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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 ㅣ 세계철학전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지금의 제가 당연하게 써 왔던 언어의 틀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 균열 덕분에, 말과 생각, 그리고 삶 사이의 관계를 조금 더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제목'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라는 문장은 다소 단정적이고 도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말투 하나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에, 이 문장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이름 역시 쉽게 다가가기보다는 오히려 한 발 물러서게 만드는 철학자였기에, 이 책이 그의 사상을 얼마나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갔습니다. 그렇게 큰 기대보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이 책은 총 8개의 Chapterf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Chapter 1 '세상을 이루는 언어의 규칙들'로 시작해서, Chapter 2 '언어는 세계의 그림이다', Chapter 3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말할 수도 없다', Chapter 4 '논리는 세계를 반영한다', Chapter 5 '세계와 삶을 뒤흔드는 근본의 질문들', Chapter 6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Chapter 7 '언어 게임, 삶의 형식', 마지막 Chapter 8 '삶에 적용하는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죠.
읽어 내려가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말을 '잘하는 기술'로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말하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가 어떤 세계를 전제하고 말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라는 그의 핵심 명제는, 말을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사고의 경계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생각이 먼저 있고 말이 따라온다고 믿지만, 이 책은 오히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생각의 방향을 만들고, 결국 삶의 형태까지 빚어낸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지점에서 저는 평소 무심코 쓰던 말들... 단정적인 표현, 쉽게 내뱉은 평가, 습관적인 확신 등이 실제로는 제 사고를 얼마나 좁게 만들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책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변화를 따라가며 언어에 대한 관점을 조금씩 흔들었습니다. 초기에는 언어와 세계를 명확히 구분하려 했고, 이후에는 그 시도 자체가 삶을 단순화하는 착각일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특히 언어가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삶 속에서 쓰이며 의미를 얻는다'는 후기 사상의 관점은, 제가 일상에서 겪는 오해와 갈등을 새롭게 보게 했습니다. 같은 말을 쓰고도 서로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유, 말다툼이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맥락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이해되었습니다. 이 책은 문제의 해답을 주기보다는. 왜 우리가 그걸 문제라고 느끼는지 스스로 묻게 만드는 방식으로 읽혔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말이 조심스러워졌다기보다는, 말에 대해 조금 더 느려진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장 표현을 바꾸겠다고 다짐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이 내가 보고 느끼고 있는 지금 이 현상을 너무 단순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어요.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는 자기계발서처럼 즉각적인 변화를 약속하지는 않죠. 대신, 지금의 제가 당연하게 써 왔던 언어의 틀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 균열 덕분에, 말과 생각, 그리고 삶 사이의 관계를 조금 더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말을 고치라고 요구하기보다, 말을 통해 드러나는 나의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해 준 고마운 독서 경험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