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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디지털 지도 한 번이면 모든 것이 검색되는 시대에, 왜 이토록 오래된 지도를 다시 들여다보려 했을까요? '한글 대동여지도'는 단순한 지도의 복원이 아니라, '시간'을 걷는 체험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종이 위에 새겨진 산줄기와 물길, 고을의 이름 하나하나에는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리듬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느낌을 전달했습니다. 그래요... 이 책은 어쩌면 '지도'가 아니라 '삶의 기록'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록에 한글이라는 현대의 숨결을 불어넣고, 우리와 조선의 거리를 단숨에 좁혀주고 있었습니다.
대동여지도의 진짜 위대함은, 지리적 정밀도를 손꼽을 수 있지만, 나아가 우리 한반도의 모든 군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 휴대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책자형 구성, 심지어 거리를 직접 계산할 수 있는 방점 기호까지... 19세기 조선에서 이런 지도 제작이 가능했다는 건 그 자체로 위대한 우리 '과학'이자 '문화'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한자 중심의 표현과 목판 특유의 흑백 인쇄는 현대 독자에게 거리감을 주고 있었는데, 이 책은 122개의 도엽을 모두 65%로 축소하면서도, 모든 지명에 한글 주석을 달아 '읽을 수 있는 지도'로 탈바꿈시켰습니다. ^^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단순히 보는 책을 넘어 '참여하는 책'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수묵으로만 구성된 고지도를 색연필, 수채물감으로 직접 채색함으로써 산과 강, 도로와 경계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죠. (물론, 저는 감히 그럴 생각도 못할 것 같지만요...^^;;;) 제공된 사진을 보면... 이건 마치 조선의 지도 제작자와 현대의 우리 사이에 시간 너머 협업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주더군요. 나아가, 각 도엽을 분리해 접고 이어 붙이면 최대 4m가 넘는 대형 전도로 완성된다고 합니다. 단순한 독서가 아닌 지리 교육, 문화 체험, 손작업 예술까지 겸한 복합적 경험이 되겠죠. (이 또한 지금의 저로서는 시도해볼 엄두는 안 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
이 책 '한글 대동여지도'는 견고한 양장 제본과 섬세한 판형은 지도서로서의 품위를 갖추면서도 보관과 활용이 용이한 분첩절첩식 구조로 되어 있어 실제로 펼쳐 놓고 볼 때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글 병기 디자인은 미적 감각과 실용성을 함께 고려해 대동여지도의 미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독성을 극대화하고 있었구요. 또한 책 뒤에 마련한 '한글 대동여지도 활용하기'를 통해 컬러 채색 샘플 예시와 함께 역사적 해설이 간결하게 실려 있어 초등 고학년부터 어른까지 모두 접근이 가능한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음... '한글 대동여지도'는 한국사와 지리에 관심 있는 중학생 이상 청소년, 조선시대 문화유산을 깊이 체험하고 싶은 저와 같은 성인 독자분들, 지도 수집가와 시각 디자이너, 역사 교사 등 시각과 정보의 만남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네요.
이 책 '한글 대동여지도'는 단순한 고지도의 복원본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과거의 시선을 오늘의 손으로 복원하는 '사유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건 단지 옛 지도 한 장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이 바라본 세상의 구조, 공간의 질서, 그리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은 철학이자 미학이라는 것을... 지도는 땅을 읽는 도구이지만, 이 책은 '시대의 감각'을 읽게 합니다. 한글로 다시 살아난 이 지도는, 우리에게 오늘의 지리보다 더 소중한 '뿌리의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