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Who - 누가 인생 후반전에서 승리하는가
박형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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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은퇴 후 얼마가 있어야 할까?' 은퇴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아무래도 돈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국민연금은 얼마나 받을지,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할지, 모아둔 돈으로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같은 것들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그런 영상자료를 자주 보곤 했었죠. 그런데 '은퇴 후 Who'를 읽으면서는 돈 못지않게 조금 불편한 질문 하나가 따라왔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나는 어떤 사람... 누구(Who)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분들의 이력은 다양하고, 꽤 다이나믹합니다. 회사 임원이 택배 분류 일을 하고, 화장품 회사 임원이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호텔 셰프가 택시기사가 됩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퇴직 후 얼마나 버는가'에 눈이 갔습니다. 그런데 몇 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오히려 버는 숫자보다 예전의 직함을 내려놓는 과정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회사에 오래 있으면 어느 순간 직함이 나와 붙어버립니다. 어디에 다니는 누구, 무슨 일을 하는 누구라고 소개하는 것이 익숙해지죠. 그런데 퇴직하는 날 그 앞부분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이 책에서 퇴직을 '회사원 아무개'에서 '인간 아무개'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앞부분 이야기가 상당히 따끔했습니다. 퇴직을 앞둔 40~50대라면 취업준비생처럼 이력서를 다시 써보라고 합니다. 한 직장에 오래 다녔다는 것이 반드시 전문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나옵니다. 실제로 종이 한 장을 놓고 회사 이름과 직급을 빼고 나면 나는 무엇을 적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후우... 생각보다 쉽게 써지지 않았습니다.

읽으면서 모든 사례들을 '나도 퇴직하면 저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읽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창업하고, 누군가는 자격증을 따고, 누군가는 귀촌하고, 또 누군가는 투자나 유튜브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맞았던 길이 나에게도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월수입이나 연봉 같은 결과만 보고 따라간다면 오히려 이 책을 잘못 읽는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지금부터 퇴직 후 모드로 살아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퇴직한 다음 갑자기 생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비와 취미, 인간관계가 월급이 사라진 뒤에도 지속 가능한지 미리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자전거 타기, 걷기, 책 읽기처럼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취미 이야기도 나옵니다. 거창한 은퇴설계보다 이런 준비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도 의외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전문 분야의 책을 쓰고 싶다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현직에 있을 때 일기나 독서노트부터 꾸준히 쓰라는 조언입니다. 이것은 꼭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괜찮은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알고 있는지 글로 정리하다 보면, 회사 밖에서도 쓸 수 있는 내 경험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책에 나오는 24분의 삶들도 결국 하나의 정답을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택배 노동도 있고 청소업도 있고 택시도 있으며, 목수, 화가, 마술사, 유튜버, 귀촌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하던 일을 더 높은 자리에서 이어가는 것만이 인생 2막은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 위안이 됐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어쩌면 '은퇴 후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돈도 필요하고 연금도 중요하죠. 아마도 자격증이나 새로운 기술도 준비해야하는 고민도 할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런것들만 준비하고 정작 지금까지 회사 명함이 있다가 그것이 없어진 뒤의 나를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이후의 은퇴 준비가 어딘가 빠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음... '은퇴 후 Who'에서 제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24분의 성공담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퇴직은 직업을 잃는 날일 수 있지만, 그때부터 다시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시간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 은퇴 준비라는 게 결국 돈을 준비하는 일도 당연하지만, 명함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을 '나'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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