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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세대 - 초고령사회를 읽는 법
이동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10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거부세대'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무언가에 화가 나서 계속 '싫다!'고 말하는 세대를 뜻하는 줄 알았습니다. ^^;;; 그런데 책에서 말하는 거부는 조금 달랐습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가 미리 정해놓은 자리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나는 김부장이 아니다', '나를 시니어라고 부르지 마라', '나는 경로당에 가지 않는다' 같은 내용들을 보고 나니, 이 제목이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특히 '자기 이름'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 어느 순간 이름보다 직급으로 불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런데 퇴직하는 순간 그 직함이 사라집니다. 처음에는 자유로울 것 같지만 막상 그때가 되면 '그럼 나는 이제 뭐라고 나를 소개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이름의 귀환'이라는 표현이 생각보다 묵직했습니다. '나를 시니어라고 부르지 마라'는 이야기도 처음에는 조금 유난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나이가 들면 시니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청기를 예로 든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기능이 필요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순간 '노인'으로 보일까 봐 꺼리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에 맞춰 배려해준다면서 오히려 그 사람을 나이라는 틀 안에 먼저 넣어버리는 경우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니어 시설을 짓지 말고 시니어가 오고 싶은 공간을 지어라'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무릎이 불편한 사람에게 편리하면서도 그것을 '노인을 위한 배려'라고 크게 써붙이지 않는 공간... 생각해보면 꼭 노인에게만 좋은 것도 아닙니다. 계단이 적고 걷기 편하고 서비스가 친절한 곳이라면 저라도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나이를 앞세우기보다 그냥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이 세대를 '평생을 표준 규격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잠시 멈추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되었습니다. 정해진 시기에 공부하고 취업하고 집을 마련하고 자녀를 키우며 살아왔는데, 정작 인생 후반에 와서는 처음으로 정답지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그러니 '나는 은퇴하지 않는다'는 말도 무조건 직장을 계속 다니겠다는 뜻으로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일을 완전히 놓을지, 다른 일을 시작할지, 조금 덜 일할지까지 이제는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물론 1964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954만 명이 모두 이런 생각을 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같은 나이라도 경제적인 형편이나 건강, 가족관계, 살아온 환경이 모두 다를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거부세대'라는 말을 그 세대 전체의 성격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이 나이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 하나를 바라보는 저자의 방식 정도로 읽었습니다.
'나는 이사하지 않는다'에서 나온 디지털 손주 이야기는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기계에게 맡기는 것 같아 처음에는 씁쓸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던 자리에 기계라도 도착한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쉽게 좋다 나쁘다 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기술이 가족을 대신하는 세상이 바람직한가를 따지기 전에, 왜 그 자리가 비어 있게 됐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마지막의 '나는 물려주지 않는다' 역시 제목만 보면 꽤 강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 노년의 돈을 무조건 다음 세대를 위해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남은 삶을 위해서도 사용하려는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얼마나 쓰고 얼마나 남길지는 물론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소비의 주체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음...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제가 '노년'을 바라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저 역시 나도 모르게 나이가 들면 경로당, 은퇴, 실버타운, 상속 같은 정해진 순서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된 사람들은 '왜 꼭 그래야 하지?'라고 묻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질문이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거부'라는 단어가 꽤 부정적으로 들렸는데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달라졌습니다. 무엇이든 싫다고 밀어내는 거부라기보다 남들이 나이에 맞춰 만들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거부에 가까웠습니다. 어쩌면 잘 나이 든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계속 더하는 일보다, 이제는 내 삶에 맞지 않는 정답부터 하나씩 거부할 줄 아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