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시 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 도구인가? ㅣ 아주 특별한 상식 NN 14
로빈 터지 지음, 추선영 옮김 / 이후 / 2013년 1월
평점 :
본인의 개인사도 놀라울 만큼 파란만장했던 후버 국장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의 정보를 흘려서 인생을 망가뜨리는 일에 강박적으로 집착했다....... 억압당한 성욕과 무엇이든 제멋대로 생각하는 위험한 과대 망상증이 뒤섞인 괴상한 사고의 소유자였던 후버 국장은 그 유해한 사고방식을 올바르다고 여겨지는 이데올로기로 포장했다. 덕분에 후버 국장은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경찰 기구의 수장이었던 나치의 하인리히 히믈러Heinrich Himmler와 동급이 되었다. (42-43)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동독의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성에는 9만7천 명의 경찰이 소속돼 있었고 정보원도 17만3천 명에 이르렀다. 당시 인구가 1천7백만 명이었으므로 인구 63명 당 경찰 및 정보원 1명이 배치된 셈이다. 이는 인구 5천8백3십 명 당 국가보안위원회 요원 1명이 배치된 스탈린 시대의 소비에트연방보다도 많은 숫자였고 인구 2천 명당 게슈타포 1명이 배치된 히틀러의 제3제국보다도 많은 숫자였다. 여기에 부정기적으로 활동한 정보원까지 포함시킨다면 동독 국민 6.5명당 경찰 또는 정보원 1명이 배치된 셈이 된다. 피해 망상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국가보안성에 협조하면서 국가보안성의 규모가 더 커지게 되었다. (64)
무고한 시민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그들에게 굴욕감을 안기는 이 모든 노력의 이면에는 모든 여행객의 정보, 즉 신용카드 거래 내역에서 생체 정보에 이르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이 숨어 있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는 것을 이보다 더 잘 보여 주는 사례는 아마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범죄자나 수감 예정자에게나 해당될 일이었지만 이제는 무고한 대다수의 시민도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자유의 땅으로 들어오려면 지문과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106)
「데이터베이스 국가Database State」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보유한 46개 데이터베이스의 4분의 1이 "인권법"이나 "정보보호법"에 비춰볼 때 "거의 확실히" 불법이고 절반 남짓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 문제를 안고 있으며 사생활을 보호하는 가운데 작성된 데이터베이스는 15퍼센트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전자 정부로의 전환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발생할 비용이 얼마나 될지는 분명치 않지만 과거 정부가 추진한 IT사업 중 30퍼센트 정도만이 성공했고 대부분 보안상 취약했다는 사실만은 새겨두어야 하겠다. (119)
북반구의 부유한 나라들은 기후변화를 부채질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할 생각보다 난민을 차단하고 보안을 강화할 생각을 먼저한다. 방글라데시의 금융장관은 "우리를 도와 개발을 추진하는 선진국은 "국토의 60퍼센트가 해수면보다 5미터나 낮은 저지대에 거주하는 1억6천5백만 명의 영혼들에게 "이민은 주어진 권리라는 점을 인정해 줘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그러나 북반구의 부유한 나라들은 이 같은 간청 따위는 무시하고 자국 영토를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는 인류의 물결을 차단할 댐 건설에만 골몰하고 있다.
유엔의 추산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환경 파괴, 기후 관련 재난, 사막화를 이유로 부유한 세계와 가난한 세계 사이의 국경을 넘어 이주한 인구는 1천만 명에 달한다. 유엔은 다음 50년 사이에 같은 이유로 이민을 선택하게 될 인구가 15배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28개국 중 22개국이 아프리카에 있다. 신분증을 만들 돈이 있따면 차라리 지역개발에 투입해 지역 주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그곳을 떠나려는 주민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141)
부패와 사회 불평등으로 전국적인 폭동과 시위가 끊이지 않는 중국은 2008년 시위 진압에 사용할 요량으로 무려 6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RFID가 내장된 신분증 10억 장을 제작했다. 중국 정부는 물론 이 사업에 참여한 <모토로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피네온코퍼레이션Infineon corporations> 같은 기업도 큰 이득을 보았다. (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