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편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헤르만 헤세 지음 / 코너스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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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하루 한 장, 문장을 쓰고 마음을 쓰다 보면 어느새 나의 틀도 조금은 덜 벅차게 느껴지지 않을까..."

이 책을 펼쳤을 때, 문장 하나하나가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해보라'는 초대처럼 느껴졌습니다. '필사'라는 형식 자체가 이미 애써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글을 쓰는 손끝과 눈길을 맞추는 시간이겠죠. 그리고 이 책은 그 시간을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깊고도 서글픈 이야기 속 문장들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주인공 한스는, 사회가 정해놓은 틀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소년이에요. 권위와 기대, 규율이라는 수레바퀴에 조금씩 짓눌리며 그의 삶의 궤적은 '살아남음'이 아니라 '버텨냄'으로 바뀌고 말죠. 이 필사 노트는 그 여정을 손으로 따라가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어떤 수레바퀴 아래 서 있나?" 묻게 만듭니다.

필사는 기억이 아닌 감각을 새겨 넣는 작업입니다. 읽는 것만으로 지나가는 문장을,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면 "느낀다"로 바뀌게 되죠. 이 노트가 다루는 건 단지 문장이 아니라 '나와 제도(학교, 가정, 사회)'의 관계입니다. 필사가 이 관계 위에 선 나를 잠시 불러내고, 손끝으로 질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수레바퀴는 어디에 있는가?"... 꾸준히 쓰는 일은 작지만 의미 있는 저항 같아요. 한스가 맺지 못한 대화와 정상화를, 문장을 써 내려감으로써 조금씩 풀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필사하는 데에 매우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정작 필사 이후의 사유 과정이 독자에게 덜 열려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컨대, "이 문장을 써본 뒤 내 삶에서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라는 질문 관련 여백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더불어, 한스의 이야기나 헤세의 배경을 좀 더 간략히 재현해주는 미니해설이 있으면 이 필사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을 덮으며 뒷 표지에 적힌 "앞으로는 성실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해 주겠나? ... 다만 너무 지치지 않도록 하게나. 안 그러면 수레바퀴에 깔리고 말 테니."라는 문장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필사는 단지 글씨를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질문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하루 한 장, 문장을 쓰고 마음을 쓰다 보면 어느새 나의 틀도 조금은 덜 벅차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봤네요. 만약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거나, 나라는 사람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다면 이 책은 정말 좋은 동반자가 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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