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민주주의 강의
이지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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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국회가 입법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선거구나 정치자금법, 의원 정소, 선거제도 등 의원들의 이해와 직결되는 사안을 국회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 기구가 있다고 해도 의회나 정당이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되므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문위원회를 추첨으로 구성하여 현행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거죠. 1년 임기의 자문위원회이지만, 추첨으로 선택된 사람들만이 참여해 심의하여 결정하고 결정 사항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입니다. (109)



여기서 제안하는 '시민의원단이 더해진 추첨민주주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단원제 아래 선거를 전면 대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수용을 위해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단원제를 기준으로 기초지방의회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 비례대표부터 추첨으로 충원하면서 차차 확대해 나가는 것 등이 가능합니다. 또 하나는 단원제에서 양원제로 헌법을 개정한 뒤, 양원 중 하나를 추첨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의원부터 도입할 경우는 국회의원과 달리 헌법 개정 없이 공직선거법만 개정하고도 시행할 수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나 덧붙인다면, 지방의희와 국회 도입을 추진할 경우,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인들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앞서 소개했던 캐나다의 선거개혁시민총회 방식을 활용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121-122)



보통선거권이 부여되고 정기적인 선거가 치러지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자동으로 민주시민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중요한 정책 현안에 대해 함께 심의하고 설득하고 타협하고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덕성은 훈련을 통해 길러져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시민 덕성을 훈련하고 선보일 수 있는 일상적인 공연장이 필요합니다. 정치권이 우리를 어느 날 갑자기 민주시민으로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5천만 명이 다 올라갈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어 줄 리 만무합니다. 이들은 단지 자기들만이 올라갈 좁디좁은 무대를 만들어놓고, 거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뿐입니다. 우리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유권자들이 스스로 그 무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추첨민주주의가 그 수단이 되어 줄 것입니다. 물론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보기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당연히 여기는 보통선거권을 생각해 보세요. 그 어떠한 제도보다 거센 반발에 부딪혔지만, 오랜 기간 끝에 결국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았지요. 여성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주장도 처음에는 추첨민주주의에 쏟아졌던 것과 유사한 냉소와 조롱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추첨민주주의 역시 보통선거권의 역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2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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