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위기경영 -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보는 97가지 지혜
최병철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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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얼마나 위기를 감정으로 다루고 있었는지, 얼마나 결단을 미뤄왔는지를 계속해서 되묻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위기 앞에서 핑계를 허락하지 않는 사고 훈련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위기"라는 말은 너무 흔해져서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AI 혁명, 산업 붕괴, 인력 구조 변화, 안전사고, 나아가 조직 해체까지...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정과 구호에 머무는 경우가 많죠. '한비자 위기경영'은 바로 그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한비자를 단순한 고대 사상가가 아니라, 가장 극단적인 불확실성을 통과한 '위기관리 전문가'로 호출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6부 97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부 'AI혁명과 철기혁명의 공통점, '새로운 위험'의 출현, 2부 '인간의 합리성은 항상 옳은가?', 3부 '한비자에게 배우는 위기상황 판단', 4부 '선택과 결단', 5부 '안전경영의 성과 관리', 마지막 6부 '순우곤과 인상여에게 배우는 안전경영의 지혜'로 이야기를 끌어나가죠.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먼저, 저자는 안전경영의 실패 원인을 아주 직설적으로 짚고 있습니다. "왜 사람을 살리고 다치지 않게 하는 일에는 자신 있는 설득과 협상을 시도하지 않을까?" 이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 마케팅, 성과 지표 앞에서는 끝까지 설득하고 싸우지만, 안전과 리스크 앞에서는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냉정하게 지적합니다. '실력이 없고, 성과를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 대목은 최근 산업안전 및 중대재해 관련 뉴스와도 정확히 맞물립니다. 사고 이후에는 모두가 "예견된 참사"라고 말하지만, 사고 이전에 구체적인 설득과 결단이 있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늘 침묵이 따릅니다. 이 책은 그 침묵을 한비자의 언어로 해부하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인상깊었던 부분은 "결국 후회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손실을 최소화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위험 영역에서의 결정은 늘 결과론적 비난을 동반합니다. 사고가 없으면 "괜히 비용 썼다"가 되고, 사고가 나면 "왜 안 했냐"가 되고 말죠. 저자는 이 딜레마를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규제의 문제로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무임승차 욕구'를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은, 안전을 도덕이나 양심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보는 한비자의 시선을 그대로 이어받아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기업 윤리나 ESG 담론에서 반복되는 "자율"의 한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세번째, 저자는 한비자의 인재관을 오늘의 현실에 정확히 대입하고 있었습니다. "학력과 자격으로 포장된 전문가들이 직위를 이용해 잘못된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것" 이 문장은 불편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여러 정책 실패 사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안전, 기술, 현장 영역에서 실무 경험 없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는 구조는 이미 여러 사고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었죠. 한비자가 경계한 것은 '말의 화려함'이지 지식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위기관리의 초점을 개인의 태도에서 조직 환경으로 이동시킵니다. 구글의 5-3-2 제도와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유니레버 사례는 "다르게 하라"가 아니라, "다르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라."라고 하는 하나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좋은 사례였습니다. 이는 한비자의 법, 제도 중심 사고와 정확히 맞닿는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제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관점이었죠.
더 나아가, 저자는 위기경영을 개인과 국가의 문제로 확장합니다. "삶도 역사도 결국 위기관리다." AI 시대를 춘추전국시대에 비유한 저자의 시선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습니다. 철기문명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렸듯, AI 역시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죠. 이 책은 말합니다. "그러니 추측할 것이 아니라, 이미 있었던 것.. 즉, 가장 위험했던 시대에서 배우라."고 말이죠.

'한비자 위기경영'은 마음을 다독이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읽고 나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얼마나 위기를 감정으로 다루고 있었는지, 얼마나 결단을 미뤄왔는지를 계속해서 되묻게 만들었습니다. 음... 이 책은 경영서를 가장한 고전 해설이 아니라, 위기 앞에서 핑계를 허락하지 않는 사고 훈련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에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도망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은 꽤 날카로운 동반자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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