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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ㅣ 쓸모 많은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국어를 잘 한다는건 상당한 능력이자 부러움을 받는 요인이다. 외국어능력이 떨어지는 나는 그래서 매번 이 언어를 배워볼까 저 언어를 배워볼까 궁리하곤 한다. 치매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이 외국어배우기라고도 하니 외국어에 대한 로망은 더욱 큰 듯 하다
뇌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언어중추는 좌뇌에 있다. 그렇다면 좌뇌안에서 언어는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특히 2가지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중언어자의 경우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 이 책 <언어의 뇌과학>이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담백하게 설명하는데 책 전반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실험의 결과들의 대부분은 이중언어자와 단일언어자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거나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조심스럽다고 마무리된다. 그러나 스스로가 이중언어자인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이중언어에 노출되고 사용햐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며 자신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뜻 생각하기에 어린 아이들에게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들려주면 혼란스럽고 오히려 뇌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것 같으나 생후 6개월 이후의 아이들은 이미 2개 언어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p41). 글을 읽어 나가며 일명 잠수네 공부법이라 불리는 하루 30분이상 영어를 흘려듣기를 해주는 것이 정말 유용한가보다하는 생각이 들려고 할 때는, 단순 노출은 의미없고 교사와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있었을 때만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p52)는 설명이 나왔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법이다.
이중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뇌 전체에서 언어작용영역이 늘어날 것 같았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2개의 언어를 사용할 경우 우세언어와 비우세 언어가 생기기 마련인데 우세언어를 사용할때보다 비우세언어룬 사용할 경우 뇌가 더욱 활성화된다고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는데 우세언어에서 비우세언어로 바꾸어말할 때보다 비우세언어에서 우세언어로 바꾸어 말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 다는 결과가 인상적이었다. 이중언어사용은 언어의 통제능력을 강화시킨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이중언어자의 경우, 유창한 대화를 위해서는 다른 언어를 통제시키는 언어통제가 항상 따라와야하는데 이 언어통제가 주의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현상을 시몬효과(Simon effect)라고 부른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운전처럼 요구되어지는 능력과 주어진 조건이 다를 때 자극에 따른 응답시간의 차이가 생기는 현상이 시몬효과이다.
캐나다에서 행해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중언어자들이 단일 언어자보다 시몬 효과를 적게 경험한다고 한다.(p150)
작가는 이 결과를 이중 언어 사용 경험이 비관련 정보간의 충돌을 해결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설명한다.
즉, 흔히들 말하는 멀티태스킹(작업변경)의 경우 이중언어자가 더 잘 한다는 것이다.(p154)
나이가 들면서 치매나 알츠하이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곤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치매예방에 외국어배우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중 언어 사용은 노화를 늦추는가>라는 제목의 4장은 조금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사람의 뇌는 회색질과 백색질이 있는데 회색질은 일하는 곳이고 백색질은 활동이 없는 부위이다. 20대 중반에 최대면적인 회색질은 노화와 더불어 차츰 줄어들고 백색질이 늘어나게 된다- 내 설명 ㅋ)
이중언어자의 경우 70대의 백색질이 비슷한 나이의 단일언어 사용자들에 비해 20대 시절의 백색질의 상태를 더 많이 유지되었다고 한다.(p166)
이젠, 널리 알려진 상식인데 나이가 들면 인지력 감퇴는 불가피하지만 인지 예비용량을 늘려두면 인지력 감퇴의 진행과 강도는 달라진다. 뇌의 퇴화정도가 똑같더라도 인지 예비용량이 큰 사람의 경우 인지적 결함이 적다는 것이다.
역시 다양한 언어 사용자가 많은 캐나다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이중언어자는 단일언어자에 비해 인지력 감퇴에 의한 신경퇴행성 질환에 의한 발병이 4년정도 늦게 시작된다고 한다.(p171)
스코틀랜드에서는 엄청난 추적연구를 벌였다.
11세 아동의 지적능력을 평가한 후 그 아동들이 73세가 되었을 때의 지적능력을 평가한 것이다.
당연히 11세때 지능이 높은 경우, 73세때도 높다.
눈길을 끄는 것은 11세 이후 다른 언어를 배운 사람들이 예상치보다 좋은 인지능력을 보였다는 결과이다.
즉, 이중언어 사용은 적어도 몇 년간은 인지 예비용량의 발전과 뇌손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p175)
당장 외국어 초급 회화 수업을 신청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게 된다.
가장 눈길을 끈, 그리고 가장 의외였던 이중 언어 사용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발전이었다. (P127~) 이중 언어의 사용이 자기 중심적 경향을 줄이게 된다는데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해도 자기 중심적 경향이 줄어들 수 있는건지 궁금해진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두께이지만 상당히 알찬 내용을 가득 눌러담았다. 핫한 정재승, 김겨울이란 추천인들의 추천사가 아주 민망스럽지 않은 괜찮은, 자신이 정한 주제에 충실한 뇌과학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