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자들은 절대 속지 않는 돈의 함정 - 돈을 지키고 불리는 9가지 경제학적 아이디어
셰종보 지음, 유주안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7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부자들은 절대 속지 않는 돈의 함정'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솔직히 투자 사기나 금융상품의 함정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맥락은 아주 달랐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함정'은 누군가가 작정하고 파놓은 함정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반복하는 선택과 판단의 오류에 더 가까웠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보다 돈에 관한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초반에 나오는 '금이 간 수조' 비유가 먼저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무리 물을 채워도 수조에 금이 가 있으면 계속 새어 나가듯, 돈도 벌기만 해서는 지킬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소비를 줄이라는 말인가 싶었는데, 책이 말하는 방향은 그것보다 조금 넓었습니다. 할인이나 공짜라는 말에 끌려 필요 없는 소비를 하는 것, 눈앞의 돈만 아끼다가 더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것까지 모두 자산이 새는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할인쿠폰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산 적이 있어서 이 부분에서는 조금 뜨끔했습니다, 돈을 아낀 건지, 돈을 쓴 건지 애매한 소비였으니까요. ^^;;;
'인지'라는 개념도 흥미로웠습니다. 여기서 인지는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재산이 근면 성실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결국 어떤 기회를 발견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인지 수준에 따라 돈을 번다'는 표현이 조금 거창하게 들렸는데, 책에서 기회비용이나 매몰비용, 확률 같은 이야기로 이어지는 걸 보니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조금씩 이해가 됐습니다. 기회비용에 관한 부분에서는 잠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저같은 경우, 보통 어떤 선택으로 얻은 것만 계산하지, 그 선택 때문에 포기한 것은 잘 계산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 않았죠. 당장 몇만 원을 아끼는 선택은 눈에 보이지만, 그 때문에 잃은 시간이나 기회는 통장 내역에 찍히지 않습니다. 책 소개에서 언급하고 있는 직장과 가까운 집 대신 저렴한 외곽의 집을 선택하는 사례를 드는 것도 그런 이유였던것 같습니다. 집값이나 월세만 계산하면 분명 절약이지만, 매일 추가로 쓰는 출퇴근 시간까지 넣으면 계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싸게 사는 것'과 '경제적으로 사는 것'은 꼭 같은 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 부분에서는 '큰길'에 대한 비유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 가는 도시에서 큰길을 따라가면 목적지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데, 사람들은 투자만 시작하면 이상하게 남들이 모르는 지름길부터 찾으려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조금 웃기면서도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투자 이야기를 들으면 검증된 방법보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종목' 같은 말에 더 귀가 솔깃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도 아는 길은 왠지 늦은 것 같고, 나만 아는 비법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마음 말입니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경계하는 부분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혔습니다. 고수익을 내세우는 상품일수록 구조가 복잡할 수 있고, 위험이 세부 조건 속에 숨어 있을 수 있으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품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상품에 돈을 넣는 것은 투자라기보다 다른 사람의 설명을 믿는 행위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의 확률 이야기는 분위기를 조금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성공한 사업가들조차 자신의 성공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인정한다는 사례를 들면서, 그렇다고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결론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운은 통제할 수 없지만 기회를 만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이야기보다 이런 설명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했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실패했다고 그 사람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니까요.
게임 이론과 인간관계에 관한 부분도 의외였습니다. 처음에는 돈에 관한 책에서 왜 협력과 배신 이야기가 나오는지 조금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경제활동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연결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한 걸음 물러서면 바다와 하늘이 넓어진다"는 표현 뒤에,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한 걸음'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무조건 양보하는 것도 좋은 전략은 아니라는 말인데, 돈 문제를 떠나 인간관계에서도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였습니다.
음... 이 책은 제목만 보면 부자들의 투자 비법을 알려주는 책처럼 보이지만, 제가 읽으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보다 '나는 평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는가'였습니다. 싸다는 이유로 사고, 이미 쓴 돈이 아까워 계속 붙잡고 있고,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따라가는 일도 생각보다 많으니까요. 물론 책에 나오는 모든 사례와 주장에 똑같이 동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특히 창업이나 투자처럼 개인의 상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문제는 하나의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돈이 새는 구멍을 찾겠다고 가계부 숫자만 들여다보기 전에, 내가 반복해서 내리는 선택부터 한번 돌아보라는 이야기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
읽고 나니 '돈의 함정'이라는 게 생각보다 멀리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속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때로는 조급함이나 욕심, 이미 내린 선택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니까요. 적어도 다음에 '공짜', '특별한 기회', '고수익' 같은 말을 만나면 예전보다는 한 번쯤 더 생각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