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 구주대첩 (하)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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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책을 펼치고 읽어 나아 가면서, 점차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단지 구주에서의 대승, 강감찬이라는 영웅의 재현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 하'는 하나의 승리를 그리는 데 있어 그 승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천천히, 그리고 아주 집요하게 묻고 있습니다. 처음과는 다르게 "과연 고려는 어떻게 이겼는가?"가 아니라, 어쩌면 "왜 끝까지 버텼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였었던 것 같았습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1018년 12월, 거란의 10만 대군이 고려로 쏟아져 들어왔을때 어느 누구가 이 전쟁이 고려의 승리로 끝날 거라 단언할 수 있었을까요? 거의 승리하기란 불가능한 싸움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우리 모두가 결과를 알고 있어서 그렇지... 모든 걸 떠나서 객관적으로 바라봤을때는 당연히 싸움이 안된다고 생각할겁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강감찬이라는 인물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조용히 그리고 세심하게 복원해내고 있었습니다. 병법을 익히고, 전장을 읽으며, 결국 마지막에는 "나라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결심의 지도자가 되는 과정을 말이죠. 이런 과정들을 살펴보면, 그가 펼친 작전을 단순히 '용맹'으로만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있어 이 책이 가장 빛나는 지점은 전투가 아닌 '책임'의 서사입니다. 흔들리던 왕 현종 '왕순'이 더 이상 자신의 백성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 고려는 단지 왕실이나 군대의 이름이 아니라, 장수, 관료, 백성으로 구성된 하나의 '운명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강감찬은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신이 거란군을 이길 수 있던 것도 성상께서 신을 믿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 믿음에 보답하여 잘 해낼 것입니다." 구주대첩은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단순한 전투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왕이... 국가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 믿은 사람들"이 이룬 반응의 승리가 아닐까 싶네요.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는 소설이기 전에 한 국가가 외세 앞에서 주체를 잃지 않기 위해 싸운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 하나의 메시지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백성들 앞에서 맹세했소. 그 맹세를 반드시 지킬 것이오!"라고... 이렇게 말한 현종 왕손도, 그리고 그의 의기에 함께한 장수도, 병사도, 백성도 그렇게 선택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반복이 결국 위태로웠던 한 나라 '고려'를 지켜낸 것이 아닐까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이러한 질문이 머리속에 아른거렸습니다. '우리도 끝까지 지킬  그 무언가를 갖고 있을까?", "나를 포함한 우리는 그 무게를 견딜 준비가 되어 있을까?"... 통쾌함보다는 존재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이었습니다. 이 책... 감동적이고 정말 재미있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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