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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사랑은 오해다 ㅣ 세계척학전집 4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사랑을 설명한다'는 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사랑은 이해의 대상이라기보다 감정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계철학전집: 사랑은 오해다'는 그런 익숙한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구조... 더 나아가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Part로 나뉘어 있습니다. Part 1 '사랑의 정체_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Part 2 '끌림의 구조_왜 하필 그 사람인가', Part 3 '파국의 공식_관계는 왜 무너지는가', Part 4 '사랑의 기술_잘 사랑하는 법은 배울 수 있다'로 이어집니다. 전체적으로 사랑을 하나의 현상으로 분석해 가는 흐름이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반복되는 관계의 패턴을 개인의 성격이나 선택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에 내재된 구조로 해석하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도로시 테노브의 '리머런스, 헬렌 피셔의 '사랑의 뇌과학', 카를 융의 '아니마,아니무스', 존 가트맨의 관계 이론 등 이미 알려진 개념들을 바탕으로 책의 해석 틀을 세우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이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여러 이론을 엮어 사랑을 새롭게 읽어내려는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부분은, 제가 사랑이라고 믿는 감정을 다시 보게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리머런스라는 개념을 통해 사랑과 집착, 혹은 불확실성에 대한 중독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또 ' 이 사람에게 왜 끌렸는지, 이 상처가 왜 이렇게 아픈지...'라는 질문들을 감정이 아니라 무의식과 심리적 패턴으로 풀어내는 방식도 흥미로웠습니다. 하빌 헨드릭스의 '이마고 이론'처럼, 반복되는 관계의 이유를 설명하려는 시도와도 이어져 보였습니다.
관계가 무너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었습니다. 감정적인 위로나 조언보다는, 관계 자체가 가진 구조적 긴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에스더 페렐의 '욕망의 역설'이나 장폴 사르트르의 '타자론'을 읽으면서, 사랑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 시선이 좋았습니다. '친밀함이 깊어지면 사랑은 완성에 가까워지지만, 바로 그 순간 욕망은 대상을 읽는다'고 하는 문제의식 역시 뇌리에 꽤 오래 남았습니다.
후반부에서 이 책은 다시 '기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만 여기서의 기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주의 비판' 같은 내용도 결국은 잘 사랑하는 법이 따로 있다기보다, 사랑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처럼 읽혔거든요.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책은 사랑을 더 잘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기보다, 제가 느끼고 있던 감정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음... 정리가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질문이 하나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감정은 정말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내가 그렇게 믿고 있었던 걸까?...' 읽고 나서도 한동안 그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