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인생의 효율 - 나의 시간과 멘탈을 되찾는 법
아놀드 베넷 지음, 충희 엮음 / 여린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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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에 '더 늦기 전에 인생의 효율'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당연히 시간을 알뜰하게 쓰는 법,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요즘 들어 별일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훅 지나가는 날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라면 언제나 흥미가 있거든요. ^^;;; 그런데 읽어 보니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 일을 빨리 끝내거나 하루에 더 많은 일을 해내라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하루는 바쁘게 흘러가는데 정작 내 삶은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자 아놀드 베넷이 소설가라는 것도 처음엔 의외였습니다. 시간 관리 책 하면 뭔가 전문가가 쓴 것만 생각했는데... 베넷은 젊을 때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고 하더라고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일을 마친 뒤에야 겨우 자기 시간이 생기는 생활이라면 지금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년도 더 전 사람인데도 일 끝나고 나면 하루가 그냥 끝나버린 것 같은 기분을 알고 있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나 변했는데도 그 답답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가 봅니다.

음... 제일 오래 남은 부분은 시간을 돈보다 귀하다고 말한 대목이었습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어도 지나간 시간은 돈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건 너무 당연한 말이라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텐데,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라는 자산이 새로 주어진다는 식으로 풀어낸 점이 조금 달랐습니다. 아침에 눈 뜨면 나한테도 그런 자산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아무렇게나 흘려보내기가 갑자기 아깝더라고요. 머...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고 다음 날부터 생활이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만. ^^;;; 다만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말에는 조금 걸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시간의 길이는 같아도 사람마다 처한 형편은 다르니까요. 생계 때문에 오래 일해야 하는 사람도 있고, 퇴근하고 나면 가족을 돌보느라 자기 시간이란 게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잘 못 쓰는 걸 전부 의지 부족으로 돌리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주어진 여건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한 번쯤은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효율이 단순히 시간을 아끼는 게 아니라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해 보거나, 예술을 즐기거나, 평소엔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도 삶을 충실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거죠. 사실 그런 일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서 바쁠 때면 제일 먼저 미루게 됩니다. 저도 책 한 권 읽는데도 왠지 빨리 끝내야 할 것 같고, 뭔가 배우려고 하면 이게 어디에 쓸모 있을지부터 따지게 됩니다. 그런데 꼭 결과가 남아야만 의미 있는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들었습니다. 특히 그냥 읽기만 하지 말고 생각하라는 조언은 좀 찔렸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다가도 며칠 지나면 뭘 읽었는지 가물가물할 때가 많거든요. 흐... 이건 좀 아니, 많이 찔렸습니다. ^^;;; 생각해 보니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제목은 기억나는데 정작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 게 꽤 많습니다. 읽을 때는 분명 좋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흐...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읽은 내용을 좀, 아니 많이 곱씹어 봐야겠습니다. ^^ 아... 그래서 이 책이 각 장 끝에 잠시 멈춰 생각하거나 적어볼 공간을 마련해 둔 것도 반가웠습니다. 책을 빨리 끝내는 것보다 한두 문장이라도 오래 남기는 쪽이 나을 때도 있으니까요.

정신의 효율이라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시간을 아무리 잘 나눠 놔도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으면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도 뭔가 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몸을 위해 운동하고 식습관을 챙기듯, 생각하고 집중하는 힘도 돌볼 필요가 있다는 말에는 동의했습니다. 다만 정신까지 늘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하면 그것도 꽤 피곤한 일이 될 것 같았습니다. ^^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쉬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마흔을 앞둔 베넷이 자신에게 삶에서 무엇을 얻었고 앞으로 무엇을 얻을 것인지 묻는 대목에서는 한참 생각이 멈췄습니다. 젊을 때는 앞으로 해야 할 일, 이루고 싶은 것들이 먼저 보일 수 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이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오래전 사람이 던진 질문인데 지금 읽는 나를 건드리는 이유가 아마 거기 있는 것 같습니다.

음... 책에서 특별한 시간 관리 비법을 배운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하루를 좀 더 알차게 보내는 요령이라도 얻을까 싶었는데, 읽고 나니 오히려 지금까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 왔는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 놓고도 저녁이 되면 '오늘 내가 뭘 했더라?' 싶은 날이 종종 있었습니다. 분명 이것저것 하긴 했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건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던 날이 꼭 아까운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날이 더 좋았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 머... 그렇다고 내일부터 시간을 대단히 잘 쓸 자신은 없습니다. 아마 별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는 날도 여전하겠죠. 그래도 가끔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나 돌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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