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킹 - 버티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이클 이스터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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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러킹'이라는 제목... 굉장히 생소했고,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워킹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면서... 새로운 운동 기구나 운동 훈련법을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마이클 이스터의 저서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죠. ^^;;;) 그런데 러킹은 놀랄 만큼 단순했습니다. 배낭에 무게를 넣고 걷는 것, 말 그대로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굳이 한 권의 책이 될 만큼 특별한 운동일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사용 설명서가 있다. 1단계 걷고, 2단계 무언가를 들고 걷는다"라는 첫 문장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걷기를 주요 운동으로 매일 진행하고 있는 저도 과거에는 걷기를 운동이라기보다 이동 수단으로 여기고, 짐은 가능한 한 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대는 엘리베이터와 자동차, 배달 서비스가 일상에 들어오면서 몸을 사용할 이유가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저자 마이클 이스터는 우리가 새 운동을 배워야 한다기보다, 오래전에 당연하게 하던 움직임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자가 '들어가면서'에서 언급한 북극에서 약 36킬로그램의 배낭을 메고 걸으며 인간은 본래 무언가를 짊어지고 살아온 존재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강렬했습니다. 다만 그 경험을 그대로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 저같은 일반인이 처음부터 무거운 짐을 메는 것은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을 거라는 믿은 때문이었습니다. 황세가 뱁새 따라 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잖습니까... ^^;;; 실제 연구에서도 배낭의 무게가 증가하면 에너지 소모뿐 아니라 관절과 호흡기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지는 것으로 언급하고 있구요. 이 책의 핵심 역시 무작정 더 무겁게 메라는 데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은 "문제는 (무게 자체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의미 있는 무게가 너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말이었습니다. 현대인은 몸으로 견뎌야 하는 무게는 줄였지만, 스트레스와 불안 같은 보이지 않는 무게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저자는 배낭 속의 물리적인 무게를 견디면서 삶의 다른 무게도 감당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조금 멋있게 들리는 말이기는 했지만, 완전히 뜬구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힘든 길을 걷다 보면 지금 해야 할 일은 결국 다음 한 걸음을 내딛는 것뿐입니다. 해결되지 않은 걱정을 머릿속에서 계속 굴릴 때와 달리,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호흡과 발걸음에 집중하게 됩니다. 배낭의 무게가 삶의 고민을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감각은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수명보다 건강 수명을 강조하는 점도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래 사는 것보다 오랫동안 내 힘으로 걷고, 물건을 들고, 일상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운동을 몸무게나 외모를 바꾸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러킹은 나이가 들어서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쪽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러킹의 장점은 시작이 단순하다는 데 있었습니다. 특별한 시설이나 복잡한 동작을 배울 필요 없이 배낭에 가벼운 무게를 넣고 문밖으로 나가면 됩니다. 책에 등장하는 40대 한 여성도 깊게 고민하지 않고 일단 배낭을 메고 걸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운동복과 신발부터 검색하다가 정작 시작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 이 부분에서는 조금 뜨끔했습니다. ^^;;; 다만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는 말과 '누구나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말은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게를 많이 넣으면 평범한 걷기보다 운동 강도가 높아지겠지만, 허리와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질 수 있을테니까요. 처음에는 가벼운 무게와 짧은 거리로 시작하고, 몸의 반응을 보며 익숙해질 즈음 천천히 늘리는 편이 안전하겠죠... 책 제목에 끌려 갑자기 무거운 배낭부터 마련하는 것은 저자가 강조한 불완전한 시작과도 조금 다른 행동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의 '2퍼센트 마인드셋'도 인상 깊었습니다. 매일 삶을 완전히 바꾸려 하기보다 평소보다 조금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하자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실 예를 들면 책에서 언급한 카페를 목적지로 삼아 걷기, 무거운 것 메고 집안일 하기, 유아차 대신 아기띠 사용하기 등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고, 제 일상에서 찾아보자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익숙해진 배낭에 무게를 조금 더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경험에 의해 알고 있는 사실로, 너무 쉬우면 몸이 변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어려우면 오래 이어지지 않죠. 그 사이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불편함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이 떠올랐습니다.

음... '러킹'은 편리함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받아들여온 저의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모든 짐을 제거하는 것이 정말 좋은 삶인지,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불편함까지 피하면서 오히려 더 약해진 것은 아닌지를 묻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당장 거창한 러킹 장비를 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평소 산책할 때 작은 물병 몇 개를 배낭에 넣어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극한의 고통을 견딜 필요도 없지 않겠어요? ^^;;; 그냥... 평범한 걷기에 아주 조금의 무게를 더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무게는 배낭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책임과 실패, 불안처럼 피하고 싶은 삶의 무게도 있었습니다. 모든 무게를 내려놓을 수 없다면, 적어도 그것을 견딜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느껴졌습니다.

'러킹'을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배낭을 메고 한 걸음씩 걷는 것처럼 단순하고 조금 불편한 일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한 뒤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무게라도 일단 메고 문을 나서는 것. 아마 이 책이 말하는 강인함은 바로 그 첫걸음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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