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 세계척학전집 2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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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세계척학전집_훔친 심리학'을 덮었을 때, 묘하게 멍해졌어요. 아, 그래서 내가 늘 이랬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괜히 더 예민해지고, 별것 아닌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할 걸 알면서도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이유가 의지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 책이 자꾸 보여줬기 때문이었죠. 마치 제 안에 이미 깔려 있던 프로그램을 하나씩 열어보는 기분이랄까요.

읽다 멈췄던 부분은 융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유독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자기중심적인 태도, 과한 감정 표현, 집요한 집착 같은 것들. 그런데 그걸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사실은 내가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모습들이 겹쳐 보이더군요. 그 순간 조금 불편해졌습니다. 미워하던 사람이, 어쩌면 외면해 온 내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보울비의 애착 이론이나, 치알디니와 카네기의 인간관계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이 계속 따라왔습니다. 나는 감정으로 사람을 대한다고 믿어왔는데, 실제로는 오래된 패턴대로 반응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누군가에게 유난히 끌리고, 또 상처받는 이유도 사랑보다는 습관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갑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오히려 마음을 덜 아프게 했어요. 모든 게 내 결함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카너먼과 애리얼리, 탈러의 장을 읽을 때는 또 다른 식으로 멈칫하게 됐습니다. 나는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사실은 타이밍, 비교, 감정 상태 같은 것에 밀려 결정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죠. 왜 손해인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왜 굳이 더 비싼 걸 고르는지... 그게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 뇌의 설계일 수 있다는 말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가 갑자기 더 나은 사람이 된 건 아닙니다. 다짐이 생긴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이 책은 저를 위로해 주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를 오해해 온 방식들을 하나씩 풀어놓는 느낌은 남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책을 떠올리면, 심리학서라기보다 나라는 사람의 사용 설명서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보다는 제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보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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