노동당에 맡기면 된다. 그 돈의 절반으로도 훌륭한 정책이 개발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뿐이 아니다. 교섭단체들은 국민 혈세로 연봉 5천에서 7, 8천만 원을 받는 정책연구위원들을 수십 명씩 지원받고 있으며 국회예산으로 지원되는 각종 세미나와 간담회를 개최할 수 있다. 돈이 없어 정책개발 못한다는 말보다 용돈이 부족해 성적이 안 오른다는 말이 더 정직할 것이다. 교섭단체 정당들의 일각에서 얘기하는 소위 당내경선 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돈으로 대의원을 사는 구태정치를 할 요량이 아니라면 당내경선 비용을 왜 걱정하는가. 일 년에 수백억 원씩 국고보조를 받는 정당에서 선거공영제는 왜 실시하지 못하는가. (28-29) 



의원회관 상주인구는 대략 2,500명 정도이다. 이 중 의원 299명에게 전용 엘리베이터가 3대이고 나머지 2,200명에게 3대가 배정되어왔다. 게다가 하루 방문객이 1,000명이 넘으니 3,000명 이상이 3대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끔 되어 있었다.

이러한 야만적인 상태가 개선된 것은 민주노동당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에서 국회의원의 특권폐지를 총선공약으로 내세우고 지난 5월 등원한 뒤 솔선수범해서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이 먼저 의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원전용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콜럼버스의 달걀이 되었다.

팻말을 떼어내기 전에, 결의안이 통과되기 전에 이미 의원전용 엘리베이터는 물건 배달온 노동자들도 아무렇게나 타는 평등엘리베이터가 되어버렸다. 10석의 승리이다. 3.4%의 의석이지만 국민이 공감하는 일을 추진하면 340, 3400만 명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민주노동당의 모든 정책과 공약이 사실 콜럼버스의 달걀이다. (44-45)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선거공약이 한국정책학회 등 연구단체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공약 하나하나마다 소요예산 규모를 산정하고 그 예산을 연출할 방법까지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국회가 경쟁의 장이 되는 것은 지금의 정치구조상으론 불가피한 일이지만 그래도 국회의 기본 기능은 입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적인 입법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중요하고 또 요원하다.(55)



20대로 기억된 저 가수가 내일모레면 환갑이란 생각에 너무도 빨리 흘러간 시간을 아쉬워한다. 불행히도 나의 70년대는 이들의 노래를 진지하게 듣기 어려웠다.

시간이 다 지나간 지금에야 처음인 듯 이들의 노래를 드는다. 송창식과 윤형주가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67)



국가보안법 공방이 가열되면서 한국 지식인 사회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다. 30년 넘게 지속된 독재체제에서 거의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던 그들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국가보안법이 존속되어야 한다는 그들의 기만적인 선동을 보자면, 과거 군사독재 치하에서 국가보안법이 인권탄압의 도구로 남용될 당시 그들의 침묵이 총칼 아래 강요된 것이 아니라 동조의 적극적 의사표시였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74)


 

진보도 유연해야 하는 건 필요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의 유연성은 아닙니다. 오히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전략적 유연성은 오늘날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주요 척도 중의 하나입니다. 이들을 받아들이면서 유연한 진보를 자처한다면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열사에 비해 최남선이나 이광수가 유연한 민족주의자라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205)



한국의 국회가 재벌그룹, 대자본 앞에 비참한 신세가 된 것은 헌법과 법률상의 권한이 적기 때문은 아니다. 국민이 국회에게 위임한 권력을 제대로 쓰지 않거나 잘못 써왔기 때문에 생긴 필연적 결과이다. 사실 이제까지 대한민국의 국회는 국민의 공복이라기보다 재벌의 시녀로서의 역할을 해온 셈 아닌가? 재벌의 불법, 탈법행위를 감싸고 특혜를 강화하는 데 국회의 입법권, 예산심의권, 국정감사권이 오용, 남용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란 재벌과 대자본을 헌법과 법률 아래 무릎 꿇게 만드는 일이다.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 헌법과 법률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서방파, 양은이파만 조폭이 아니다. 자신의 힘으로 타인을 짓밟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탈법, 불법을 무시로 일삼는 모든 조직화된 폭력이 조폭이다. 지금처럼 조폭이 여전히 설치는 한 대한민국은 아직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그래서 조폭과 공존하지 않는 정권이 들어설 때만이 진정한 정권교체라 부를 수 있다. (316-317)



그렇다면 국토교통위는 어떤가? 환경노동위의 두 배가 넘는 31명이 몰려 있는 이 물 좋은 상임위는 현재 새누리당 17, 민주당 13, 무소속 1명이다. 무소속의원 한 명 더 들어간다고 여야균형이 위협받지 않는다! 원래 이런 일은 조용히 처리되어야 한다. 일이 이렇게 시끄럽게 된 데에는 국회의장의 직무유기와 원내 제1, 2당의 담합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국회쇄신, 정치쇄신이 시작되어야 할 곳은 여기서부터이다.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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