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최소 불행 사회'를 펼쳤을 때는, 그냥 또 하나의 미래 예측서겠거니 했어요. 일본 이야기로 시작하길래 더 그랬고요. 솔직히 말하면 약간 거리 두고 읽었습니다. '그래, 남의 나라 얘기겠지.' 그런데 몇 장 넘기지 않아 마음이 좀 이상해졌습니다. 불안하다기보다는... 불편. 묘하게 찔리는 느낌이랄까요. 읽다 멈췄습니다. '행복? 그게 뭐지?' 이 책은 계속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어요.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른 책과는 다르게 조금 독특하게 전개해 나갑니다. 먼저, 1부 ~ 2부는 문제 진단 단계로 1부 '일본이라는 거울(1985~1995), 2부 '거울 속 한국: 이미 시작된 파국(1996~2025)를 다룹니다. 그리고는 3부 '아무도 말하지 못한 9가지 금기된 해법'을 통해 거시적 해법을 이야기하며, 마지막 4부에서 '파국을 버텨내는 11가지 생존 매뉴얼'을 통해 미시적 생존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음... 저출산, 고독사, 무연사회, 프리터, 긱워커, 노노개호, 영케어러 같은 단어들이 나오는데, 처음엔 다 뉴스에서 보던 말들이잖아요. 근데 이상하게 책으로 읽으니까 갑자기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거의 불 꺼진 채로 혼자 사는 것 같던 옆 집 할머니... 그 집을 무심코 지나쳤던 기억이요. 그냥 스쳐간 장면인데, 책을 읽다 보니 옆 집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아, 이게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이런 얼굴들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좀 무거워졌습니다.
이 책이 더 불편했던 건, 일본을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저자가 10년 동안 일본을 오가며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보여주는데, 숫자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쿄 금융가의 화려한 풍경이 나오다가, 바로 지방 소멸 마을의 적막한 일상으로 넘어가고, 혼자 늙어가는 노인의 하루, 불안정한 일당에 흔들리는 청년의 얼굴이 이어집니다. 읽다 보면 사회 분석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 보는 기분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더 피곤했고, 그래서 더 잘 안 넘어갔습니다.
특히 멈칫했던 건, 이 책이 말하는 '행복'의 방향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더 잘 살기, 더 성장하기 같은 말을 쉽게 하잖아요. 저도 그렇고요. 근데 이 책은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정말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불행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걸까? 처음엔 솔직히 너무 소극적인 말 같았습니다. "최소 불행"이라니, 너무 패배적인 거 아니야? 싶었죠. 근데 읽다 보니, 오히려 이게 지금 사회랑 더 잘 맞는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행복을 외치는 동안, 정작 사회가 보장해야 할 하한선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3부의 '금기된 해법' 부분에서는 진짜 커피 쏟을 뻔했습니다. 폐교 활용, 인터넷 실명제, 최저임금 차등제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쉽게 고개 끄덕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힘들었어요. 불편한데,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우리가 피하고 있는 질문인 건 확실하네. 그런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4부의 '생존 매뉴얼'은 더 씁쓸했어요. 사회를 바꾸는 이야기라기보다,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개인이 어떻게 버틸지를 말하는데, 그게 현실적이면서도 좀 서늘했습니다.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 자체가 이미 각자도생의 시대에 들어왔다는 증거 같아서요.
책을 덮고 나서도 기분이 개운해지진 않았습니다. 대신 묘한 감각이 남았습니다. 마치 시험 문제 답지를 한 번 훔쳐본 느낌이랄까요. 일본이라는 거울 속에 비친 미래를, 이제는 모른 척하기 어려워졌다는 자각. 그래서 오늘도 다시 책을 한 번 더 펼쳤습니다. 정리는 안 됐고, 답도 없는데... 그냥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최소 불행'. 이 말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