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열어주는 명당 풍수 - 음택과 양택의 정석
장현숙.김영기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운명을 열어주는 명당 풍수'를 읽기 전까지, 풍수는 제게 늘 '전문가의 영역'처럼 느껴졌습니다. 높은 산세나 기세, 혈과 명당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올랐고, 솔직히 말하면 제 삶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세계 같았죠. 이해한다기보다는 그저 외워야 할 개념들의 묶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제가 풍수를 얼마나 단편적으로만 상상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그게 약간 민망하면서도, 한편으론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이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좋은 터의 조건', 2장은 '부자 되는 현장 풍수', 3장은 '집안을 살리는 엄마 풍수', 그리고 4장은 '풍수지리 용어'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목차만 보면 여전히 조금은 딱딱하고 이론서 같은 인상을 주는데, 막상 읽어보면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설명을 주입하는 대신, 실제 사람들의 삶 속으로 풍수를 끌고 들어와서 에피소드처럼 들려주는 쪽에 더 가깝거든요.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에는 '공부한다'기보다는, 풍수를 잘 아는 친척 어른이 옛이야기 들려주는 느낌에 조금 더 가까웠습니다. ^^

풍수를 풀어내는 방식도 나름 독특합니다. 처음에 '아빠 풍수'와 '엄마 풍수'라는 표현을 봤을 때는, 솔직히 말해 약간 마케팅용 수사처럼 느껴져서 고개가 갸웃해졌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나눌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장을 넘어가면서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니,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어느 정도 감이 왔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길흉을 판단하는 시선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의 몸과 감각으로 터를 바라보자는 제안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마당의 방향, 안방에 스며드는 햇살, 부엌에서 느껴지는 온기 같은 것들을 풍수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 줄 때, '아, 이건 내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감각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명당이라는 말이, 거창한 장소를 가리키기보다는 매일을 버텨내게 해 주는 공간의 균형에 더 가까운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가문을 일으킨 할머니들의 삶,  여성 유학자 임윤지당의 생가, '음식디미방'의 저자 장계향, 궁궐과 묘역에 깃든 여성들의 흔적까지 차례로 따라가다 보면, 풍수의 무게 중심이 조금씩 이동합니다. 그동안 풍수를 남성 중심의 권력, 출세, 대업의 도구 정도로만 상상해 왔던 제 시선이 슬쩍 틀어지는 느낌이었달까요. 양육과 돌봄, 지속과 안정 같은 키워드가 풍수 안에 오래전부터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머리로만이 아니라 조금은 피부로도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 지점도 더 날카롭게 파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풍수가 삶을 감싸 안는 지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공허한 수사로만 넘기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이 이론만 나열하고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살기 힘든 터의 형태, 비보양생법, 살기 좋은 마을의 사례, 강남의 양택 이야기까지 이어지면서, 풍수가 추상적인 '믿거나 말거나'의 영역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계속 시험되고 조정되어 온 생활의 기술처럼 다가옵니다. 어떤 사례들은 솔직히 '이건 조금 과한 해석 아닌가?' 싶은 대목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사람들이 이 언어로 세계를 해석해 왔구나"라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뒤에 정리된 풍수 용어들도 처음부터 외워야 할 목록이라기보다는, 필요할 때 한 번씩 찾아보게 되는 작은 사전 같은 존재에 가까웠고요.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집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아주 극적으로 바뀌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약간의 균열은 생겼습니다. 이 집이 얼마나 비싼지, 어느 방향을 향했는지 따지는 습관보다도, '여기서 숨이 편한가', '하루를 마쳤을 때 몸이 좀 누그러지는가', '가족이 함께 머무를 때 기운이 괜히 쓸려 나가지 않는가' 같은 질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 책이 말하는 '엄마 풍수'라는 개념이 가진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운명을 열어주는 명당 풍수'는 운명을 단번에 뒤집어 주는 비법서라기보다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다시 훑어보게 만드는 책에 더 가깝습니다. 풍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  이런 식으로도 내 집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이미 풍수에 관심이 있던 사람에게는 조금 더 생활에 밀착된 질문들을 던져 줍니다. 크게 감탄하며 인생책이라고 부르기에는 조심스럽지만, 문득 집 안 공기를 의식하게 되는 순간마다 한 번씩 떠올릴 것 같은, 그런 종류의 책으로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좋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