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거나,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단단히 세우고 싶다면 이 책은 좋은 친구가 될겁니다."
이 필사 노트, 아니 책을 펼치는 순간, 손끝이 문장과 맞닿는 느낌이 참 새로웠어요. 필사라는 행위는 '읽음'과는 다르게, 글자를 따라 손이 움직이고 머리와 마음이 잠시 멈추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멈춤의 순간을 '싯다르타'속 문장들로 안내해주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치열한 여정입니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권위와 제도로 짜여진 세상에서 벗어나, 고행도 해보고 세속도 경험하고, 결국에는 강물처럼 흐르면서 자기 속으로 내려갑니다. 이 필사 노트는 그 여정을, 제 손으로 한 줄씩 옮기게 만들었습니다. "내 안에 흐르는 물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필사의 힘은 느림 속에서 생기는 자각이라 생각합니다. 읽기만 하면 흘러가지만, 쓰면 머물고, 머물면 생각이 자라나죠. 이 책이 제게 준 건 "잠깐 멈춤의 힘"이었습니다. 필사는 단지 문장을 베끼는 게 아니라 내 삶의 문장으로 바꾸는 일일거예요. 이 책에서는 40개의 문장이 엄선되어 있는데, 각각이 싯다르타가 경험한 '고행, 세속, 깨달음'의 한 조각이었습니다. 제가 그 문장을 필사할 때, 문득 '내 이야기'로 바뀌는 순간이 왔음을 느꼈답니다. 이 책은 또한 관계와 시간과 자아에 대한 묵직한 사유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싯다르타가 강가에서 배운 '듣기'와 '흐름'이라는 가르침은, 제 삶의 고요한 순간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형식과 구성 면에서 매우 친절하다고 봅니다. 가볍고 휴대하기 좋고 구성도 쓰기 좋게 되어 있지요. 다만, 필사 이후 내가 쓴 문장이 내 삶에 어떤 울림을 줬는지 기록할 공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이 문장을 쓰고 내가 떠올린 하루의 한 장면"이나 "이 문장이 내게 던진 질문" 등을 적는 작은 칸이 있었으면 아마도 더 풍요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또, 싯다르타의 여정 속 사회적, 문화적 배경 등에 대한 미니해설이 조금만 더 들어갔다면 필사의 깊이가 좀 더 확장됐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
이 책을 덮으면서 한 문장이 떠올랐어요. "나의 길은 다시 나를 어디로 이끌까? 이 길은 어리석고, 구불구불하고, 어쩌면 원을 돌 듯 맴돌아야 하는 길인지도 몰라. 순리를 따르자. 결국 나는 그 길을 가게 될 테니까." 필사는 단순히 글씨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30여일간 제 하루를 들여다보고, 손끝이 머물렀던 자리에서 마음이 머무는 일이 삶의 한부분으로 채워질거 같네요. 만약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거나,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단단히 세우고 싶다면 이 책은 좋은 친구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