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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 - 국내 최초 나우아틀어 원전 기반 아즈텍 제국의 신화와 전설 ㅣ 드디어 시리즈 9
카밀라 타운센드 지음, 진정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9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는 서양 중심주의에 의해 왜곡된 아즈텍 문명의 실체를 원주민의 언어와 기록을 통해 복원해낸다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저자 카밀라 타운센드는 단순히 신화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이 이야기를 전했는가"라는 질문을 책 전반에 깔아놓습니다. 이는 신화가 단지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세계관의 보고이며 정체성의 언어임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과거 아즈텍은 잔혹한 제국으로 기록되었지만, 나우아틀어 원전을 통해 들여다본 그들의 세계는 오히려 삶을 노래하고, 죽음을 순환으로 이해했던 철학자적 사회였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아즈텍을 이해하게 만드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편협하게 세계를 읽어왔는지를 반성하게 만드는 거울이었습다.
이 책은 크게 6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멕시코 중안 고원 지역에서 탄생한 문명'이라는 주제로, 2부는 '오묘하고 복잡한 아즈텍 신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3부는 '아즈텍인의 여정'을, 4부는 '역사와 전설의 희미한 경계'라는 주제로, 5부는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은 이들'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6부는 '카톨릭과의 융합 그리고 멕시코의 오늘'이라는 주제로해서 총 12장에 걸쳐 이야기를 펼칩니다.
'아즈텍인들은 기나긴 시간이 흐르면 결국 비극적인 종말이 찾아오지만 언제나 다시 새 생명이 싹튼다고 믿었습니다.' 즉,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존재의 일부로 포용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죠.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다섯 번째 태양'의 개념은 단지 창세 신화가 아니라, 세상의 끝과 시작을 동시에 바라보는 순환의 철학이었습니다. 또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가 감각적으로 묘사했던 '죽은 자들의 날'의 깊은 뿌리도 바로 아즈텍 신화의 시간관과 생사관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파괴를 창조의 전제로 이해했던 아즈텍의 사유는 우리 현대인이 갖지 못한 통합적 시선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시선을 저에게 은연중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신화만을 다루고 있지 않았습니다. 도시계획, 천문학, 수학, 음악, 문학까지 아우르며 아즈텍 문명을 총체적으로 복원하고 있었습니다. 수로 위에 지어진 도시 테노츠티틀란, 별의 움직임을 기록하던 천문대, 매일 신에게 노래를 바치던 사제들... 이 모든 것이 상징으로 가득한 신화적 질서 안에 질서 정연히 얽혀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신화적 구조를 낯선 이야기로, 흥밋거리로 소비하지 않고, 정교하게 구축된 문명의 구조로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화를 읽으면서 동시에 문명의 철학, 정치, 예술을 함께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스 신화가 인간의 욕망을, 북유럽 신화가 전사의 명예를, 힌두 신화가 영혼의 윤회를 그렸다면, 아즈텍 신화는 '변화의 불가피함'과 '지속적 재탄생'의 세계관을 제시합니다. 그들은 다섯 번이나 세계가 무너졌고, 여전히 그것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런 관점은 "끝났다"는 패배주의나 "지금이 전부"라는 과시적 현재주의를 넘어서는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과거를 조망하는 책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데 쓰일 수 있는 신화적 도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신화'가 단지 재미있는 전설이 아니라 세계관과 철학의 핵심임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 서양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다문화적 시선을 기르고자 하는 분들, 그리고, 저처럼 '코코'와 같은 애니메이션 속 배경에 깊은 뿌리를 알고 싶은 감성 탐험가 분들이 읽으면 좋을 듯 하네요. ^^
'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는 잊힌 문명의 낯선 노래를 들려주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정녕 옳기만 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건네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지금 다섯 번째 태양 아래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