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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미닛 - 단 1분 안에 원하는 것을 얻는 대화의 공식
크리스 페닝 지음, 김주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2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회의가 끝나고 나면 일이 더 늘어나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분명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작 남은 결과는 "그럼 다음에 다시 보죠"라는 말뿐일 때가 있었고요. 회의를 다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핵심이 뭐죠?"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늘 같은 핑계를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상황이 복잡했다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이죠... 다 변명이었죠... ^^;;;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대화의 시작, 첫 1분이란?'으로 시작해서, 2장 '15초 안에 완성하는 대화의 프레이밍', 3장 '대화의 개요를 구조화 시키기', 4장 '시간 & 대화 상대 확인하기', 그리고 5장 '다양한 상황에 소통 기법 적용하기'로 마무리하죠.
이 책에서는 대화가 실패하는 이유를 말솜씨나 표현력에서 찾지 않습니다. 음... 화술이 부족하거나 말을 못해서 일이 꼬인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대신 훨씬 근본적인 이유를 짚어냅니다. 입을 여는 순간이 아니라, 입을 열기 전에 이미 대화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첫 1분'이라는 말도 처음에 접했을 때는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빨리 말하라는 뜻인가? 핵심만 던지라는 이야기인가? 싶었죠.
그런데 읽다 보니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아무 말이나 시작하지 말고, 먼저 대화를 설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이 대화가 끝났을 때 어떤 결론이 남아야 하는지... 이걸 정리하지 않은 채 말을 시작하게 되면, 상대는 애초에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된다는 설명이 유난히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설명이 길어질수록 상대의 표정이 흐려졌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이 책에 나오는 방법들은 단순했습니다. 화려한 기술이나 특별한 화술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하나요?", "그래서 상대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나요?", "이 대화의 결론은 한 문장으로 뭐죠?". 솔직히 이걸 15초 안에 정리하라는 부분은 처음엔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건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겠다는 태도에 더 가까운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특히 'GPS' 구조가 오래 남았습니다. 목표, 문제, 해결책. 이 단순한 틀만 지켜도 보고나 회의가 이상하게 길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문제를 늘어놓다 끝나는 대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래서 다음에 뭘 하면 될까요?"로 이어지는 대화...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바로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음...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회의 중에 갑자기 질문을 받았을 때, 이메일로 설명을 이어가야 할 때, 면접처럼 긴장되는 자리에서 그 첫 1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장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좋은 말이다"에서 멈추지 않고, "다음에는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 말을 꺼내기 전에 잠시 멈추어 보고 생각을 갖는 것이 나름의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왜 하려는지... 지금 이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이 대화가 끝나면 어떤 결론이 남아야 하는지... 그 짧은 정리만으로도 대화는 훨씬 가벼울 수 있꼬, 결과 또한 더욱 선명해질 것 같아 보였습니다.
'더 퍼스트 미닛'은 말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일을 흐리지 않고 끝내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책에 가깝다고 할까요? 회의를 자신도 모르게 길게 늘어지게 하는 사례가 많은 사람이나 회의나 보고를 마치고도 늘 찜찜함이 남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말을 더 잘해보세요"가 아닌, "시작을 다시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해주는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요... 대화의 성패는 말솜씨에서 갈리는 게 아니라, 시작을 얼마나 준비했는지에서 갈린다는 사실. 이 책은 그 점을 끝까지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