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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칼훈의 랫시티 - 완벽한 세계 유니버스25가 보여준 디스토피아
에드먼드 램스던 외 지음, 최지현 외 옮김 / 씨브레인북스 / 2025년 9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존 칼훈의 랫 시티'는 과학 실험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인간 문명에 대한 거대한 은유였습니다. 쥐의 사회를 통해 인간 사회의 붕괴를 들여다본다는 발상은 흥미로우면서도 일면은 섬뜩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나면 그 실험의 서늘한 그림자가 현실 위에 그대로 겹쳐지게 됨을 느꼈습니다.
이 책은 크게 3부 21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출현'이라는 타이틀 하에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이주'라는 타이틀 하에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깨달음'이라는 타이틀 하에 6장으로 구성되어 있죠.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칼훈의 '유니버스 25'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처음에는 낙원으로 시작됩니다. 먹이도, 공간도, 위험도 없는 완벽한 유토피아... 그러나 풍요의 극점에서 사회는 조금씩 무너집니다. 관계는 단절되고, 역할은 사라지며, '아름다운 자들'만이 남습니다. 그들은 다투지 않고, 욕망하지 않으며,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자신의 털만 다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화롭지만, 종 전체로는 사망선고에 가까운 상태... 이 아이러니가 바로 칼훈이 말한 '행동의 싱크(behavioral sink)'였습니다.
이 실험의 궤적은 오늘의 사회를 그대로 비추고 있었습니다. 인구 곡선은 정점을 지나 하락하고, 공동체의 온기는 식어가며, 관계의 밀도는 희미해집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 사회적 연결이 고립으로 바뀐 시대... 이 책은 쥐의 이야기로 우리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경제와 제도의 문제를 넘어, 인간이 스스로의 욕망과 사회적 본능을 어떻게 잃어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었습니다.
이 책이 인상적인 것은, 단순한 과학적 보고서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기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칼훈은 쥐의 군집을 관찰하면서도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충족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물질의 풍요보다 '관계의 구조'를, 효율보다 '의미의 지속'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외면했습니다. 정신건강 연구가 생물학과 약리학 중심으로 재편되던 시기... 그는 "인간이 어떻게 관계 속에서 충족감을 찾는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 목소리는 시대의 과학에 묻혀 사라졌지만, 오늘날 그의 실험은 다시금 부활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바로 그 '정체기(C단계)'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쥐 실험과 인간 사회를 일대일 대응시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생각하는 '랫 시티'는 인간을 닮은 쥐들의 문명사이자, 현대사회의 예언서였습니다. 공간의 부족보다 무서운 것은 '의미의 부족'이며, 경쟁의 종말보다 치명적인 것은 '관계의 종말'이었습니다. 칼훈이 본 것은 멸망이 아니라, 공동체가 스스로의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이었죠. 결국 이 책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채우며,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
풍요의 시대에 절망이 스며드는 이유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존 칼훈의 랫 시티'는 그 답을 가장 과학적으로, 그리고 가장 인간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