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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긴 싫고
장혜현 지음 / 부크럼 / 2019년 5월
평점 :
사실 난 에세이를 즐겨 읽지 않는다.
물론 소설처럼 술술 넘어가듯 읽어지는 에세이도 있고 내 이야기인 듯 공감이 가는 에세이도 있지만 일단 에세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인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마냥 편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그것보다는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이 편하지 않아서라는 것이 좀 더 정확할지도...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독립 출판계에서 이름이 있다는 장혜현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에 끌렸다.
그 끌림은 아마도 제목이 주는 강한 공감이었지 싶지만....
평소 스스로 선택해 읽는 장르는 아닌 에세이를 펼쳐보게 할 만큼 '집에만 있긴 싫고'란 문구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작가의 일기장을 닮았을 쨍한 주황빛 커버집 모양의 창으로 보이는 어딘가로 향하는 차의 모습.
그리고, Not to do list 노트....
'집에만 있긴 싫고'의 첫인상은 왠지 입가에 슬쩍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훗~~
장혜현 작가의 솔직하고도 내밀한 이야기들을 읽어가며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그 솔직함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녀가 가진 자유로움과 용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세상에... 사람에.. 가족에... 나아가 스스로에게 가진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에 때론 안쓰럽게~ 때론 흥분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속으로 대화하는 나를 발견했다.
약해 보이지만 강단이 있는 작가의 내면 깊숙한 그리움이. 깊은 슬픔으로 방황으로 또는 사랑에 대한 갈구로 보인 건 뭐.. 지극히 나만의 느낌이지만..ㅎㅎ
그래서인지 친한 동생의 이야기를 듣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토닥 토닥이기도 하며 읽어내렸던 '집에만 있긴 싫고'를 통해 마치 작가를 만나고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 그토록 집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으면서도 계속 집을 그리워하는 작가...
무엇을 더 보태지 않는 자신감을 가진..
이런저런 꾸밈말을 떼어두고 오롯이 나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작가 안에서...
나를 만난 건지도...
길
처음인데도 익숙한 길
매일 걸어도 모르겠는 길
가만히 혼자 있고 싶은 길
유난히 너랑 걷고 싶은 길
가기 싫은 길, 가고 싶은 길
걷고 싶은 길, 뛰고 싶은 길
그 밖에 여러 경우의 길.
본디 길이란 이렇게 경우의 수가 많은 곳이다.
다시 말해, 그러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데려온 것 줄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너'야
앞으로 내가 지켜야 할 것도 바로 '너'야.
너를 잃지 마.
앞으로 세상의 시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불편을 불편이라 느낄 새도 없이....
그러니 이 상황을 위해 우리가 대비해야 할 건 아마도
각자의 '진심'을 지키는 일 아닐까?
생각해보면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 우리는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건 그것대로 분명 즐거웠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